야콥 멥디가 지도하는 바이탤리티는 14일 부산 광역시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16강 그룹 스테이지 2라운드 B조 경기에서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히는 로얄 네버 기브업(이하 RNG)을 잡아냈고 지난 대회 우승팀인 젠지 e스포츠마저 꺾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북미 대표 클라우드 나인(이하 C9)에게 아쉽게 패하면서 3승3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바이탤리티의 선전은 전세계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유럽 지역에서 포인트가 가장 높은 팀에게 주어지는 2번 시드를 받아 롤드컵에 출전한 바이탤리티는 롤드컵이 첫 무대였다. 팀 역사상 처음 롤드컵에 나왔고 유럽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내긴 했지만 특이한 플레이를 선호했기에 롤드컵 무대에서는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됐기에 바이탤리티는 기껏해야 1, 2승을 거둘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바이탤리티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 후보 RNG를 한 번 잡아냈고 전년도 우승팀 젠지 e스포츠를 두 번 모두 격파하면서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야콥 멥디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을 느낀 날이다. RNG, 젠지, C9을 꺾고 그룹 스테이지를 통과하고 싶었는데 RNG를 상대로 승리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C9을 이기지 못하면서 떨어졌다. C9은 우리처럼 RNG와 젠지를 모두 이기는 등 매우 훌륭했고 그룹 스테이지를 통과할 만했다. 우리 역시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밝혔다.
바이탤리티 선수들 대부분이 롤드컵에 처음 출전했기에 성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3승으로 저력을 보여준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멥디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 이들과 함께 한다면 무엇이든 정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성취한 것을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며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면서 "바이탤리티 선수 한 명 한 명이 이제 비로소 시작이라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유럽 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유럽을 비롯해 많은 팀들이 한국팀과 중국팀을 따라 잡고,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2017년 롤드컵 8강에서 자신들만의 생각으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낸 미스피츠가 5세트까지 끌고 간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라면서 "이것이 바로 올해 내내 제가 가지고 있던 철학이었다. 우리가 우리 본연의 능력을 보여줄 때 이겼고, G2나 프나틱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것을 따라가려고 하거나 똑같이 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조언했다.
멥디 감독은 또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말고 다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음 경기에 임해라. 이런 정신력을 가져야만 최고를 이길 수 있다. 스스로를 믿으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유럽 지역의 남은 선수들이 나를 위해 꼭 그래주기를 바란다"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야콥 멥디 감독이 유럽 팀에게 전하는 인터뷰를 본 전세계 팬들은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적이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과 중국에 가려 저평가됐던 유럽 지역에서 처음으로 롤드컵에 출전한 팀의 사령탑이 어떻게 한국과 중국 팀을 상대했는지 솔직하게 털어 놓았고 남은 G2와 프나틱에게 유럽의 힘을 보여달라고 호소하는 말에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야콥 멥디의 인터뷰 영상은 라이엇 게임즈 공식 트위터 계정인 @lolesports에서만 18만 회나 조회됐으며 1만 개 이상의 하트를 받았고 2,500회 이상 리트윗됐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