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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바둑 야인? 바투 입신! 바투 시드전 우승 손창호

쟁쟁한 프로기사들과 대전을 해도 만만치 않을 재야의 고수가 등장했다. 내로라하는 한국 프로기사들이 중국 프로기사에게 줄줄이 패하며 자존심을 구긴 월드바투리그에서 아마추어 시드전을 거쳐 우승을 차지한 손창호 씨가 다섯번째 본선 진출자로 선발된 것. 프로기사는 아니지만 정통바둑을 배워온 그가 바투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바투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피플] 바둑 야인? 바투 입신! 바투 시드전 우승 손창호

◆이세돌, 최철한과 한 도장서 수련
손창호 씨는 유소년시절 아버지께 바둑을 배운 뒤 한동안 취미생활을 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손 끝에서 바둑을 끊임 없이 원하고 있어 학교를 포기하고 당시 프로바둑기사의 양성소로 유명한 '권갑용 도장'을 무작정 찾아갔다.

"권갑용 사범님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바둑을 두기 시작했죠. 이미 1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여서 일반적으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권 사범님이 제가 딱해 보이셨던지 문하로 들이셨어요. 제 바둑 인생은 그때부터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권 도장에서 손창호 씨는 현재 최고의 바둑기사들과 함께 지냈다. 바둑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이세돌, 최철한 등이 초등학생으로 바둑을 배우고 있었고, 이영구, 백홍석의 기사들과는 비슷한 실력으로 수련했다.

"바둑 도장의 분위기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예요. 숙연한 분위기와 고수들이 내뿜는 기운은 실제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을 하지 못하죠. 특히 이세돌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 같았어요. 그냥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고수들의 기운을 받아 바둑 실력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손창호 씨는 입단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입단하지 못했다. 프로기사들에게 아홉 점을 깔고 두는 실력이라며 자신을 평가했지만 이후 권 도장에서 바둑 사범으로 어린 학생들을 가르쳤다. 바둑을 위해 학업을 그만둔 열정에 대한 작은 보상이었다.

◆아마 최강자 군림
1997년 명지대에 바둑학과가 생기면서 손 씨의 인생이 뒤바뀌었다. 당시 젊고 유능한 바둑기사들이 명지대에 입학하던 흐름에 동참해 1999년 입학했고 바둑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웠다. 1999년 명지대총장배 바둑대회에서 대학생부 우승을 차지했고 2001년 엠게임에서 개최한 산소주배 아마최강전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2002년에는 한국기원에서 개최하는 권위있는 대회인 대학패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아마 강자로 군림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바둑에 다시금 열의를 보이며 입상도 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군 입대가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대학생활을 통해 바둑에 대해 좀 더 깊이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그 다음에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은 쉽지 않더군요."

이 때문에 손 씨는 4학년 재학 중 휴학을 하며 군에 다녀왔고 아직까지 졸업을 하지 않았다. 휴학 기간을 늘려가며 새로운 길을 찾아나섰고 바둑 공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개인 레슨을 하고 있다.



◆바투의 마약보다 강한 중독성
어느날 평소와 다름 없이 케이블 채널 가운데 하나인 바둑채널을 켰다. 그런데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등 당대 내로라하는 프로기사들이 컴퓨터로 바둑을 둔다는 광고가 나왔다. 자세히 보니 바둑이 아니라 바투라는 바둑과 비슷한 게임이라고 했다.

"광고를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스로 판단하기에 끈기가 부족한데 십수년을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마라톤과 같은 바둑에서는 실패했지만 바투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미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중인 바투에 뒤늦게 뛰어든 손창호씨는 이휴 시간이 날 때마다 접속해 대국을 했다. 상대도 가리지 않고 바투를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무작정 돌을 놓았다. 바둑에서는 경험이 많을지 모르지만 바투 경험은 스스로 일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투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히든이라는 단 한 수로, 절대 이길 수 없는 경기도 뒤집을 수 있거든요. 제가 바둑을 둔다면 이창호, 조훈현 등 프로기사들을 절대 이길 수 없지만 바투라면 히든이 있기 때문에 열 판 중 한 판은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히든 수읽기'가 바투를 바둑과 다르게 만드는 절대적인 요소라고 한다. 바둑의 수읽기와는 다른 히든의 수읽기 방법이 있다고. 고수들은 히든의 경우의 수를 줄여가며 경기를 하기 때문에 더욱 상대하기가 어렵다.

"지금 34레벨(이플레이온에 문의한 결과 최고레벨로 35레벨 한 명이 있다고 한다)이지만 바투 고수들 사이에서는 '히든의본능'이나 '구라쟁이'의 아이디를 쓰는 분들이 더욱 유명하신데 이 분들이 두는 것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본선서 프로기사 꺾고 싶어
현재 월드바투리그 본선 16명 가운데 5명만 확정됐다. 그 중에 아마추어는 손창호 씨가 유일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바투는 기재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히든을 활용하면 승부를 역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히든만 잘 활용한다면 승리를 따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마추어에게 남은 본선 카드는 이제 고작 2장이다. 조추첨 결과에 따라 13명의 프로기사와만 경기를 치를 수도 있다. 그는 이번 본선 역시 배우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한다.

"실력만 놓고 따진다면 본선에 올라오는 선수들 모두 저보다 나은 분들이겠죠. 힘든 상대들이 될 것 같고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할 것 같습니다. 본선까지 오르른 제 운을 믿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 사진=오상직 기자 sjoh@dailyesports.com

◆손창호 PROFILE
생년월일 : 1978.2.25
고향 : 서울
학력 : 명지대 바둑학과 4년 휴학중
주요경력 :
1999 명지대총장배 대학생부 우승
2001 엠게임 산소주배 아마최강부 우승
2002 대학패왕전 (한국기원)
2008 브레인 철인3종(바둑, 장기, 오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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