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용 "요환이형 모범 덕에 팀이 우승"
▶①편에서 계속
◆첫 만남
데일리e스포츠(이하 DES)=김택용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언제였나.
임요환=다른 팀에 속해 있었고 택용이가 신인이었기 때문에 정보가 거의 없었어요. 군 입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2006년 7월 즈음 한 대회에서 처음 만났죠. 당시 스타리그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듀얼 토너먼트라는 하부 대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김택용과 최종전에서 만나 내가 졌다. 택용이는 스타리그에 올라갔고 나는 군입대를 준비해야 했죠.
김택용=그 때 요환이형을 상대로 이기고 나서 팬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들었던 기억이 나요.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내가 대선배를 꺾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DES=공군에 들어간 뒤에 명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김택용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이겠지만 프로리그 에이스 결정전에서 임요환이 이긴 적 있다.
임요환=공군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프로리그에서 맞붙었죠. 당시 김택용은 마재윤을 꺾고 개인리그에서 우승한 뒤여서 에이스 결정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어요. 때 마침 공군의 최인규가 4세트에서 김택용을 꺾으면서 에이스 결정전에까지 바통을 넘겼고 내가 출전해서 승리했습니다. 택용이가 리버를 태운 셔틀을 잃으면서 승기가 기울었고 타이밍 좋게 치고 나가 이길 수 있었어요.
김택용=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추억이에요. 네티즌 사이에서는 내가 두 판을 내리 지니까 ‘토스 -스파이크’라고 비꼬는 글을 올리기도 했어요. 최인규 선수가 공을 올리고 요환이형이 스파이크를 꽂았다는 식이죠.
임요환=당시 공군은 출전할 선수가 거의 없었어요. 프로리그에 출전하는 최소 인원보다 한 명 많은 상태였다. 때 마침 내가 엔트리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에이스 결정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이겼어요.
DES=임요환이 2006년 입대해서 2008년 12월 제대했고 김택용이 2008년 초에 SK텔레콤 T1으로 이적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임요환=제대하고 나서 선수들과 환영식을 했어요. 그 때 택용이와 편한 자리에서 인사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죠. 나이가 정말 어리더라고요. 1989년생이니까 저와 거의 10년 차이가 나던데요. 그리고 한 눈에 알아봤죠. 여성 팬들이 많이 따를 외모다. 바로 인정했습니다.
김택용=과찬이세요. 첫 인사 때 ‘포스’에 눌렸죠. 다른 팀에서 활동할 때는 몰랐는데 한 번에 선수들을 휘어잡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말씀도 잘하시고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있고요.
임요환=택용이야 말로 과찬 덩어리네요. 팀에 합류한 뒤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갔는데 택용이는 정말 집중해서 준비하더라고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연습도 실전처럼 한다고. 내부 평가전에서 경기할 때가 있는데 한 번도 양보하지 않더라고요. 과장 조금 보태면 100번 경기해서 한 번 이기는 정도였죠.
김택용=요환이형도 제대한 뒤에 감각을 찾으려고 정말 열심히 연습하더라고요. 오전 10시부터 새벽까지, 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연습만 하세요. 후배들도 요환이형이 팀에 합류한 이후 자발적으로 추가 연습을 시작했죠. 요환이형이 SK텔레콤에 복귀한 이후 팀도 상승 곡선을 그렸고 우승까지 했죠. 요환이형 덕이 커요.
◆연구파 임요환 VS 연습벌레 김택용
DES=공군에서는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고 해도, 팀에 돌아와서도 새벽까지 연습한 이유는 무엇인가. 30대 프로게이머라는 약속 때문인가.
임요환=군인 정신이 살아 있을 때는 후배들이 연습하는 스케줄대로 따라했어요. 그런데 사회 물이 들더니 조금씩 연습 시간이 짧아지더라고요(웃음). 개인적으로 세워 놓은 30대 프로게이머의 꿈을 실현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내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내부 경쟁을 통과하고 싶었어요.
