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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休)] STX 김윤환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희망 주고파"

대부분 선수들은 데뷔한 뒤 2~3년이 지나면 성적을 내거나 도태된다. 즉 그 선수가 될 선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간은 2~3년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3년이 지나도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는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STX 김윤환을 보면 2~3년 안에 판가름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김윤환은 2005년 9월에 프로게이머가 된 뒤 햇수로 5년 만에 드디어 개인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2007년까지 팀플레이 선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김윤환이 최고의 선수들이 서는 개인리그 결승전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올해 첫 시행되는 FA 시장에서도 많은 팀이 군침 흘리는 선수로 자리매김한 김윤환. 하지만 이상하게 김윤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인터뷰도 없었고 특별한 기회도 없었다. 아직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양파 같은 김윤환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형과 너무 다른 동생
얼마 전 김윤환의 친형인 김정환과 인터뷰를 하면서 김윤환의 새로운 모습을 들을 수 있었다. 김정환과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지면 화장실에 가서 몰래 울고 왔다는 김윤환. 곱상한 외모와는 다르게 김윤환은 어렸을 때부터 무척 승부욕도 강하고 독한 면이 있었다.


“형이 둥글둥글한 성격이었다면 저는 정 반대였어요. 형제는 조금씩 다르다지만 저희는 달라도 너무 달랐죠. 가끔 주변 분들이 제가 형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해요(웃음). 그리고 정환이형이 저를 보호하기 위해 제가 화장실에 가서 몰래 울었다고 하는데 사실 형 앞에서 대놓고 울었어요(웃음). 그래서 형이 일부러 져 주기도 했죠.”

어렸을 때 게임 한번 졌다고 분해서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독한 승부욕을 가지고 있었던 김윤환. 그에 비해 형 김정환은 “독하지 못해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유한 성격의 소유자다. 가끔 부모님도 놀랄 정도로 너무 다른 두 형제. 하지만 남자 형제는 별로 친하지 않다는 속설을 깨고 김윤환과 김정환은 무척 우애 좋은 형제다.

“정환이형이 워낙 애교가 많아요. 그래서 다른 형제들과 달리 어렸을 때부터 정환이형과 저는 가장 친한 친구 같은 형제였어요. 만약 정환이형도 저처럼 무뚝뚝했다면 다른 형제들이랑 같이 별다른 교류가 없었을지도 모르죠. 게임도 형 때문에 시작한 만큼 형과 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랍니다.”

얼마 전 김윤환의 8강 경기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김정환. 최근 김윤환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항상 동생을 응원하는 형 때문에 김윤환은 항상 든든한 마음이라고 한다.

◆김윤환은 숙소에서와 밖에서 다르다?
의도하지 않은 신비주의(?) 때문에 김윤환에 대해 알려진 사실이 많지 않지만 STX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숙소에서의 김윤환과 밖에서의 김윤환이 많이 다르다고 한다. 육룡 릴레이 인터뷰 때 김구현은 “가끔 (김)윤환이형이 밖에서 말도 없이 폼 잡는 모습을 보면 숙소에서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고 말할 정도다.



박성준이나 신예 선수들 역시 “숙소에서는 잘 놀고 말도 잘하는 윤환이형이 밖에만 나가면 말이 없어진다”며 비난(?)했다. 김윤환은 왜 동료들에게 이런 비난을 받는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말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도 않았어요. 같은 팀원들이 알고 있는 숙소 안에서 제 모습이 어떻게 보면 가장 저답지 않은 만들어진 모습이라고 봐도 돼요. 아마 형이나 가족들이 숙소에서 제 모습을 보면 어색해 할걸요(웃음).”

김윤환은 팀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성격을 바꾸지 않으면 팀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마음 문을 열고 선수들과 즐겁게 지내야 진정한 팀워크도 생기고 프로게이머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김윤환은 같은 팀 선수들과 장난도 잘 치고 농담도 잘하는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모했다. 단 숙소에서만.

“매일 얼굴 보는 사이인 팀 동료들에게는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막상 밖에 나가면 원래 제 모습대로 나오는 것 같아요.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21년간 말 없고 무뚝뚝한 성격으로 살아서 그런지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저의 활달한 모습을 보시려면 1년 365일 저와 함께 한 숙소에서 살면 될 겁니다(웃음).”

◆김윤환은 나쁜 남자?
김윤환의 혈액형이 O형이라는 소리를 듣고 역시 혈액형이 성격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대부분 O형들은 활달한 성격에 친화력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말없고 무뚝뚝한 김윤환을 O형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정환이형이 O형이에요. 정말 전형적인 O형 성격이죠. 그에 비해 저는 B형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곤 하죠. 처음에는 B형 남자 같다는 소리가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나쁜 남자라는 뜻이라면서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나쁜 남자 같긴 해요(웃음).”

