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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休)] STX 축구 대결 현장을 가다

빡빡한 일정 탓에 쉬는 날이 거의 없는 프로게이머들에게 선수들의 휴식 시간을 엿보는 ‘휴’ 코너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STX 선수들이 쉬는 날 단체로 축구를 하러 갔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진영수를 필두로 자주 구기 종목 시합을 벌인다는 STX 선수들의 축구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오후 4시 서울 영등포 공원 풋살 경기장에 모인 STX 선수들. 주장 진영수와 김윤환이 가위바위보를 통해 선수 선발전을 가졌다. 가장 마지막에 남은 선수는 김경효와 이신형. 워낙 몸집이 작아 공을 차는 힘과 속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선수들의 설명이다.


진영수 팀은 김경효를 포함해 조일장, 김윤중, 박재석 코치로 구성됐고 김윤환 팀은 이신형, 박성준, 김구현, 조규백 코치로 구성됐다. 1시간 동안 골을 더 많이 넣은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 팀이 통닭을 사기로 합의했다.


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김윤환이 재빠른 단독 드리블로 첫 골을 기록했다. 실력이 좋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했다. 이리저리 공을 굴리며 선수들을 제치고 상대 골대로 향하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미니 축구장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따로 골키퍼가 없다. 체력이 빠진 선수가 돌아가며 골키퍼를 맡아 하는 것이 풋살의 룰이기도 하다. 진영수 팀은 김경효와 박 코치가 돌아가며 골키퍼를 봤고 김윤환 팀은 김구현과 박성준이 대부분 골문을 지켰다. 하지만 선수들이 농담처럼 말하는 ‘높이’의 김구현과 ‘넓이’의 박성준이 든든히 골문을 지키는 김윤환 팀이 확실히 골을 잘 막아내 5대2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구현의 반칙. 김구현은 골을 드리블 하는 선수들에게 무조건 손으로 잡기, 발 걸기 등 다양한 반칙 기술(?)을 선보였다. 키가 큰 김구현이 잡으면 다른 선수들은 속절없이 넘어지지만 딱히 제지하는 선수는 없어 보였다. 다들 ‘그러려니’하는 분위기인 것을 보니 평소에도 김구현이 자주 반칙을 하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김구현의 반칙 러시로 인해 사고가 터졌다. 김구현과 몸싸움을 벌이던 김경효가 넘어진 것. 하지만 선수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 “못 걸을 정도가 아니면 빨리 경기 진행해”라는 등의 반응뿐이었다. 알고 보니 김경효는 보기와 다르게 몸이 약해 가볍게 부딪혀도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역시 남자들은 운동할 때 인정 사정 봐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뻥’축구 수준이었지만 신나게 뛰며 땀 흘리는 선수들에게 축구 실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더 많이 골을 넣는 것보다 누군가와 팀을 이뤄 승부를 겨루는 것 차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역시 프로게이머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지친 모습이 역력한 상황에서 전반이 종료됐다. 전반전 스코어는 김윤환 팀의 5대3 리드. 김윤환의 빠른 돌파와 박성준의 환상적인 수비, 김구현의 철벽 방어가 만들어 낸 결과였다(사실 말만 거창하게 했을 뿐 양팀의 실력 차이는 별로 나지 않았음).





반면 진영수 팀은 초반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진영수가 빠른 돌파로 찬스를 만들어 냈지만 뒤를 받쳐 주는 선수가 없었던 것. 그나마 조일장이 공격에 가담해 열심히 뛰었지만 아직은 공을 컨트롤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자주 공을 빼앗겼다. 힘은 있지만 요령이 없는 슛으로 5미터가 넘는 담장을 넘기는 슛도 서슴지(?) 않았다.




후반에 들어가자 모두 지쳐있는 상황에서 김윤환과 김윤중만이 전반전과 비슷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특히 김윤중은 약간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반팔을 입고 뛰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10명의 선수를 통틀어 가장 열심히 뛴 선수는 누가 뭐래도 김윤중이었다.




