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했다. 1월1일에도 연습실에서 컴퓨터를 붙잡고 동료들과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한 마디 덧붙였다. "민족의 명절이 아니면 숙소에서 당최 벗어나지 않는 선수"라는 것이다.
◆광안리 아쉬움 털려 채찍질
신상문은 ‘미라클 보이’, ‘매직 키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 시즌 중반 하위권에 처진 온게임넷 스파키즈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신상문은 기적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됐다. 정규 시즌 연승을 이어가며 포스트 시즌 진출의 선봉장이 됐고 포스트 시즌에서도 전승을 기록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삼성전자 칸과의 결승전에서 1세트에 출전, 승리했지만 동료들이 패하며 우승컵을 안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피플] '미라클 보이' 신상문 "2009년은 행복의 시작"](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1021324190005710dgame_1.jpg&nmt=27)
“경험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삼성전자 선수들은 작년에 이 곳에서 우승한 적이 있잖아요. 우리 팀은 처음 올라온 것이고. 친숙한 곳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장점을 삼성전자가 백분 활용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승전을 마친 뒤 신상문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동료들이나 코칭 스태프가 시무룩한 표정이었지만 관계자나 부모님은 잘했다며 칭찬해줬기 때문.
“애매한 상황 속에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을 깨달았어요. ‘승자가 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이치였죠. 그리고 팀의 승리가 곧 나의 승리라는 점도 절실히 와 닿았습니다.”
결승전의 쓰라린 경험을 뒤로한 채 신상문은 다시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았다. 팀을 최고로 올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성장해야 하고, 에이스로 입지를 굳혀야 한다는 사실을 체득했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채찍질했다.
그 결과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 신상문은 온게임넷 스파키즈의 자타공인 에이스가 됐고 18승을 달성하며 KTF 이영호, SK텔레콤 도재욱, 르까프 이제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승왕 경쟁을 하고 있다.
◆이명근 감독의 지침
신상문이 두각을 나타낸 배경에는 온게임넷 이명근 감독의 특별한 ‘미션’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감독은 2008 시즌에 돌입하기 전 신상문을 ‘될 성 부른 떡잎’으로 판단하고 독특한 임무를 맡겼다. 주문한 내용은 각 종족별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10개씩 만들라는 것.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죠. 신인이나 다름 없는 제게 큰 임무를 주시는 것 같아서 부담이 컸어요. 사실 아직까지 감독님께 각 종족별 10개의 전략을 드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큰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은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미션을 받은 이후 실력이 크게 늘었거든요.”
![[피플] '미라클 보이' 신상문 "2009년은 행복의 시작"](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1021324190005710_3.jpg&nmt=27)
신상문이 다양한 스타일로 프로토스와 테란, 저그를 상대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선수가 이렇게 좋은 매뉴얼을 갖고 있을까. 종족별 10개의 전략을 구축하라는-무호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주문은-신상문을 에이스로 키우기 위한 이명근 감독의 ‘굿 판단’이었다.
◆행복한 자신감
온게임넷 신상문은 최근 프로리그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승 18승으로 2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이영호, 도재욱, 이제동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더욱이 2라운드 들어 1패만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신상문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무얼까.
“STX 소울 진영수 선수와 12월3일 러시아워3에서 경기했어요.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역전했죠. 11시를 놓고 치열한 전투를 펼친 끝에 승리하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그 뒤로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긴장하지 않았어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 플레이를 펼쳤죠.”
자신감이 붙어서일까. 이후 신상문은 연승을 이어갔고 08~09 시즌 들어 가장 오랜 연승인 9연승까지 달성했다. 삼성전자 허영무에게 패하며 두 자리 연승은 하지 못했지만 2라운드에서 11승1패를 기록하며 최고의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피플] '미라클 보이' 신상문 "2009년은 행복의 시작"](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1021324190005710dgame_2.jpg&nmt=27)
“가끔 스타크래프트 관련 게시판을 보면 ‘신상문 스타일’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더라고요. 감독님이 숙제로 내주신 매뉴얼을 완성하던 중에 프로토스 전략 파트에서 드롭십을 쓰는 작전을 4개 가량 넣었거든요. 이를 활용하다 보니 프로토스전에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그 결과가 신상문 스타일이고요.”
