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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민찬기-김윤환 "수어지교, 우릴 보고 하는 말"

[피플] 민찬기-김윤환 "수어지교, 우릴 보고 하는 말"
수어지교(水魚之交).

중국 한(漢) 말 한의 부흥을 목표로 군사를 일으킨 유비는 관우, 장비 등과 의형제를 맺는 등 용장을 거느렸으나 거점의 기반이 없어 종형 유표에 의탁해 형주에 머물고 있었다. 이때 서서의 천거로 제갈공명을 만났고 그와 뜻이 맞아 스승의 예로써 침식을 같이한다. 이에 관우와 장비 등이 불만을 제기하자 유비는 "나와 제갈량의 관계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이치"라며 두 동생을 나무랐다.
e스포츠에 유비와 제갈량처럼 만나자마자 뜻이 통하고 서로에게 속내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친구사이가 있다. MBC게임 소속으로 얼마 뒤 공군에 입대할 예정인 민찬기와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히어로 플러스 김윤환이 그 주인공.

언뜻 보기에 이들의 만남은 어색하기 그지 없다. 종목도 다르고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도 다르기 때문. 사실 이 둘이 만난 것 역시 불과 석 달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친하다며 '절친'임을 자부하고 있다. 이 둘의 이색적인 만남을 들어봤다.

◆혼자 밥 먹는 찬기가 불쌍해
민찬기는 공군에 입대 신청을 한 뒤 한동안 방황했다. 숙소에서 나와 집에 머물며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윤환과 만남을 갖게 됐다. 민찬기는 "방황을 하던 중 공군 에이스 입대가 결정 단계에 들어섰고 MBC게임단 윗분들을 만나 인사를 드리려 본사에 간 날 (김)윤환이를 처음 만났다"며 첫 만남을 회상했다.

당시 MBC게임 히어로 플러스는 창단이 확정된 뒤 민찬기와 같은 이유로 MBC게임 본사에 있었다. 본사 업무를 마친 뒤 플러스는 유니폼을 맞추기 위해 동대문 일대를 샅샅이 뒤졌고 민찬기도 하태기 감독과의 인연으로 쇼핑에 동행했다.

시장을 한참 헤매고 다니던 이들은 식사시간이 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고 함께 어울려 밥을 먹었다. 처음 얼굴을 본 민찬기가 스페셜포스 팀과 어울리지 못한 것은 당연지사. 이때 김윤환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김윤환은 “혼자 밥을 먹고 있는 (민)찬기가 그렇게 불쌍해 보일 수 없었다”며 “누군가 구제를 해줘야 하는데 동갑이라는 무기를 들고 먼저 말을 건넸다”고 했다.
민찬기는 “손을 먼저 뻗어준 윤환이가 정말 구세주 같았다”며 “숙소에서는 항상 동료들과 함께였지만 혼자가 된 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밥을 먹는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피플] 민찬기-김윤환 "수어지교, 우릴 보고 하는 말"


◆살 부대끼며 ‘절친’ 발전

이렇게 첫 만남을 어색함 속에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살을 부대끼며 함께 지내게 된다. 스페셜포스 팀이 문래동의 한 아파트에 숙소를 정한 뒤 민찬기에게 스페셜포스 숙소에 머물며 연습을 해도 좋다는 팀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찬기는 POS 시절 이후 처음으로 선수들끼리 밥을 해먹고 잠도 자는 단체 생활을 하는 것이었고, 스페셜포스 선수들은 단체 생활의 경험을 갖고 있는 민찬기에게서 이것저것 노하우를 배웠다.

민찬기는 “스페셜포스 선수들과 열흘 정도 함께 보냈는데 POS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아 정말 재미있었다”며 “가위바위보로 식사 당번을 정하고 청소 당번을 정하는 등 자잘한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민찬기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절친’ 김윤환과 친분을 쌓은 것. 민찬기는 “윤환이는 정말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다”며 “어른들에게 하는 행동이나 동생들을 대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바로 윤환이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윤환은 함께 생활하며 민찬기의 게임 센스에 놀랐다고 한다. 아무리 프로게이머라고는 하지만 처음 대하는 게임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줘 놀랐다고. 김윤환은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스페셜포스를 가르쳐준다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실력을 발휘해 깜짝 놀랐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친해지자마자 “안녕”

이후 이들은 연습시간이 끝나면 의기투합해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술도 한 잔씩 나눴다. 술을 못하는 민찬기이지만 김윤환 등과 어울리는 자리라면 빠지지 않고 다녔다. 얼마 남지 않은 사회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함께 보내고 싶었다고 한다.

군에 입대하는 민찬기를 바라보는 김윤환의 심정은 어떨까. 드는 자리는 몰라도 나는 자리는 쉽게 알 수 있다고 함께 숙소 생활을 하다가 가장 먼저 숙소를 떠난 것도 민찬기였다.

김윤환은 우선 민찬기의 결정에 존경해마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그는 “사실 21살이라는 나이에 군입대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그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민찬기가 대단해 보인다”며 “친해지자마자 헤어진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앞선다. 하지만 민찬기는 이미 실력이 검증됐기 때문에 어디서든 제 몫은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찬기는 김윤환의 말에 짐짓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을 몇 번 보지도 못하고 헤어진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앞섰기에 일부러 덤덤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민찬기는 “갑자기 입대하는 것이 아닌데도 괜히 윤환이에게는 미안하다”며 “하지만 편지나 인터넷으로 계속 연락할 테니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피플] 민찬기-김윤환 "수어지교, 우릴 보고 하는 말"


◆2년 뒤 다시 만나자
민찬기와 김윤환은 앞으로 떨어져 지낼 서로를 더 많이 걱정해줬다. 민찬기는 군대라는 새로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김윤환은 이제 첫 발을 뗀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에 참가하면서도 자기 자신보다 친구의 앞날을 걱정하며 진한 우정을 과시했다.

민찬기는 김윤환에게 “내가 스페셜포스를 몰랐을 때에는 감히 이런 말도 못한다”라고 전제한 뒤 “스페셜포스만큼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보기는 힘들 것이다. 매력적이며 멋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윤환이가 활약하는 모습을 TV 화면으로나마 보며 응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윤환이가 맏형으로 있기 때문에 히어로 플러스가 예쁘고 멋진 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김윤환은 민찬기에게 “만나자마자 이별이라는 말을 몸으로 느끼지 정말 아쉽다”며 “돌아온 뒤 부디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서 그는 “공군에 입대한 뒤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되면 직접 찾아가 응원도 하겠다”며 “꼭 멋진 경기를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함께 가방을 사러 가기로 했다. 김윤환이 가방이 필요하다고 하자 민찬기가 봐둔 것이 있다며 함께 가자고 했고, 김윤환은 더 볼 것도 없이 그 가방을 사겠노라며 화답했다. 2000여 년 전 고사가 실로 잘 들어맞는 만남이 아닌가.

오상직 기자 sjoh@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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