후반전도 김윤환 팀의 압도적인 경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후반으로 가면서 조일장의 ‘무작정 돌파’가 통하며 조금씩 따라잡기 시작했지만 이미 승부가 많이 기울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역전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후반전이 끝났을 때 김윤환 팀이 10대7로 승리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진영수 팀 선수들은 “복불복 경기를 하자”며 김윤환 팀을 유혹했다. 김윤환 팀은 “우리가 경기에서 이겼으니 치킨은 진영수 팀이 사고 음료수 내기를 다시 하자”며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지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승부사였다. 결국 진영수 팀은 ‘승리’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음료수 내기 복불복 게임을 하자는 김윤환 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대신 게임은 자신들이 정하겠다고 하는 모습에서 마치 1박2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진영수팀이 제안한 복불복 게임은 ‘골대 앞에 서있는 선수들을 공으로 맞추기’였다. 하지만 ‘뻥’축구의 달인인 선수들이 움직이는 사람을 맞추기가 쉽지만은 않았던 듯 10명 모두 한 명도 맞추지 못했다. 그러자 조 코치가 “공을 피할 수도 없게 뒤로 돌아 앉아있자”고 제안했다. 생각만 해도 조금 무서운 복불복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STX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자주 있는 일이란다.

이전에는 축구 경기가 끝나고 진 팀이 또 하나의 게임을 제안했다고. 그래서 STX 선수들은 초등학교 운동회 때나 볼 수 있던 릴레이 계주를 했다고 한다. 릴레이 계주를 하며 목숨을 걸고 뛰는 선수들이 정말 많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그런 '계략'에 넘어가는 것을 보니 아직은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조 코치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김윤환팀 선수들이 뒤로 돌아앉았다. 진영수 팀은 회의 끝에 공을 땅볼로 굴려 사람을 맞추기로 합의했다. 첫 타자가 공을 땅볼로 굴려 차 이신형의 등에 맞았다. 다음 타자도 공교롭게 이신형을 맞춰 이신형은 생각지도 않은 ‘동네북’이 돼 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조 코치는 이신형과 자리를 바꿔주는 매너를 발휘하기도.



마지막 타자가 박성준을 맞추며 진영수팀은 총 3명을 맞췄다. 이 정도면 매우 좋은 성적. 김윤환팀이 선수들을 맞추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진영수는 맞기 싫다며 골대에 매달리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김윤환 팀의 성적은 의외로 좋지 않았다. 4선수가 모두 한명도 맞추지 못했던 것. 하지만 마지막 박성준의 강슛을 진영수가 피해 ‘반칙’을 범했다. 원래 공을 피하지 않기로 양팀이 합의를 봤지만 박성준의 마지막 강슛은 피할 수 밖에 없었나 보다. 김윤환팀은 반칙이라며 마이너스 3점을 주장해 무승부라고 외쳤고 진영수팀은 그런 것이 어디 있냐며 한바탕 싸움이 시작됐다.



결국 김윤환팀이 패배를 시인했고 진영수팀은 통닭을 사는 대신 음료수는 얻어 먹을 수 있다며 기쁜 마음으로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승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쨌든 지는 것은 싫은가 보다.

진영수팀이 맛있는 통닭을 샀고 8명의 선수들과 2명의 코치는 맛있게 통닭을 먹으며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았다. 다들 열심히 뛰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다리가 풀린 선수도 있었지만 모두들 오랜만의 운동이 재미있었던 듯 신난 얼굴이었다.

“비록 축구를 잘하는 선수는 없지만 같은 팀 동료들과 신나게 땀 흘리며 운동을 하고 나면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요. 오늘 경기는 일방적으로 진행되다 막판에 흥미 진진했죠. 다양한 공동 활동을 통해 탄탄한 팀워크를 다지고 있어요. 아마 4, 5라운드에서는 더 강해진 STX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STX 선수들은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으며 “몰골이 말이 아니다”고 멋쩍은 듯 웃었지만 사진에서만은 어느 때 보다 건강하고 멋있어 보였다. 욕설 한번 하지 않고 항상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는 STX 선수들의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체력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글,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매주 목요일은 휴(休)와 릴레이 인터뷰가 격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택뱅리쌍' 릴레이 인터뷰 김택용편은 다음주에 업데이트 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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