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STX 김윤중 "다음 눈물은 결승전에서"](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6261156130012300dgame_1.jpg&nmt=27)
울음을 그친 한 남자가 여운이 남은 듯 눈가가 불그스레진 채 기자실에 들어왔다. 주인공은 STX 김윤중. 조그마한 키에 눈에 띄지 않는 선수였고 같은 조에 이성은, 우정호, 박지호 등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사실 김윤중의 스타리그 진출을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신도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지켜보는 관계자들 역시 김윤중의 눈물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김윤중이라는 이름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지난 10일 박카스 스타리그 36강 2차전 1세트. 최고의 테란 이영호와 팽팽한 경기를 펼친 끝에 기가 막힌 역전승을 일궈냈다. 비록 3전 2선승제의 경기 방식으로 인해 내리 두 세트를 패하면서 스타리그 16강에 들지는 못했지만 이 한 경기로 김윤중은 눈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땀을 흘렸음을 팬들에게 알렸다.
‘눈물 토스’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김윤중. 김구현을 이어 STX를 이끌 차세대 프로토스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김윤중을 만나 솔직 담백한 대화를 나눴다.
◆눈믈의 가족사
김윤중이 스타리그 예선을 통과하고 난 뒤 눈물을 쏟아낸 이유는 부모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부모님에 관련한 질문을 하자 잠시 말문을 멈춘 김윤중은 길게 심호흡을 했다. 눈가가 살짝 촉촉해진 김윤중은 어렵게 “부모님이 어렸을 때 헤어지셨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대구 집에 아버지와 여동생이 함께 살고 있단다. 더군다나 여동생이 김윤중보다 9살이나 어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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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여동생을 아버지 혼자 키우세요. 그리고 요즘 경제적인 사정이 많이 어려워서 아버지께서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시죠. 그런 아버지께 아무런 도움도 돼 드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어요. 제가 빨리 성공해서 아버지를 편하게 모시고 싶었거든요.”
2006년 STX 소울에 입단한 김윤중은 2009년이 될 때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빨리 좋은 성적을 내 돈도 많이 벌고 이름도 널리 알려 가족들에게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2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가족을 위해 빨리 좋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저를 믿고 서울로 보내주신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김윤중은 가족 이야기를 하며 눈가가 촉촉히 젖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이제 김윤중은 가족을 위해 강한 선수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고1 때 어머니를 본 이후 한번도 보지 못했어요. 많이 보고 싶어요. 그래서 자주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 모습을 어머니가 자주 보시게끔 방송에 제 얼굴이 자주 나갔으면 좋겠어요.”
숨기고 싶을 수 있는 이야기를 차분한 목소리로 털어 놓았던 김윤중. 모든 이야기를 들으니 그가 스타리그 예선을 통과하고 왜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그는 벌써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멋진 청년’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들러리가 되긴 싫다
김윤중은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STX에 입단한 뒤에도 다른 선수들에게 실력 면에서 뒤쳐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너무 가득해 오히려 자만심으로 변질됐다.
“처음에는 제가 엔트리에 못 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나도 저만큼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왜 나는 내보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가득했죠. 실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자만감이 오히려 저를 그르쳤던 것 같아요.”
김윤중은 스스로의 위치를 절감한 뒤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좌절감이 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 예선도 뚫지 못하고 프로리그에 자주 출전하지 못하다 보니 주전 선수 연습상대로 전락한 느낌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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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가 됐죠. 주인공을 빛내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조연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좌절이 먼저 왔어요. 그리고 나서 독기가 오더라고요. 정말 이를 악 물고 연습에 몰입했죠. 드라마 주인공이 한번은 돼 봐야 하지 않겠어요?”
사실 각 팀의 주전급 선수가 아니고서야 이런 고민은 프로게이머들이 100명이면 100명 모두 하는 고민이라고 한다. 김윤중 역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루에 12번도 더 했었다고.