김택용=요환이형이 합류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 또 있네요. 새로운 전략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요즘 테란이 저그를 상대할 때 기계 유닛을 많이 쓰잖아요. 임요환 선배와 최연성 코치가 함께 연구하니까 특이한 플레이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임요환=예전부터 전략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드롭십을 활용한 전략이나 초반부터 벙커를 지으면서 저그를 압박하는 플레이를 개발해서 전성기 때 많이 보여드렸죠. 요즘에도 전략 연구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최연성 코치도 특이한 전략이 존재해야 e스포츠가 살아 남는다는데 동의하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죠. 제가 골몰히 연구하고 있으면 후배들이 “‘정신과 시간의 방’에 들어갔다”라고 말해요. 만화 <드래곤볼>에서 그 방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능력치가 업그레이드가 되잖아요. 거기에 빗댄 말이에요.
DES=김택용은 현재 SK텔레콤 T1의 에이스이자 e스포츠계를 대표하는 프로토스이기도 하다. 임요환이 보기에 김택용의 강점은 무엇인가.
임요환=김택용만한 연습 벌레를 본 적이 없어요.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을 치르면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휴식 시간이 거의 없다”라고 볼멘 소리를 하거든요. 그런데 택용이는 시즌이 끝난 뒤에도 거의 쉬지 않아요. 9월 비시즌을 맞아 팀에서 휴가를 줬어요. 저도 쉬다가 손이 굳을까봐 숙소에 와서 연습한 적이 있거든요. 그 때 택용이가 연습실에 나와 있더라고요. 동료들에게 물어봤더니 매일 봤다는 거에요. 1주일 휴일 내내 연습실에 있었다는 거죠.
김택용=휴식의 필요성은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팀 전체가 휴가를 떠나지 않는 한 불안감이 남아 있어요. 다른 선수들은 지금도 열심히 연습하고 전략을 짜고 있을텐데 나만 놀면 도태된다는 압박감이죠.
임요환=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스타리그에서 우승하면서 정상을 밟았다는 느낌을 가졌을 때 쉬고 싶었어요. 그런데 압박감이 드는 거에요. 남들은 내가 놀 때 연습한다는 생각 말이죠. 그래서 휴식을 포기하고 연습한 적이 많아요. 지금 택용이의 상황이라면 압박감이 들만해요. 그런데 가끔은 휴식을 권하고 싶네요. 그렇게 4~5년 바쁘게 살다 보면 삶이 피폐해지거든요.
DES=두 선수 모두 특이한 전략을 잘 쓰기로 유명하다. 특히 저그와의 경기에서 독특한 전략을 만들어내고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노하우가 있나.
임요환=전략을 하나 만들어내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초반에 승기를 잡기 위해 전략을 만드는데 상대 종족의 심리까지 파악을 해야만 완성도를 높일 수 있어요. 일단 잘 쓰이지 않는 유닛이나 건물을 생각해보고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뒤에 실천에 옮기죠.
김택용=저는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마재윤 선수와의 결승전을 준비할 때 코칭 스태프와 저그, 프로토스 선수들이 아이디어를 줬어요. ‘커세어라는 유닛을 쓰면서 오버로드 사냥을 하고 저그의 시야를 좁히면 다른 유닛으로 허를 찌를 수 있다’는 충고를 받은 뒤에 타이밍을 조율하죠.
임요환=개인적으로는 스타크래프트 안에 있는 리플레이 시스템(경기를 치른 뒤 복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요. 저와 같은 전략형 플레이어에게는 최악의 시스템이죠. 전략을 만들어서 방송에서 보여주고 나면 리플레이를 통해 바로 분석에 들어가요. 솔직히 말해 VOD만 갖고는 대책 마련이 어렵거든요. 그런데 리플레이가 프로게이머들에게 들어가고 나면 금세 해법이 나와요. 전략을 만든 사람에게는 의지를 꺾는 시스템이죠.
김택용=요환이형의 말에 동의해요. 스타크래프트2가 나와도 리플레이 시스템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특이한 전략을 많이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경기 전체의 흐름을 파악 당할 수 있거든요.
임요환=프로게이머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된 시점과 리플레이 시스템이 도입된 시점이 비슷해요. 다양한 플레이를 연구, 고민하는 것도 프로게이머의 의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모든 플레이가 비슷비슷해요. 스타크래프트의 재미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해요.
▶③편에서 계속
글=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