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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대담] 한국 e스포츠의 인프라를 점검한다…2부

[창간 특집 대담] 한국 e스포츠의 인프라를 점검한다…2부
*1부에 이어 계속

최근 들어 정부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고를 들여 수도권 이외의 지방 자치 단체 세 곳에 e스포츠 경기장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고 부산, 광주, 대전 광역시가 선정됐다. 또 경기도는 100억 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경기장 사업을 진행할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

지난 6월 3일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9 서머 개막식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관해 "게임은 4차 산업 혁명과 5G 시대를 이끌고 나갈 산업이며 e스포츠라는 형태로 모든 계층이 즐기는 문화이자 레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스웨덴에서 열린 한국과 스웨덴의 사상 첫 e스포츠 국가 대항전을 관전한 문재인 대통령은 "e스포츠를 통해 전세계 젊은이들이 더 많이 교류할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고 장관에 이어 대통령까지 e스포츠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었다. e스포츠 업계로서는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민간 중심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정부와의 협업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도 하다.

데일리e스포츠는 한국의 e스포츠 인프라를 점검하고자 업계 종사자들을 모아 이와 관련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국장, 젠지 e스포츠 이지훈 단장, FEG(Fighting Esports Group) 한국 법인 서형석 대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이정훈 e스포츠 사업본부 리그운영팀장이 귀중한 시간을 내줬다.

DES=최근 정부가 e스포츠에 대한 러브콜을 연달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의 관심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할지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김철학=한국이 가지고 있던 강점이었던 선수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시스템은 이미 보편화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전세계적인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제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목과 선수를 발굴해 육성하고 관리하는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통합 시스템이 정립되려면 e스포츠 선수에 대한 정의부터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직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서 말이죠. 선수가 갖춰야할 덕목, 예를 들어 사회적 영향력, 경기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팀워크와 상대방에 대한 존중, 공정한 경쟁에 대한 신념 등 사회적 책임을 인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각 종목별로 생태계 관리까지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공인 종목 선정도 명확한 선이 필요하겠죠.

기초적인 정보가 있어야 정책 수립을 정확하게 이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선수 발굴 및 육성 시스템을 명확하게 준비해서 종목별로 동호인과 아마추어, 준프로, 프로로 세분화하는 작업을 진행해 풀뿌리 저변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야겠죠. 그리고 국산 종목을 글로벌 e스포츠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당 종목의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정책을 수립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면 각 단계를 나눠 발전 방향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성공 모델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한국 e스포츠가 글로벌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데 있어서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DES=정부가 광주와 부산, 대전에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건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경기장이 완성될 경우 게임단과 종목사와의 협의도 필요할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활용 방안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김철학=많은 사람들이 현재 진행되는 e스포츠 리그의 숫자를 고려하면 지방에 설립되는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의 가동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관점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경기장을 지어준다면 종목을 늘리고 동호인부터 아마추어, 준프로, 프로 단위의 대회를 더욱 세분화해서 많은 대회를 개최한다면 새롭게 건립될 경기장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장 건립이 시작됐으니 기존의 대회를 쪼개서 활용해야 하나에 대한 우려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서 다양한 리그를 만들어내고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좋은 시설 인프라로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서형석=인프라의 설립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무 것도 없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사업이 경기장과 같은, 기초적인 인프라가 형성되면 가능해집니다. 한국의 e스포츠 산업이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가의 투자가 이뤄진 것을 보면서 정부가 업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 수립을 위해 나서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e스포츠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말씀하식 것과 정부가 관심을 보이면서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것, 제도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것도 업계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아울러 리그 운영사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정말 규모가 큰 기업인 텐센트와 함께 일을 해도 종목사의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협회에서 근무할 때는 단순히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비전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e스포츠의 가치를 함께 키울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나라의 종목사들과 함께 일을 해보니 그들도 주체마다 시각이 달랐습니다. 국내든, 외국이든 e스포츠에 대한 생각, 발전 방향, 지향점 등이 모두 달랐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도 달랐습니다. 어느 한 쪽도 주도권을 내려놓지 않고 성장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공통 분모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협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한중일 교류전과 같은 대회들이 늘어나면서 e스포츠가 공익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새로운 제도나 정책들도 각 주체별로 협력해서 만들어진다면 종목사도 사적 영역이기는 하지만 공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자기 종목의 발전만이 아니라 전체 e스포츠 영역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나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창간 특집 대담] 한국 e스포츠의 인프라를 점검한다…2부

