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김윤환의 형이기도 한 김정환. 예전에 김윤환을 소개할 때는 ‘르까프 김정환의 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이제는 김정환을 소개할 때 ‘김윤환의 형’이라 한다고. 세월이 정말 많이 흘렀음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김정환과 커피 향기가 너무 좋은 한 광화문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형제인지 전혀 몰랐다. 그만큼 김정환과 김윤환은 외모 상으로 별로 닮지 않았다. 눈이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김윤환에 비해 김정환은 아직도 아이 같은 귀여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얼핏 보면 김윤환이 형 같을 정도로 김정환은 무척 어려 보인다.
“어렸을 때 윤환이가 형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웃음). 아무래도 저는 잘 웃는 성격이고 활발했거든요. 윤환이는 저와 달리 말수가 적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정말 착한 동생이었어요. 사실 제가 심부름도 많이 시켰답니다(웃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김정환을 ‘김윤환의 형’이라고 알고 있다. 그만큼 김윤환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 동생보다 프로게이머를 훨씬 일찍 시작했고 초반에는 실력도 더 좋았다고 하니 샘이 날 법한데 김정환은 김윤환의 활약이 그저 기쁘기만 하다고.
“윤환이는 저 때문에 프로게이머를 시작했어요. 사실 윤환이가 저그를 하게 된 이유도 저 때문이에요(웃음). 집에 컴퓨터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거의 제 차지였거든요. 윤환이는 테란이었는데 하도 연습할 기회가 없다 보니 차라리 경기라도 자주 보고 배우자는 생각으로 저그로 바꾼 뒤 제 플레이를 뒤에서 지켜봤죠. 지금 생각해 보면 윤환이한테 미안하네요(웃음).”
김정환은 김윤환이 “나와는 다르게 승부욕이 정말 강했던 아이”라고 기억했다. 둥글둥글한 성격인 김정환에 비해 김윤환은 누구에게 지는 것을 못 참았다고. 가끔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김윤환은 김정환에게 지고 나면 몰래 화장실에 가서 울고 왔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승부욕 하나는 최고였어요. 나중에는 윤환이가 몰래 울고 오는 것을 알고 나서 일부러 져주기도 했어요(웃음). 그 승부욕 때문에 처음에는 제가 더 잘했지만 나중에는 윤환이가 더 잘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얼마전 열렸던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시즌 준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에이스 결정전에 출격한 김윤환. 김정환은 집에서 동생이 에이스 결정전에 나온 것을 보고 눈 뜨고 경기를 시청하지 못했다고. 더군다나 경기에서 패한 뒤 동생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단다.
“동생이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개인리그 우승도 하고 팀 우승도 시키는 멋진 선수가 돼 내가 이루지 못한 꿈에 도달해야죠. 워낙 승부욕이 강해서 윤환이는 꼭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독기 없었던 모습 가장 후회돼
김정환이 은퇴를 결심한 것은 약 1년 전. 팀플레이가 사실상 폐지되고 이제동에 밀려 더 이상 개인전에도 나갈 수 없게 된 김정환은 팀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은퇴를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은퇴를 결심하고 나니 그동안 독기 품고 연습했던 적이 없었던 자신의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누군가가 ‘목숨 걸고 연습해 본 적 있냐’고 물어볼 때 저는 너무 바보 같이 ‘없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정말 한심했죠. 프로게이머가 목숨 걸고 연습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혼나야 마땅한 일인데 제 성격이 워낙 둥글둥글하다 보니 독기를 품는 것이 너무 어려웠어요.”
김정환은 착하기만 해서는 절대 개인리그에서 우승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독기를 품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의 아픔도 묵살할 줄 알아야 하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연습해야 그 많은 프로게이머들 중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김정환의 설명이다.
“저에게 가장 부족했던 것은 독기죠.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직 성적만을 향해 달려나가야 하는 추진력도 없었던 것 같아요. 윤환이를 보며 ‘나와는 달라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한번 실패로 족해요. 앞으로 제가 무슨 일을 하던 정말 열심히 독기를 품고 해볼 생각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김택용, 서지수’
김정환의 마지막 개인전 경기는 2006년 MBC 무비스배 서바이버 토너먼트. 그때 당시만 해도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이름 없는 선수를 지칭하는 말)’이었던 김택용과 치열한 접전 끝에 2대1로 패했다.
