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리그가 10년째 진행되는 과정에서 채팅은 매너부터 욕설까지 다양한 방식의 표현 수단으로 활용됐다. 최근 ‘p연타(경기 중단 요청)’나 ‘gg(항복 선언)’을 제외한 다른 내용은 입력하지 못하도록 규제가 된 것도 채팅이 상대 플레이어에게 방해가 되거나 방송으로 송출될 때 부적절한 내용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에 한글 채팅이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햇수로 5년 전 2005년이 되어서야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 한글로 채팅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채팅은 영어로만 가능했기에 채팅에 관한 제재는 거의 없었다.
선수들은 영어로 의사표현을 해야 했기에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웠고 심리전을 걸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경기 도중 도배 수준으로 채팅 러시를 하는 등 몇 사례를 제외하곤 대부분 허용됐다.
당시 경기를 보면 들어가자마자 ‘gg(good game)’, ‘gl(good luck)’ 또는 ‘hf(have fun)’ 등을 입력하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글 채팅 심리전 활용 방지 위해 금지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의 1,12 패치를 시행하면서 2005년 초부터 한글 채팅이 가능해졌다. 경기 중에도 선수들은 익숙한 한글 자판을 통해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가 생겼다. 공식 경기에서 한글 채팅과 관련한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을 때였다.
2005년 4월13일 다음다이렉트 듀얼토너먼트에 출전한 임요환은 문준희와의 ‘포르테’ 경기를 진행하던 중 '좁아ㅠㅠ'라는 메시지를 공개창에 띄우면서 심리전을 시도했고 이를 통해 승리했다. 이후 관계자들은 한글 채팅으로 인해 심리전을 걸 수 있기 때문에 채팅을 금지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이와 관련한 규정이 마련됐다.
◆채팅 관련 첫 경고
채팅과 관련해 처음으로 경고 조치가 내려졌을 때에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2005년 7월21일 서울 삼성동 세중게임월드에서 펼쳐진 6차 MSL 패자조 결승에 출전한 KTF 박정석이 4경기 도중 '--'라는 채팅을 했고 이에 대해 경고 조치와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협회 규정에 채팅은 인사, 게임항복선언, 돌발상황에 따른 경기 중단 요청을 제외하고는 할 수 없다고 명시된 이후 채팅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게임팬들은 “채팅을 할 수도 있는 동료 사이에 가혹한 판정이다. 규정 개정 내용을 팬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경고를 내리고 벌금 50만원까지 부과하는 것은 너무하다”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욕설 채팅 방송으로 생중계
채팅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사례는 온게임넷 이승훈의 욕설 사건이다. 이승훈은 2006년 10월16일 스카이 프로리그 후기리그 KTF 매직엔스와의 경기에 출전, 실수로 공개 채팅으로 욕설을 입력했고 이 내용이 생방송으로 중계돼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이승훈은 같은 팀과 동맹을 맺은 상태에서 채팅을 하려 했으나 실수로 공개 창에 욕설을 입력해 벌금 100만원과 프로리그 세 경기 출전 금지 조치를 받았다.
당시 상벌위원회 의원들은 논의 끝에 프로게이머로서 부주의한 행동을 하여 명예를 실추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고, 향후 유사사건 발생시 기준이 될 수 있어, 사안이 중한 만큼 일벌백계가 필요하지만 고의성이 없고 신인선수임을 고려해 벌금 100만원과 프로리그 3경기 출전금지 처벌을 결정했다.
한편 향후 유사사건 발생 방지 차원에서 이번 논의내용을 전 게임단에 공지하고 사례전파 및 소양교육을 실시 할 수 있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채팅 외에도 선수들의 입 모양을 통해 비속어로 추정되는 화면이 나가는 사례가 있어 이점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를 실시하도록 했다.
◆손찬웅의 ‘선(先) GG’로 규정 강화
이승훈의 욕설 채팅 이후 채팅 관련 규정이 강화됐다. 각 팀에서도 선수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규정에 대한 지도를 계속한 덕에 채팅 위반 사례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위반시 주의나 경고를 받을 경우 프로리그 득실에 반영되기 때문에 선수들이나 팀들 모두 주의한 결과다.
지난해 12월24일 바투 스타리그 36강 경기에서 화승 손찬웅이 유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항복 선언을 하면서 규정이 강화됐다. 당시 손찬웅은 김재춘과의 경기에서 다 이긴 상태에서 ‘zizi yo’를 입력함으로써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gg’라는 표현이 패자가 패배를 승복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전달한 것도 아니고 유리한 상태에서 먼저 패배 선언을 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협회는 사무국 관계자 회의를 통해 ‘gg’와 관련된 규정을 개정할 필요성을 제기했고 2009년 1월부터 3월말까지 강화된 규정 개정과 관련한 계도 기간을 갖고 4월부터 정식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신상문 ‘PP’로 몰수패
2009년 1월에 개정된 규정에는 경기 중지 요청을 표기할 때에는 ‘ppp(p를 세 번 연타)’를 입력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숙지하지 않은 하이트 신상문이 모니터 화면이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해 ‘pp(p를 두 번만 입력)’라고 입력하면서 몰수패를 당했다.
또 강화된 ‘gg’ 규정으로 인해 몰수패가 연속적으로 나오면서 선수나 팀으로부터 규정 완화 및 개정 요구가 제기됐다. 이에 협회는 5월7일 관련 규정을 ‘ 선수는 채팅창에 자판의 “P”키를 연타함으로써 경기 일시 중단 요청을 할 수 있으며, (단, 키보드의 입력에 문제가 생길 때에는 거수로 경기 중단 요청을 한다.) 심판은 "Pause" 명령을 내림으로써 경기를 중단시킨 뒤 “심판판정”규정에 따른다. 또한 “p”키 연타 이외의 문자 입력 시 해당 심판이 상황을 판단하여 판정한다.’로 수정했다.
◆박태민 ‘a’ 입력 몰수패
지난 13일 박카스 스타리그 2009 36강 C조 경기에서는 오랜만에 스타리그 본선에 올라온 공군 박태민이 2연속 몰수패를 당했다. 1세트에서 경기에서 패한 뒤 ‘ㅎㅎ’를 입력한 박태민은 ‘gg’ 규정 위반으로 경기 후 몰수패를 선언당했고 2세트에선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경기 화면에 영타를 입력하던 과정에서 엔터를 치면서 ‘a’라는 글자가 공개창으로 보여졌다. 실수로 인해 박태민은 2세트 시작 40초만에 몰수패를 당했다.
박태민 사태로 인해 누리꾼들은 “채팅과 관련한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랜만에 스타리그에 올라온 박태민이 규정으로 인해 제 플레이도 하지 못하고 떨어졌다는 것.
지금까지 채팅과 관련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규정을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후속 조치가 반드시 이뤄졌다. 박태민 사태 이후 협회와 각 팀 사무국이 어떤 방식으로 규정 개정을 진행할 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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