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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락의 핀포인트] 김정우의 혼을 뺀 김택용표 '성동격서'

2009년 5월 13일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4R SK텔레콤과 CJ 경기 4세트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친다.'
초한지나 삼국지 등 중국 고전 속에서 어김 없이 등장하는 전략으로 '성동격서'만한 것이 없습니다. 적군의 시선을 한쪽으로 유인한 뒤 후방을 공략하며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방법입니다.

지난 13일 SK텔레콤 김택용은 이 '성동격서'의 가르침 그대로 실천에 옮기며 CJ 김정우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습니다. 경기 내용에서 알 수 있듯 김정우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는데요. 승전계(勝戰計)의 하나인 성동격서로 김택용이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평범한 빌드로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김정우는 9드론 이후 오버로드와 스포닝풀을 차례로 준비하며 3해처리까지 늘렸습니다. 최근 앞마당을 먼저 가져가는 프로토스를 상대로 정석화된 빌드였습니다. 김택용은 상대 빌드와 상관 없이 프로브 정찰 이후 더블 넥서스를 택했습니다.


이 장면이 연출되기까지 김택용은 김정우의 시선을 잡아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크 템플러가 상대 진영 깊숙히 들어가기 위해선 절대로 들키지 말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김택용은 4기의 질럿을 김정우의 확장 기지로 보내 압박을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김정우는 질럿의 압박으로 시선이 쏠렸고 그 사이 다크 템플러가 김정우의 앞마당을 공략하며 드론을 다수 잡아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죠.



김택용의 견제에 상당한 피해를 받은 김정우는 이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불리하다는 생각에 초조함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김택용의 본진에 스커지를 보내 정찰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정찰을 하지 않아 커세어를 다수 보유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김택용은 김정우에게 들키지 않으며 모은 다수의 커세어로 오버로드를 상당수 잡아내며 다크 템플러로 얻은 이득에 더해 거의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김정우가 마침 럴커 체제로 바꿨기 때문에 커세어는 아무런 부담 없이 저그의 진영을 날아다닐 수 있었죠.

이때 만약 김정우가 커세어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정찰했다면 오버로드도 잃지 않았고 김택용에게 자원낭비를 강요해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후 김택용은 커세어로 휘두르며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얻으려 했습니다. 옵저버가 없었지만 럴커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아 럴커에 주눅들지 않고 아칸의 스플래시 데미지로 잡아가며 커세어-질럿의 조합된 병력으로 김정우의 진영을 게속 압박했습니다. 그 사이 확장도 늘려 자원을 더욱 많이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초반부터 계속 당하기만 했던 김정우도 그냥 물러서지만은 않았습니다.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는 밑바탕을 경기 후반 보여줬던 것이죠. 김정우의 후반 전투력은 정말 일류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럴커 한 기로 언덕을 지키며 김정우는 뮤탈리스크로 옵저버와 하이 템플러를 줄여줬습니다. 사이오닉 스톰이 없는 프로토스 병력은 히드라리스크-럴커 조합에 밥이 될 수밖에 없었고 프로토스 병력을 패퇴시켰습니다.

하지만 김정우가 극복할 수 있는 경기력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초반부터 입었던 피해가 워낙에 컸기 때문에 추가 병력이 모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던 것이죠.

결국 이 경기는 김택용이 승리를 거뒀습니다. 김택용은 경기를 이기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가 중국 고전을 알든 모르든, 또는 고사성어를 알든 모르든 본능적으로 승리를 찾아가는 탁월한 선수임에 틀림 없습니다.

박경락 junwi_[saM]

정리=오상직 기자 sjoh@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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