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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아빠의 청춘을 응원한다

3,037일 만에 개인 리그 4강에 오른 송병구.
3,037일 만에 개인 리그 4강에 오른 송병구.
"정말 잘하는 프로토스가 있어서 팀에 영입하려고 했는데 갈 팀이 있다는 거에요. 저는 얼마 뒤에 은퇴했고 해설자가 되어서 그 선수의 경기를 중계했습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났는데 그 선수는 여전히 선수로 4강에 올라갔어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이하 KSL) 시즌3의 해설 위원 중 한 명인 김정민이 송병구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해설자로 10년 넘게 활동해온 김정민이 현역 선수로 활동하던 때에 송병구라는 신예를 온라인상에서 만났고 KTF 매직엔스로 영입하려 했지만 송병구는 삼성전자 칸으로 행보가 이미 정해졌다. 해설자로 전향한 김정민은 송병구가 삼성 칸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리그에서 수 차례 우승할 때 중계 방송을 진행했다.

2019년 5월 23일 김정민은 KSL 시즌3 8강전에서 송병구가 도재욱을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두는 장면을 중계했다. 생산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도재욱을 상대로 송병구는 한 수 위의 심리전을 자랑했다. 도재욱의 성장을 지연시켰고 한 발 빠른 확장을 가져간 송병구는 더 많은 수의 병력을 앞세워 도재욱을 완파했다. 송병구는 실수가 있었다고 했지만 다전제를 풀어가는 완성도가 높았고 김정민 해설 위원은 '회춘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송병구가 KSL 시즌3에서 승승장구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제동과 함께 예선을 통과하면서 화제를 모았지만 16강에서 죽음의 조라고 불렸던 D조에 편성되면서 이제동과 함께 동반 탈락할 것이라 예상됐다. 실제로 송병구는 1번 시드였던 정윤종에게 0대3으로 완패했다. 전략은 없었고 컨트롤도 볼 품 없었다. 누가 봐도 송병구는 탈락 1호였다.

패자전에서 이제동을 상대한 송병구는 기적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다전제에서 이제동을 만나 거의 이기지 못했던 송병구였지만 깔끔한 컨트롤과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이제동의 두 손을 꽁꽁 묶으면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최종전에서는 KSL 시즌1, ASL 시즌7을 제패한 테란 김성현을 상대한 송병구는 또 다시 3대0 완승을 거두면서 8강에 올라왔다. 그리고 5월 23일 도재욱을 3대0으로 격파하면서 무려 8년 4개월-3,037일-만에 개인 리그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도재욱과의 8강전을 치르기 전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는 듯한 송병구.
도재욱과의 8강전을 치르기 전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는 듯한 송병구.

2019년 들어 송병구의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올해 3월말 아들이 태어나면서 송병구는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겼다. 4강에 올라간 송병구와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에 "분유 토스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송병구의 기사에 "분유값 벌려고 열심히 하네"라고 댓글을 단 누리꾼들이 있었고 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었다.

기자의 어리석은 질문에 송병구는 뒤통수를 치면서도 가슴에 와닿는 답변을 내놓았다.

"예전에는 개인 방송을 연달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아이에게 분유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살이 많이 쪄서 검은 옷을 자주 입는데 아이를 안고 분유를 먹이다 보면 분유나 침이 옷에 많이 묻는다. 검은 옷이어서 더 티가 나는 것 같다. 깔끔하게 입고 오래 방송해야 하는데 육아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해 시청자들에게 항상 죄송하다."

그렇다. 송병구는 변했다. 송병구는 아버지가 됐다. 아내가 일하는 동안 집에서 아이를 보는 일이 송병구의 주업무다. 개인 방송을 하다가도 아이가 배고프다고 보채면 달려가서 분유를 먹이는 진짜 아빠가 됐다.

송병구는 4강 진출 인터뷰 막바지에 마음 아픈 이야기를 하나 더 보탰다.

"8강을 치르려고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 갔다. 대회에는 나와야 하기에 아내와 급하게 교대하고 나서 경기장에 왔는데 아이 상태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병명이 나오지 않아서 마음이 다급했다. 빨리 이기고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도 경기가 잘 풀려서 3대0으로 이겼다. 인터뷰도 여기까지만 하고 얼른 가봐야 한다. 아내가 혼자 아이를 보고 있어서 힘들 것이다."

가장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는 송병구에게 오래전 가요인 '아빠의 청춘'의 마지막 부분을 전한다.

원더풀 원더풀/아빠의 청춘/브라보 브라보/아빠의 인생.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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