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KT 우정호 "이기고 쉬자"](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6122156510011745dgame_1.jpg&nmt=27)
지난 9일 우정호의 연승 행진은 막을 내렸다. 웅진 스타즈 김승현에게 장기전 끝에 패하면서 연승 숫자는 9에서 멈췄다. 2개월 동안 프로리그에서 한 번도 지지 않으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는 우정호는 “이제 편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9연승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우정호는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달라진 점은 별로 없고 한 번 이기니까 오래도록 막혔던 물꼬가 터지듯 승운이 찾아왔다고 했다.
“이스트로 신대근과의 경기가 정말 중요했어요. 저그를 상대할 때마다 어려움에 빠졌는데 그 날따라 잘 풀리더라고요. 원하는 플레이가 이뤄졌고 신대근 선수도 밀리기 시작하니까 당황했던 것 같아요. 그 경기를 이기고 나서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에는 잘 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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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점이 없다고 했지만 우정호를 지도하는 코치의 눈에는 변화된 모습이 눈에 띄기 마련. 이길만 코치는 “우정호만큼만 연습하고 준비하면 우리 팀 선수들 모두 기량이 향상될 것”이라 칭찬했다. 우정호는 다른 1군 선수들보다 30분 정도 먼저 연습을 시작하고 하루에 3~40경기씩 꼬박꼬박 소화한다. 오후 8시까지 기본 연습 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경기 이틀 전부터 새벽 1시까지 준비하는 자세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우정호는 “박정석, 강민 등 기둥 역할을 해준 선배들이 나가고 나니 프로토스 선수들 가운데 최연장자가 되어 버렸어요. 나이도 많은데 후배들보다 성적도 못내고 게으름까지 피운다면 모범을 보일 수 없잖아요.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고 늦게까지 연습하는 거에요.”
◆희비교차
“우쭐했죠. ‘곧바로 스타의 길로 들어서는구나, 인생이 쉽게 풀리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방심이 화를 불렀죠. 프로리그 데뷔전에서 공군 이주영 선수에게 졌어요. 그리고 나서는 서바이버 토너먼트에서 이윤열, 손찬웅 선수에게 2연패를 당했죠. 2주 뒤에 박지호 선수를 꺾으면서 공식전 첫 승을 신고했지만 이후에 또 다시 내리막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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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호는 2008년 동안 공식전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프로리그에 6번 출전했고 인크루트 스타리그 36강에서 MBC게임 이재호와 경기를 하기도 했지만 모두 졌다.
“2008년은 잊고 싶어요. 2007년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 잘 풀렸던 실타래가 모두 꼬였다고나 할까요. 정리하는데 정확하게 1년이 걸렸네요.”
2008년 우정호는 1군과 2군을 오갔다. 비슷한 시기에 입단한 동기들이 연습실에서 쫓겨나 온라인 연습생으로 강등되고 은퇴하는 등 시련을 겪었지만 그는 1군과 2군 사이에서 흔들렸을 뿐 연습생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성실한 자세를 코칭 스태프가 높이 산 덕이다.
◆마지막이다
2009년 우정호는 배수의 진을 쳤다. 올해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프로게이머가 된 지 3년째이지만 그동안 거둔 공식전 성적은 1승11패였다. 변하지 않으면, 독하게 변하지 않으면 들러리 인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1, 2라운드에서 우정호는 변화를 진행하던 시기였기에 눈에 띄지 않았다. 3라운드부터 강도경 코치가 본격적으로 우정호를 트레이닝하면서 서서히 달라졌다. 기본기와 정신력을 강조하는 강 코치와 호흡을 맞추면서 우정호는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바로 ‘이기고 쉬자’는 모토였다.
“남들의 승수를 챙겨주기 위해 프로게이머가 된 건 아니잖아요. 저도 이기고 싶고, 이겨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변하기로 했죠. 남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오래 연습하고 기본기를 더 탄탄하게 다듬었어요. 전에는 만족하다 싶으면 연습을 중단했지만 이제는 피곤하다 싶으면 연습을 중단합니다. 프로라면 이기고 나서 승리의 기쁨은 만끽하기 전까지 달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4라운드부터 우정호는 달라졌다. 만나는 상대마자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고 전문가들이 ‘과연 1승11패를 기록하던 선수였나’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로 강력해졌다. 스스로를 절벽에 밀어 넣고 마음을 다잡는 배수진 덕분이다.
◆롤모델=박정석
우정호는 프로게이머를 준비하기 전까지 테란 플레이었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가 그렇듯 임요환의 신들린 듯한 플레이를 보고 테란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다. 그러다가 프로토스로 전환한 이유는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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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스 선배인 박정석 선수가 임요환 선수를 꺾는 모습을 보고 반했어요. 스카이 스타리그에서 쏟아지는 물량과 현란한 전투 능력, 셔틀에서 하이템플러를 내리고 사이오닉 스톰을 쏘는 모습은 환상적이었죠.”
우정호는 그 길로 프로토스로 전향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박정석이 우승하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되새겼고 마음 속에 담았다. 그리고 프로게이머가 되었고 박정석과 한솥밥을 먹는 영광(?)을 얻었다.
“박정석 선수가 주장을 맡고 있었을 때 입단했죠. 선배들이랑 인사를 하는데 제 별명을 ‘신참’이라고 붙여줬어요. 감동이었죠. 좋아하는, 존경하는 선수와 같은 팀에서 뛸 수 있고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공군에 입대하신 뒤에 허전하긴 하지만 박정석 선배의 뒤를 제가 잇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기량 향상상 받고 싶다
우정호는 2009년 초반을 뒤흔든 우량주다. KT 매직엔스 뿐만 아니라 신인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프로토스 종족 자체에도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우정호의 목표는 남아 있는 5라운드 경기에서 5승 정도를 챙기는 것. KT가 프로리그 포스트 시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이 프로리그 기간 동안 그에게 주어진 임무다.
“언제나 팀이 먼저죠. 우정호가 있기 전에 KT 매직엔스가 있고 팀이 잘되어야 저도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팀이 없으면 저는 프로게이머 자격만 있지, 프로리그나 개인리그나 어느 대회도 나갈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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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호는 팀을 우승시키는 것이 선결 목표이고 개인리그 우승은 나중에 달성해도 되는 과제라고 했다. 그의 두 번째 목표는 상을 받는 것. 과거 e스포츠 대상이 존재할 때 기량이 향상된 선수에게 주어진 기량 발전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
“예전 수상자들은 받기 거북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도 있다고 들었지만 저에게는 의미있는 상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1승11패하던 제가 5할 승률에 근접했으니 자격이 있지 않나요.”
개인의 욕심보다 조직의 발전을 위하는 생각을 갖기 어려운 나이지만 대를 위해 소를 버릴 줄 아는 겸양을 갖춘 우정호. 오늘도 팀을 위해 보충 연습을 자청하는 그가 활짝 웃을 날을 기대해 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