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박태민-서지훈 "인생의 동반자"(1)](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2101557400007145dgame_1.jpg&nmt=27)
공군에 입대해 곧 나라의 부름에 응답할 박태민과 서지훈이라면 이 말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만한 프로게이머다. 이들은 1984년 동갑내기(서지훈은 85년 2월생이지만 학년이 같아 친구처럼 막역하게 지낸다)로 한동안 GO(현 CJ)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해온 친우들이다.
사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공군 입대가 결정된 뒤 이미 한달 전부터 숙소에서 나와 각자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 박태민의 집이 일산이라 서울 나들이를 꺼릴까 섭외 과정에서 걱정도 했지만 서지훈과의 만남에 흔쾌히 응했다.
![[피플] 박태민-서지훈 "인생의 동반자"(1)](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2101557400007145dgame_2.jpg&nmt=27)
약속 장소인 강남의 한 카페에 먼저 도착한 박태민은 기자에게 "살이 좀 빠진 것 같다"며 아는 척을 했다. 무척이나 반가운 소리여서 자세히 살펴보니 쉬는 동안 몸관리를 한 박태민은 피부도 좋아지고 살도 어느 정도 빠져있었다. 결국 자신을 더 봐달라느나 관심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또 쉬는 동안 운전면허증도 땄다며 자랑을 했다. 하지만 아직 홀로 운전대를 잡아본 경험은 없다고. 아무튼 '수다쟁이'라는 별명답게 한 동안 세상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던 중 서지훈이 합류해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고 화제 '공군 에이스'
이들 두 청년은 모두 군대에 대해서 막연하게나마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유는 10년 가까이 프로게이머로 지내며 퇴보된 '저질 체력' 때문. 공군 입대를 위해 체력검사를 하던 중 다른 경쟁자들에게 한참이나 뒤쳐진 자신들을 돌아보게 됐다고.
이에 대해 먼저 입을 연 것은 서지훈이었다. 서지훈은 "태민이는 공군 체력 검정 시험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달리기 연습을 한 것 같았다. 태민이는 중위권에서 곧잘 달려 안정권이었는데 나는 끝에서 세는 것이 빠를 정도로 순위가 하위권이었다"고 회상했다.
옆에서 서지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태민 역시 "육군은 모든 남자들이 가는 곳이지만 공군은 테스트를 거쳐 가기 때문에 다른 것 같다"며 "체력만 놓고 봤을 때에는 공군이 육군보다 나을 것"이라고 벌써부터 공군의 편을 들었다.
공군의 체력검사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공군 에이스와 관련된 내용으로 화제가 전환됐다. 쉬는 동안 원 소속팀보다도 공군 에이스의 경기를 더 챙겨보게 됐다고. 오영종의 활약에 다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단다.
박태민은 "공군에서 현재 부족한 종족이 저그라고 한다. 내가 팀에 합류하면 큰 힘이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박)정석이형을 비롯해 오영종, 한동욱 등과 함께 종족 균형을 이룬다면 강한 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내심 공군 에이스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과 우승도 자신의 힘으로 이뤄내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서지훈도 같은 의견이었다. 서지훈은 "공군 에이스에 가는 것이 입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이적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팀 동료를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서 연습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당장 포스트시즌까지 오르기 힘들겠지만 워낙 경력도 좋고 다들 잘하던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중위권 성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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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과 부모님 등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공군 입대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팬들은 선수 경력을 이어갈 수 있어서이기도 하고, 공군 에이스로 경기장에서 계속 만날 수 있어서 좋아한다고 했다. 부모님들 역시 아들의 건강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좋아하신다고.
하지만 공군 입대를 모두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서지훈은 "공군 입대가 확정된 뒤 부모님께서 싫어하시는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내심 육군을 더 원하신 것 같다"며 "아무래도 허약한 체질을 바꿔 육군에서 '단련'하고 오길 바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강한 남자'가 되길 바라시는 부모님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는 것을 보니 소년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던 서지훈이 어느새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서지훈 "박태민이 누구야?"
박태민과 서지훈의 만남은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기억과 추억 때문에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은 흐릿했다. 2000년 하반기에 열린 챌린지 리그로 두 사람 모두 추억 여행을 떠났다.
먼저 상대의 인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것은 서지훈. 당시를 떠올리면서 "경기석에서 박태민을 처음 봤는데 사실 '박태민이 누구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서지훈이 게임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와 맞붙어도 이기리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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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훈은 "당시에도 경기장에 나설 때면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그 다음해에는 그때보다 더 '최고'라는 생각을 가졌지만"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99%의 자신감과 1%의 거만함으로 상대를 대했던 서지훈은 박태민에게 패했다. 서는 "사실 경기 전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말을 들어 알고 있었다. 애써 그 경력을 지우고 내가 이길 수 있다는 마인드컨트롤을 하기 위해 '누구야'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박태민도 첫 만남에 대해서 기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적인 내용보다는 경기 외적인 주변 환경에 대한 기억이 더 컸다. 박태민은 "2000년에 내 경력이라면 WCG 챌린지(WCG가 정식 대회가 되기 전 개최한 시범경기)에서 우승한 것밖에 없다"라고 한 뒤 "당시 프로게이머를 하기 위해 학교를 쉬던 중이었다. 하지만 다시 복학을 하고 게임과 학업 중에서 갈등을 하던 시기"라고 말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고 정신집중도 못했으니 어찌 제대로된 연습을 했을 수 있었을까. 박태민은 챌린지 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예선전에 출전했지만 앞이 깜깜했다고 한다.
