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생각대로T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2009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한 팀이 서서히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그 팀의 이름은 앞서 설명한 ‘Repute(이하 리퓨트)’다. 무명에서 명성을 얻어가는 리퓨트를 만났다.
리퓨트는 리더인 전병현, 돌격수 김청훈, 김현, 온승재, 저격수 김찬수로 꾸려졌다. 정식 팀으로 꾸려진 지 불과 한 달 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각자 소속된 클랜이 따로 있었고 만났다가 헤어지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 때 같은 팀으로 활약하던 선수도 있었고 온라인상에서 실력이 좋다고 소문난 선수를 영입하기도 하면서 지금의 리퓨트 팀을 꾸렸다.
리퓨트의 전신은 ‘더밴(THEVAN)’이라는 클랜팀이다. 스페셜포스 사용자들 사이에서 클랜전에 강한 팀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스페셜포스 방송 대회에서 우승한 팀들도 이 팀을 만나면 진땀을 뺄 정도로 팀워크가 좋은 팀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공식 대회에 출전한 적이 없었다.
리퓨트는 데뷔하자마자 내로라하는 팀들을 모두 격파하며 3연승을 달렸다. 순위도 당당히 1위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이합집산 체제다. 전병현과 김청훈, 김찬수는 광주에 살고 있고 김현은 대구, 온승재는 전주에 살고 있다. 아직 스폰서를 잡지 못해 서울로 입성하지 못했고 이렇다 할 연습실도 없다.
◆전병현-김청훈 ‘단짝’
리더 전병현과 돌격수 김청훈은 스페셜포스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친구다. 다른 멤버들은 여타 클랜에서 영입한 적은 있어도 전병현과 김청훈은 계속 같은 클랜, 같은 팀 소속으로 활동했다. 광주 출신이고 현재 연고도 광주에 두고 있어 마음이 잘 맞는 친구다.
“김찬수나 김현, 온승재 등 다른 멤버들과는 떨어져서 각자의 길을 걸은 적이 있지만 저희 둘은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어요. 스페셜포스가 맺어준 인연이랄까요.”
전병현과 김청훈을 보면 서수남과 하청일이 연상된다. 길쭉한 전병현과 짤막한 김청훈이 대화하는 장면은 어색하기 그지 없다. 게다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연발될 때면 주위에 있던 관계자들은 배꼽을 뺀다.
“그래도 경기할 때면 의견이 참 잘 맞아요. 의자에 앉아서 플레이를 해서 그런지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죠. 3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덕에 쉽게 풀어가는 것 같아요.”
◆김찬수-김현 “주니어 출신”
전병현과 김청훈 이외에도 단짝이라 불릴만한 선수들이 있다. 19살로 동갑내기인 저격수 김찬수와 돌격수 김현도 친한 친구다. 1991년생인 두 선수는 IT BANK 주니어에서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있다.
IT BANK는 이번 프로리그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IT BANK 레이저와 IT BANK 틴에이저 레이저라는 팀이 각종 대회에서 상위 입상하면서 명문 스페셜포스팀으로 자리잡았다. 김찬수와 김현도 IT BANK 소속의 ‘주니어’ 팀에서 청운의 꿈을 키웠으나 매번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팀을 나온 케이스다.
김현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스페셜포스를 시작했다. 친구따라 PC방에 갔다가 접하게 됐고 이후 클랜 생활을 하면서 전문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김찬수를 알게된 이후 여기저기 같은 클랜을 전전하다가 리퓨트에 둥지를 텄다.
김찬수는 이번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에 참가한 스나이퍼 가운데 가장 어리면서도 안정적인 킬수를 기록하는 선수로 정평이 났다. 뛰어난 상황 판당과 안정적인 샷 감각을 유지하면서 스페셜포스 드래프트 현장에서도 몇몇 팀 감독들의 눈에 들었던 김찬수는 영입 제의가 올 때마다 “리퓨트 선후배들과 팀을 꾸리고 싶다”는 말로 고사했다.
김현과 김찬수는 “리퓨트를 이끌고 있는 선배들이 개성도 강하지만 친화력에서는 다른 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막내들이 힘을 합쳐 선배들의 뒤를 받친다면 프로리그 첫 시즌 우승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카피대장’ 온승재
리퓨트가 연승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낸 선수는 돌격수 온승재다. 온승재는 상대가 아무리 많더라도 한 포인트를 돌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뚫고 들어가면서 ‘몸빵’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최근 들어 무모한 돌파 ‘정신’이 좋은 결과를 낳고 있지만 이전까지 무모한 결과를 냈기에 온승재는 동료들을 응원하는 ‘박수 부대’가 되기 십상이라고. 스페셜포스의 특성상 일찍 죽은 선수는 모니터 화면이 시커멓게 변하기 때문에 주위 선수들의 화면을 보며 파이팅을 외치는 역할을 주로 한단다.
온승재의 특징은 과감한 돌파 이외에도 남들이 먼저한 기술을 따라하는 것. 점프샷 등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금세 복제하면서 동료들에게 전파한다고.
전병현은 “절대 타이밍을 자랑하던 토비라는 선수가 있었어요. 온승재가 그 분한테 스페셜포스를 배웠는데 노하우를 100% 흡수한 것은 아니고 덜 빨아들여서 2%가 모자라요. 지금 무작정 돌파하는 정신으로 무장하고 2%를 메우려고 노력중인 선수죠.”
◆복수심으로 똘똘 뭉쳤다
리퓨트는 경기를 마치고 승자 인터뷰를 할 때마다 ‘불타는 복수심’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그동안 클랜전으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공식 경기에서는 거의 출전하지 못했고 이 팀, 저 팀 돌아다니면서 감내해야 했던 설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프로리그에 나서고 있는 지금도 독기는 여전하다. 다른 팀들이 스폰서를 받으면서 프로화되어 가고,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준비하지만 리퓨트는 주말 경기를 위해 토요일에 각자의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 연습실도 없어 온라인 상으로 모여 전략을 구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리더 전병현은 “드래프트 선발전이나 평가전, 지금 열리는 프로리그 모두 불타는 복수심을 머금고 준비했고 준비하고 있어요. 프로리그라는 규칙적으로 열리는 대회를 통해서 리퓨트의 강점을 모두 보여드리고 스폰서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리퓨트 파이팅!”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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