“지금은 주인공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에요. 그리고 성과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잖아요. '눈물 토스'로 알려졌으니 슬픈 영화의 주인공은 한번쯤 해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이왕이면 감동적이라 슬픈 영화의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네요.”
예선도 통과하고 프로리그 엔트리에 이름을 조금씩 올리기 시작한 김윤중. 팬들도 조금씩 김윤중의 진가를 알아가고 있다. 점점 ‘매직 소울’의 주인공 자리를 넘보기 시작한 김윤중의 도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생을 바꿔놓은 경기
김윤중의 프로게이머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경기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지난 10일 이영호와 박카스 스타리그 36강 1세트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김윤중이 독한 마음을 먹게된 계기는 지난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시즌 위너스리그 SK텔레콤전이었디.
“원래 팀이 3대1로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김택용도 이미 잡았고요. 그런데 프로리그에 자주 출전하지 않던 고인규 선수가 내리 2킬을 성공시켰어요. 우리 팀은 이미 에이스 카드를 모두 사용한 후였죠. 에이스 결정전에 나갈 선수를 결정해야 했고 결국 제가 생애 첫 에이스 결정전에 출격했죠.”
김윤중은 '콜로세움2'에서 고인규에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했다. 그때 당시를 떠올리던 김윤중은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를 만큼 멍했다”고 회상했다. 김윤중은 그 경기로 프로게이머 인생을 바꿔놓을 만한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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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감독님이 ‘자신 있냐’고 물어봤을 때 속으로는 자신 없었지만 너무 출전하고 싶어 ‘네’라고 대답했어요. 제가 엔트리에 없었기 때문에 연습만 도와준 상황에서 자신감에 찰 만큼 준비가 안돼 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데 제 욕심으로 경기에 출전했고 결국 팀이 패하고 말았죠.”
김윤중은 그 경기가 끝난 뒤 엔트리에 이름이 없어도 모든 맵을 열심히 연습하게 됐다고. 자신에게 찾아온 인생의 기회를 자신의 안일함으로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그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지금쯤 그의 위치는 많이 달라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에게 누구나 기회는 찾아와요. 단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준비된 사람만 할 수 있는 특권인 것 같아요. 평상시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으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배웠죠. 그래서 엔트리에 이름이 없어도 내가 출전하지 않는 맵이라도 계속 연습하는 습관을 가졌죠. 많은 연습량이 업그레이드 시켜준 것 같네요.”
◆최고가 되길 꿈꾼다
'무적 함대' STX는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시즌 5라운드 7전 전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어떤 대포를 맞아도 침몰하지 않는 무적 함대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 하지만 김윤중 개인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다. 팀이 계속 3대0으로 승리해 도저히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중 역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두 경기 모두 4세트 출전이 예정돼 있었죠. 그런데 2경기 모두 팀이 3대0으로 이기는 거에요. 처음 그랬을 때는 팀이 이겼다는 생각에 서운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얼마 전 위메이드 전까지 3대0이 나와 열심히 준비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게 되니 너무 아쉽더라고요. 은근히 앞 경기에서 우리 팀 중 한 명만 졌으면 했다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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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중은 더 실력을 키워 코칭스태프에게 믿음을 준 뒤 3세트 안쪽으로 나가면 된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래도 다음 경기에는 4세트가 아닌 앞세트에 배치돼 꼭 경기를 치르고 싶단다. 2연속 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을 풀기라도 하듯.
박카스 스타리그 36강 이영호전을 본 팬들은 이제 김윤중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김윤중의 경기를 기대하는 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윤중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최고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승리만을 위한 게임이 아닌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싶어요, 김윤중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많은 스타크래프트 팬들이 ‘기대된다’라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스타리그 36강에서 탈락한 뒤 눈물을 흘렸다는 잘못된 소문 때문에 괴로웠다는 김윤중. 이제 쉽게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단다. 다음에 눈물을 보이게 된다면 가족을 결승전 무대로 초대한 뒤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날이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는 김윤중이 어려움을 딛고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글,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