박은 "정말 PC방 예선이었는데 연습을 하나도 안 했기 때문에 속으로 제발 '저그만 걸려라'하고 빌었다. 그런데 정말 저그만 걸렸고 챌린지리그에 올랐다. 지훈이와의 경기는 연습 부족으로 이상한 경기를 했다는 기억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프로게이머들은 이긴 것보다는 패해서 자신이 '갚아야할 것'을 기억하는가 보다. 서지훈은 박태민에게 패한 뒤 당시 기억을 자세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박태민 이적 "나 살려고…"
GO를 이끌던 두 선수의 우정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2005년 초 박태민이 SK텔레콤으로 이적한 것. 여러 사정이 맞물려 팀을 옮기게 됐지만 이 두 스타들에게는 '생이별'이나 다름 없었다.
또 서지훈에겐 좋은 환경으로 도망간 박태민이 미울 법도 했고, 박태민에겐 친구를 버리고 가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두 거산(巨山)에게는 세간의 말이나 시셈따위는 어울리지 않았다.
박태민의 이적 당시를 회상하며 서지훈은 "프로게이머에게도 프로의 자격이 있다. 당연히 이적할 수 있고, 더 나은 환경을 찾아 가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박)태민이를 부러워한다거나 팀의 필요에 의해서 보낸 것이라는 것 따위는 애당초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GO에서 하고 싶었던 일이 더 있었고, 욕심을 내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태민은 이적 상황을 떠올리며 외부 상황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한다. 팀을 옮기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태민은 "개인리그에서 우승도 차지했는데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답답함이 내 몸을 휘감싸고 있었다. 난 정말 말도 많고 성격도 활달한 편인데 GO의 팀 컬러하고는 전혀 맞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박태민은 "내가 팀을 떠난다고 해서 GO의 전력에 큰 타격을 가했다면 분명 주저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벌써 마재윤이 실력자로 성장한 뒤였기 때문에 주저 없이 새 환경을 찾아 떠났다"고 말했다. 박은 "솔직히 나 살려고 SK텔레콤으로 이적한 것이다. GO에 계속 있었다면 SK텔레콤보다 나은 기회가 찾아 왔을까"라며 말 끝을 흐렸다.
◆성적 지상주의 '환멸'
서지훈이 GO로 입단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태민이 합류했다. 서로 나이도 같고 팀에서 막내로 지내며 자연스럽게 가장 친한 친구로 발전한 것. 당시에는 서로 청소며 설거지며 온갖 일을 나눠 했다고. 지금은 각자 팀에서 최고참이었던 것을 생각했을 때 정말 까마득한 옛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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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민은 "나이도 제일 어렸지만 팀에도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막내가 하는 일은 도맡아 했던 것 같다. 그 때 (서)지훈이는 성적도 좋고 촉망받던 선수이기 때문에 나보다 생활 면에서 나았다"고 말했다.
서지훈도 박태민의 말에 인정했다. 서지훈은 "팀에 선수들이 몇명 되지 않았고 한 선수가 우승을 하면 그 돈으로 팀 운영비를 나눠 쓰던 시절이었다. 돈 문제로 팀이 힘들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때가 팀이라는 이름에는 더 어울렸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지훈은 "하지만 이제는 시절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당장의 돈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팀이 팀워크를 가지고 있는 공동체로서 강조돼야할 때"라고 말했다. 또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떠받드는 것은 지양할 일이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선후배가 나뉘며 해야 할 일이 정해졌는데 최근에는 과거보다 오히려 더 성적을 내는 어린 선수를 애지중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지훈은 "어린 선수들이 선수로서의 마음가짐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이기는 맛에 빠지는 것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선배들이나 감독 등 코칭스태프에서 잡아줘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에 박태민 역시 안타까움을 전했다. "올드 플레이어들과 어린 선수들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운을 뗀 뒤 "어린 선수들은 다음 출장의 기회가 있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패해도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올드 게이머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내일은 없다. 한 번 패하면 그 패배를 회복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말했다.
이는 팀에서 어린 선수들에게는 지속적인 기회를 주지만 군 입대를 눈 앞에 둔 나이가 꽉찬 선수들에게는 한 경기가 바로 은퇴 경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실제 박태민은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가 시작된 뒤 한 경기에 출전했고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후 단 한 차례도 출전을 하지 못하고 군입대를 발표했다. 이 사이에 SK텔레콤 저그는 치욕의 13연패를 당했다. 박태민은 지금도 승리를 자신했다.
박태민은 "물론 출전했다면 연패도 끊고 승리를 챙겨줄 자신도 있었다"고 했다. 또 "하지만 팀이 원하는 것은 내가 아닌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었기 때문에 출전 명단에서 빠지는 것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 둘은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지켜야 할 예절이 있고, 규범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갖추지 못한 어린 선수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제대로 못하는 현실이다. 감독들의 세심한 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공통된 의견을 말했다.
*2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