애교도 별로 없고 다정다감하지 않은 김윤환은 스스로를 ‘나쁜 남자’라고 칭했다. 아직은 여자에게 잘해준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평소와 다름 없이 행동을 해도 상대 여자들은 김윤환이 화가 났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단다. 그래도 요즘 ‘나쁜 남자’가 대세라는 말에 정말이냐고 물어보며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남자들은 여자보다 더 섬세한 사람도 많고 다정 다감하잖아요. 처음에는 제 성격이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런 제 모습을 좋아해줄 여자가 있지 않겠어요? 있는 그대로의 저를 좋아해 줄 수 있는 여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네요(웃음).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김윤환은 “말이 잘 통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똑 부러진 여자”라고 대답한다. 분명 21살이 말하는 이상형과는 거리가 있다. 대부분 “예쁜 여자나 착한 여자”를 말하는 20대 초반 게이머들과 달리 김윤환은 이상형이 무척 확고했다.

“연예인 중에 이상형을 골라보라고 하는 질문이 가장 난감해요. 저는 그 흔한 여자 그룹 가수들 영상도 안보거든요. 그리고 이상형이 외모에만 국한된다면 그게 무슨 의미겠어요. 만났을 때 이 여자다 싶을 때가 있어요. 그 여자가 바로 제 이상형이 되는 거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20대 중반 게이머들과 인터뷰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김윤환의 대답에 조금 놀랐지만 이내 김윤환은 “몸매 보다는 얼굴이 예쁜 여자가 좋다”며 어린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발언을 해 그래도 20대 초반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박찬수 인터뷰 이후 얼굴이 예쁜 여자가 좋다고 말하는 선수는 모두 어린 선수로 규정하게 됐다).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김윤환은 2007년까지 무척 힘든 시간을 겪었다. 개인리그 예선에도 통과하지 못하고 팀플레이에만 출전했다. 김윤환은 이대로 계속 간다면 그저 이름없는 선수로 팬들에게 잊혀질 것이라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심했다고.

“팀플레이에만 출전하며 정말 힘들었어요. 대부분 선수들은 2년이나 3년 안에 성과를 내거든요. 2005년에 데뷔한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답답했어요. 이대로 팀플레이 전문 선수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낙담하기도 했죠.”

김윤환에게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시즌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고마운 대회다. 팀플레이 연습을 하면서 쉬는 시간을 쪼개가며 개인전 연습을 꾸준히 한 김윤환은 팀플레이가 사라진 후 개인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만약 팀플레이가 지금까지 있었다면 저는 아직까지 팀플레이 선수로 전전긍긍하고 있었을 거에요. 꾸준히 개인전 연습을 한 덕분에 2008시즌에는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고 점차적으로 방송 경기에 적응해 나갔죠.”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에게 개인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힘들었던 김윤환. 하지만 노력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말을 이제는 믿게 됐다. 거짓말처럼 2008시즌에 팀플레이가 사라졌고 김윤환에게 개인전 기회가 주어지며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



“’김윤환은 이제 안 된다’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저 조차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으니까요. 가끔 노력해도 나에게는 기회 조자 없다는 생각에 무척 힘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선수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선수들에게 제가 희망이 됐으면 좋겠네요.”

◆지옥 같던 일주일, 그리고 결승전
하지만 김윤환에게 지난 4년보다 더 힘들었던 일주일이 있었다. 삼성전자와 준준플레이오프를 펼친 STX는 1차전 에이스 결정전에서 김윤환을 내세웠다. 그러나 김윤환은 유리한 경기를 한번의 실수로 패하고 말았다.

“제가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오히려 그 점이 독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차라리 유리하기 때문에 편하게 경기를 펼쳤어야 했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긴장이 너무 심하게 되더라고요. 한 순간의 실수로 항복을 선언해야 했을 때 정말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그래도 김윤환은 바로 다음 날 펼쳐진 2차전에서 유준희를 격파하며 승부를 최종 에이스 결정전까지 몰고 갔다. 하지만 최종 에이스 매치에 출전한 김윤환은 허영무의 질럿 러시에 패했고 STX는 아쉽게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얼마 전 이제동 선수가 결승전에서 패한 뒤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습을 TV로 봤어요. 왠지 그 모습이 얼마 전 제 모습 같더라고요. 사실 저도 준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일주일은 정말 힘들었죠. 일년간 팀원의 노력을 제가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힘든 시간을 보낸 김윤환은 오히려 한 층 성숙해졌다. 패배가 가져다 주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된 김윤환은 이후 한 경기 한 경기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고 남은 MSL 경기를 독기를 품고 준비했다.

결국 김윤환은 MSL에서 난적 이제동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김윤환은 결승전 진출 직후 눈물을 보이며 그동안 마음 고생을 털어내 버렸다.

“그동안 힘들었던 순간, 그만두려고 했던 순간, 혼자 울었던 일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그리고 나중에는 정말 꿈에서나 올라갈 수 있었던 결승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 눈물이 났습니다. 그동안 절 믿어주셨던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해요.”

힘들었던 순간을 극복한 김윤환은 훨씬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5년간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는 김윤환. 늦게 빛을 본 만큼 높은 곳에 더 오랫동안 자리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김윤환은 결승전을 앞두고 마음 가짐을 새롭게 다지고 있다.

“5년 만에 꿈에나 그리던 결승전에 올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막상 무대에 서면 다시 말 없고 표정 없는 김윤환으로 돌아오겠죠. 다음에는 우승자 인터뷰로 만났으면 좋겠네요.”

글,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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