이정훈=정부의 e스포츠 경기장 건립 사업과 관련해 쓴소리가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e스포츠의 공적 가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게임이라는 사적 가치가 필요합니다. 선정 사업이 진행될 때 경기장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롤파크를 참고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나온 분들이 있어서 수 차례 안내한 적이 있습니다. 입찰해서 선정되고 난 한 지자체 관계자가 이후에 다시 한 번 롤파크에 오시더니 "우리 경기장에서 1년에 몇 경기나 해줄 수 있냐"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이 순서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LCK를 롤파크에서 진행하기 위해 10년간 1,00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롤파크에서 리그 전체를 소화하는 것을 감안하고 경기장을 지었기 때문에 지방에 세워질 경기장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습니다.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리그(이하 LPL)는 지역 연고제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지방 자치 단체들이 참가하는 게임단에게 "무엇이 필요하냐"를 물었고 게임단의 요구 사항들을 반영해서 경기장 시설을 구축했습니다. 단순하게 경기장이라는 공간을 마련하고 어떤 콘텐츠를 채워 넣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e스포츠라는 콘텐츠에 최적화된 시설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지방에에 세워지는 새로운 경기장도 실제로 그러한 인프라가 필요한 종목이나 대회를 찾는 노력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김철학=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LCK를 위해 많은 투자를 통해 롤파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건립될 경기장들은 기존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대회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협회나 방송사, 종목사, 게임단 등과 협력해 새로운 종목이나 리그를 신설하는 방향을 도모해야 합니다. 각각의 지향점이 다른 상황에서 아마추어 대회를 확장하거나 2군 리그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e스포츠 대회를 나눠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e스포츠의 파이 자체를 더 키운다는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이정훈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e스포츠 사업본부 리그운영팀장.
이정훈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e스포츠 사업본부 리그운영팀장.

이정훈=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정부가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대형 e스포츠 리그를 위한 공간이 없는 것입니다. LCK 결승전을 진행하거나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과 같은 국제대회를 진행할 때 마땅한 장소가 없습니다. 5,000석 이상의 좌석을 확보하고 사방에서 시청 가능한 대형 스크린을 걸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 적습니다. e스포츠가 스포츠와 예술 공연의 경계선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경기장이나 공연장 등은 대관 우선 순위가 있습니다. 스포츠 경기장은 스포츠 행사에 가점을 주고, 예술 공연장은 그 분야에서 공연 신청이 들어오면 우선시합니다. e스포츠는 스포츠도, 엔터테인먼트도 아닌 상황이어서 우선 순위가 낮습니다. 대관 신정이 동시에 들어오면 e스포츠 행사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철학=IOC나 대한체육회에 e스포츠가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e스포츠는 문화 산업이면서도 스포츠 산업의 속성을 가진 융합 장르입니다. 현 제도 아래에서 e스포츠 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에 대한 제약이 많다 보니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정훈=5,000석에서 10,000석 정도되는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이 세워져서 우선 순위를 e스포츠에 준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 경기장이 오직 e스포츠를 위해 존재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e스포츠가 우선 순위 1순위로 인정 받는 경기장이 필요합니다. 만약 그런 경기장이 도입되어 모든 종목사가 스케줄 고민을 하지 않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규모가 큰 국제 대회를 상시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국제 e스포츠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지훈=내년이면 서울 다이내스티의 오버워치 리그 홈경기를 치러야 하는 젠지 e스포츠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규모를 크게 만들어서 경기장 안에서 맥주도 마시고 핫도그도 먹을 수 있는 자유로운 콘셉트의 경기장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런 콘셉트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아요. 지방 자치 단체가 진행하는 경기장 건립 사업은 지금의 e스포츠가 아니라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흥행하던 시절 지방 투어를 했을 때 관중이 모이는 것과 광안리에 10만 관중이 운집했던 시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형석=이런 고민들이 더해지면서 각종 e스포츠 관련 인프라와 이벤트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지고 선진화된 모델이 등장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그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DES=화제를 돌려 보죠. 게임 이용 장애에 반박하기 위한 긍정적인 부분을 e스포츠에서 찾는 경우가 있는데 준비 중인 대처법이나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정훈=라이엇 게임즈는 세계 보건 기구(이하 WHO)의 결정에 맞서는 입장은 아니고 적극적인 대비책이나 대응책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론적인 반박보다는 e스포츠를 통해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철학=게임 이용 장애의 반박 논리를 만들기보다 게임을 매개로 진행되는 e스포츠의 순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많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발표가 있을 때마다 학부모들은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동시에 'e스포츠 선수가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함께합니다. 협회는 프로게이머가 스포츠 선수로서 국가를 대표해 국제 대회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좋은 선례를 보여줘서 프로게이머가 인정 받을 수 있는 직업으로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DES=최근 다양한 종목으로 대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것은 5대 종목 중 리그 오브 레전드 뿐입니다. 배틀 그라운드도 대회를 많이 열고 있지만 아직 무르익은 상황은 아니고요. 앞으로 다양한 선수들이 국위 선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지훈 젠지 e스포츠 단장.
이지훈 젠지 e스포츠 단장.
이지훈=젠지 e스포츠는 다양한 종목의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잘되면 가치가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해당 게임의 뷰어십과 팬 숫자 등을 통합적으로 늘 주시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 산업은 더 이상 밑빠진 독에 물 붓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가 진행되면 수익이 발생해야 하고 스폰서가 들어오면서 더욱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가능성 있는 종목을 늘 고민하며 찾고 있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였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가 갑작스레 폐지되면서 저희 팀은 충격을 받았고 새로운 투자에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철학=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리그 폐지 사례를 보면서 종목에 대한 정의가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에게 외면받은 게임을 억지로 흥행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e스포츠의 부흥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한 게임이 등장했을 때 많은 e스포츠의 주체들이 협력해서 중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목사의 의지죠. 종목사가 비전과 의지를 가지고 정식 e스포츠 종목으로 발돋움을 시작한다면 해당 종목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충분해야 합니다. 기존에 마련된 인프라를 이용하고 선수나 게임단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어서 중복 투자를 피할 수 있다면 더 효율적인 투자를 위한 접점들이 생길 것이고 이후에는 다양한 종목 발굴로 이어질 것입니다. 물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종목사는 혜택을 받는 만큼 생태계의 한 축을 책임 져야할 것입니다.