신상문은 자신의 스타일을 규정하면서 ‘짜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상대 플레이어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순간 승기가 넘어온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연구해야 하고 상대의 습성을 익혀야 한다고 했다. 1월1일 인터뷰를 하기 직전까지 신상문은 6주차에 만날 상대의 VOD를 반복 시청하며 전략과 패턴을 구상했다. 이러한 노력이 지금의 신상문을 만들지 않았을까.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휴일에 쉬지 못하는 것이 프로게이머의 일상이라지만 단순한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승리하고, 팀에 공헌한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요. 크리스마스였던 12월25일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2008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에 출전했죠. 2승하면서 본선에 올랐거든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니까 하늘이 제가 축복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차재욱 스승님
신상문이 연습생으로 활동하던 시절 ‘사부’로 모시던 게이머가 있다. 11월 공군에 입대한 차재욱이 신상문의 스승이다.
“차재욱 선배가 없었다면 신상문은 없었을 겁니다. 연습생 시절 프로의 마인드를 알려줬고 부침을겪을 때 어떻게 다스리는지 알려준 분이죠. 프로리그에서 1승을 거뒀을 때 함께 기뻐했고 자만하지 말라며 충고하던 선배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며칠 전 온게임넷 스파키즈 숙소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스승 차재욱이 보낸 편지였다. 신상문은 편지를 읽자마자 답장을 보냈다. 선배가 그립다며, 요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모든 것이 스승의 도움이라며.
“프로리그에서 차재욱 선배와 경기하고 싶어요. 두 팀의 에이스 자격으로 맞붙고 싶습니다. 재욱이형은 공군 에이스의 진정한 에이스가 되고 온게임넷의 에이스 신상문이라는 이름으로요. 제게 프로의 세계를 보여준 선배와 일합을 붙고 싶은 건 당연한 것 같아요.”
◆목표는 다승왕
신상문의 경쟁자는 세 명이다. KTF 이영호와 르까프 이제동, SK텔레콤 도재욱. 현재 다승 순위 4걸에 올라 있는 선수들이다. 이 가운데 이영호와 이제동은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고 도재욱은 4강에 두 번이나 진출한 바 있다. 이름 값으로 따지면 신상문이 최하위다.
“멋진 선수들과 경쟁자라는 사실만으로 기뻐요. 그 사실에 만족할 생각은 없습니다. 최고가 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는 프로의 세계에 종사하고 있기에 그들을 모두 누르고 1위를 지킬 겁니다.”
![[피플] '미라클 보이' 신상문 "2009년은 행복의 시작"](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1021324190005710_4.jpg&nmt=27)
신상문은 다승 랭킹 상위에 있는 선수들과 경기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최고라는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도재욱과 한 번 승부한 적이 있지만 패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도전자라는 생각을 갖고 덤빌 생각입니다. 3라운드부터 승자연전방식으로 경기를 하잖아요. 그 때 최고의 자리가 결정될 겁니다.”
신상문은 다승왕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승자연전방식의 특성상 프로리그 방식보다 승수를 쌓기가 수월하고 맞대결에서 이길 경우 승수를 챙기는 것은 물론 팀의 승리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은 온게임넷 스파키즈와 신상문이 모두 1위에 오르는 해입니다. 양보할 이유가 없죠. 광안리 결승 현장에서 우승컵을 높이 드는 원동력이 되겠습니다.”
개인리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 프로게이머들의 마음 속에는 ‘개인리그 우승’이라는 원대한 목표가있다는 사실을 아는 기자는 질문을 던졌다. ‘단지 팀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플레이어가 될 것인가’라고.
“양 방송사 개인리그에 올라갔죠. 욕심이 없다고 하면 프로게이머가 아니죠. 신상문이라는 이름, 온게임넷 스파키즈라는 이름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세 개의 리그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려고요.”
신상문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2008년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라 한다면 2009년은 성적이라는 결실을 내야 할 때라고 했다. 소처럼 큰 눈을 가진 신상문이 소의 해를 맞아 스타 플레이어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