“그때 당시만 해도 김택용 선수가 지금처럼 인기가 많고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제가 한창 기세가 올라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제 우세를 점쳤죠. 아쉽게 MSL에 진출하지 못했고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그런데 저를 이기고 올라간 김택용 선수가 MSL에서 우승을 하더군요.”
지금도 스타크래프트 개인리그 결승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불리는 3.3대첩. 프로토스 재앙이라 불리던 마재윤을 한 신예 프로토스가 3대0으로 승리한 기적 같은 혁명을 일으켰던 3.3대첩의 시초는 김정환이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만약 그때 제가 김택용 선수에게 이겼다면 3.3대첩은 일어나지 않았겠죠(웃음)? 그 결승전을 지켜보며 정말 기분이 이상했어요. 나보다 인지도도 없었던 선수가 나를 꺾고 MSL에 올라가 당대 최고인 마재윤을 꺾고 우승을 거둔 모습을 보며 코끝이 찡했죠.”
김정환은 “어제 (박)정석이형이 (서)지수누나한테 지더라고요. 그 경기를 보면서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라고 말했다. 단지 여자에게 졌기 때문에 안타까워서 그랬으려니 생각했는데 김정환의 입에서는 전혀 뜻밖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사실 저도 (서)지수누나와 경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가 스카이 프로리그 2005 후기리그였을 거에요. 지금과 달리 현장에서 엔트리가 발표됐고 이미 순위가 결정된 후 펼쳐지는 마지막 경기라 마음 푹 놓고 경기장에 갔죠. 그런데 제 상대가 (서)지수누나더라고요. 갑자기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김정환은 그때만큼 집중력을 다해 경기를 펼친 적이 없다며 크게 웃었다. 초반부터 김정환이 불리하게 시작했기 때문. 점점 다가오는 패배의 기운에 김정환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결국 저글링으로 서지수의 바이오닉 병력을 제압하고 진땀승을 거뒀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그래서 정석이형이 지수누나를 상대로 항복을 선언하는 모습을 보며 감정 이입이 되더라고요. 지금 정석이형은 정말 많이 힘들 겁니다. 만약 저도 그때 지수누나에게 졌으면 평생 꼬리표가 따라다녔을 거에요(웃음).”
◆군대 그리고 사업
김정환은 올해 10월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순하고 둥글둥글하기만 한 성격을 바꾸기 위해서는 군대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판단한 김정환은 빨리 군대에 입대해 자신의 성격을 고치고 싶단다.
“군대에 가서 극한 상황에 몰린다면 저에게 없는 독기가 생길 것 같아요. 만약 저에게 독기라는 것이 생기면 어떤 일을 해도 성공하지 않을까요? 더 멋진 모습으로 부모님께 그리고 동생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할겁니다.”
김정환은 김윤환과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 사업을 하기로 했단다. 카페, 음식점 등 생각해 놓은 것은 많지만 아직 먼 이야기다. 우선은 군대를 다녀와 돈을 버는 것이 먼저다. 어떤 일을 하며 돈을 벌지는 차근차근 생각할 예정이다.
“다시 e스포츠로 올 수도 있죠. 조정웅 감독님이 만약 제가 제대를 한 뒤에도 화승 감독을 하고 계시다면 저를 코치로 써주실 생각도 있다고 해주셨어요. 심판 일도 한번 해보고 싶고요. 제가 제대를 한 뒤 돌아오면 e스포츠가 훨씬 커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자리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웃음)?”
아직도 고등학생 같은 풋풋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는 김정환. 프로게이머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기에 김정환은 웃으며 작별을 고할 수 있었다. 보잘것없던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 다짐하던 김정환이 군대 제대 후 e스포츠 인사로 복귀해 다시 한 번 인터뷰를 하게 되기를 바라본다.
사진, 글=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