서형석=종목 채택은 정말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 폐지는 e스포츠 업계 사람들이 뼈아프게 기억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스포츠 업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종목의 폐지로 인해 큰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100년까지 리그를 진행할 것이라고 하지만 e스포츠는 끌고 나가는 사람들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전통 스포츠도 인기가 시들해지면 위기에 처합니다. e스포츠는 인기가 지속되는 기간이 더 짧고 게임사라는 주인까지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업계 사람들이 대합의를 할 수 있도록 좋은 선례가 나와야할 것 같습니다.

DES=2012년에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리그가 끝났고 2018년에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가 폐지됐지만 다시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종목사가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지 아니면 e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주최사만 존재한다면 충분히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인지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정훈=종목사의 주도는 필수 요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도 e스포츠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종목사에서 주관하는 대회가 사라진 것 뿐이죠. e스포츠에 대한 종목사의 투자가 멈출 수는 있어도 종목사가 e스포츠 자체를 폐지할 자격은 없다고 봅니다.

김철학=종목과 선수의 발굴, 육성, 관리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제도권 범주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직업이나 생태계는 훼손됐을지 모르지만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넓은 범주의 e스포츠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정훈=선수나 종목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해당 게임으로 e스포츠 대회를 열고 직업 선수들이 생겨나면 게임사에게는 어떤 혜택이 주어지고 선수에게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지훈=실제로 제가 선수로 활동할 당시에 상금에 대한 세금이 22%가 부과됐는데 협회에 등록된 프로게이머에게는 3.3%만 부가됐기 때문에 선수 등록은 당연한 절차였죠. 그런 것이 선수들에게는 직접적인 메리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정훈=종목사 입장에서 e스포츠를 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투자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회는 이런 종목사를 키워줄 수 있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이야기지만 저희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를 처음 시작할 때 한국에는 협회와 방송국, 게임단, 경기장 등의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에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의 LCK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협회가 방송국과 게임단, 종목사를 아우르면서 e스포츠를 시작하려는 종목사를 키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철학=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등록 선수가 됐을 경우 누리는 권리는 협회가 독단적으로 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정부 차원에서 선수와 종목을 협회가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죠. 만약 종목사와 선수가 제도권 밖에 있다고 인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제도권에 들어온 종목사와 선수들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책임도 쥐어주는 것이 협회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정책 방향입니다.

DES=두 시간 여 동안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했는데요. 마지막으로 하지 못한 말이나 하고 싶은 말, 느낀 점 등을 듣고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이지훈=게임단은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다보니 조금씩 조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성적 이외에도 게임단의 실질적인 성과 등을 내야 하다 보니 압박감도 있고요. 올해 안에는 손에 잡히는 변화가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서형석 FEG(Fighting Esports Group) 한국 법인 대표.
서형석 FEG(Fighting Esports Group) 한국 법인 대표.

서형석=오늘 나온 이야기가 실현되기 위한 과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FEG가 중국 기업이지만 한국을 거점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한국 e스포츠의 핵심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선수 관리 및 육성 방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FEG는 단지 게임단 운영에 그치지 않고 리그 주최자로서 한국 e스포츠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하면서 협회와 발맞춰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철학=현재 시장의 요구 사항에 대해 많이 듣고 있고 그 안에서 협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를 구성하는 주체들의 접점을 찾아 가는 역할을 해내고 정부와 협조해서 e스포츠 발전을 위한 방향성과 제도적인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업계의 입장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정훈=라이엇 게임즈는 e스포츠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게임단과 협회 등 업계 구성원들이 어려울 수 있지만 보조를 맞추고 함께 노력한다면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게임단과 협회, 미디어 등 한국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진행=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정리=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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