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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KT 강도경 "마루타 아닌 개척자"

'처음', '첫'이라는 단어는 '위험하다'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길,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누구도 모른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과 같다.

KT 롤스터 강도경 코치는 '위험'을 자초했다. 10년 동안 e스포츠계에 몸 담은 일이 그렇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따지면 1등은 아니지만 초창기 10위 안에 들만큼 일찍 시작했고 공군 입대 1세대다. 코치직은 선수 생활을 마치고 군대까지 다녀온 뒤에 시작했지만 1등 팀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시즌에 들어가기 직전인 9일 강도경을 만났다.
◆준비하느라 정신 없다
KT 연습실에서 만난 강도경 코치는 개막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연습을 챙기느라 정신 없었다. 출전하기로 예정된 저그 박찬수의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고 해법을 찾고 있었다. 인터뷰를 하자고 말을 걸었더니 "두 경기만 더 보고 인터뷰를 하겠다"고 할 정도로 몰두했다.

박찬수의 연습을 마친 뒤 강 코치가 기자실로 왔다. "박찬수의 경기가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관리하고 있어요. 임재덕 코치는 다른 저그들과 연습 경기의 리플레이를 분석하고 있고 저는 뒤에서 연습 상황을 체크했죠. 지난 5라운드부터 크로스 체크를 하고 있는데 성과가 좋아요."

강 코치가 프로리그 개막전 경기 때문에 바쁜 것만은 아니다. 08-09 시즌을 마친 뒤 KT의 코칭 스태프 보완을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고 임재덕과 김윤환을 새로 코치로 합류시켰다. 수석 코치로 승격된 강 코치는 이지훈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의 지도 방향을 논의하며 09-10 시즌 밑그림을 그렸다. 이후 진행된 맵 테스트나 라인업 매치 등 대회를 다니면서 수정 방안을 내는 등 정신 없이 보냈다.

"시즌 전에 준비할 것이 정말 많아요. 맵 테스트 기간에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수정 사항을 들어야 하고 본격적으로 리그가 들어가기 전에 맵이 나오면 또 선수들의 경기를 분석해야 하죠. 특히 이번 시즌은 끝나고 나서 일정이 많아서 더 분주한 것 같네요."

◆공군 1호 입대병
강도경 코치는 e스포츠계의 초창기 멤버다. 스타크래프트가 나오자 마자 두각을 나타냈고 이재균 감독을 만나 클랜을 결성했다. 이후 한빛 스타즈가 창단되고 나서는 최고참으로 활동했다. 은퇴 이후 군에 가기 전 코치직을 맡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코치 인증 자격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이력은 공군 1호 입대병이라는 점이다.
"공군이 프로게임단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정말 가고 싶었어요. 항간에는 임요환 선배를 위한 자리가 아니냐는 말도 있었고 먼저 들어가게 되면 희생양-당시 마루타로 불렸단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어차피 군 생활을 해야 하고 제가 관심 있던 분야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마루타'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2006년 6월 강도경은 삼성전자 최인규, 한빛 조형근과 함께 공군에 입대했다. 당시 상황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열악했다. 물리적인 시설이 열악했다기 보다는 프로게이머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강도경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입대하고 신병 훈련을 받은 뒤에 자대 배치를 받았어요. 전산실에서 병력 관리하시는 분이 필요한 것이 없냐고 해서 키보드와 마우스 사양을 알려드렸죠. 얼마 뒤에 장비가 도착했는데 우리가 요구한 것보다 사양이 훨씬 좋고 값도 비싼 것이었어요. 그런데 저희한테는 그림의 떡이었죠. 프로게이머는 자기가 쓰던 기종이 아니면 감도가 달라서 못 쓰거든요."

장비에 대한 에피소드이지만 그만큼 공군 안에서 프로게이머에 대한 세부적인 요소까지 챙길 정도로 이해도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강도경은 공군 안에서 이와 비슷한 경우를 자주, 많이 겪었고 선수들의 대변인이 되어 하나씩 해결해냈다.

"얼마전에 공군 시절 프로게임단을 담당하시던 김종수 대령님을 만났어요. 임요환 선배부터 갓 전역한 박대만, 이주영까지 대부분의 선수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김 대령님 왈 '강도경 같은 인물은 처음 봤다'고 하시는 거에요. 대령이라는 지위에 있으면서 일병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설득당한 경우가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제가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려면 이러저러한 것이 필요하다고 직언을 많이 했거든요."

생전 보지도 못했던 프로게이머들로 팀을 구성해서 운영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대령이 직접 나서서 병사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자리가 만들어졌다고는 해도 병사가 대령에게 직접 요청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튼 김 대령과 강도경의 노력으로 공군 에이스가 창단됐고 몇 번의 고비를 맞았으나 순탄하게 운영되고 있다. 강도경은 '난 사람'이다.

◆KT로 간 이유
강도경은 공군 안에서 플레잉 코치로 활동하다 2008년 8월 전역했다. 일자리를 알아보던 강도경은 원 소속팀인 한빛 스타즈가 아니라 KT 롤스터(당시 KTF 매직엔스)에서 코치로 자리를 잡았다. 이재균 감독과 찰떡 궁합이었던 강도경이 이 감독과 한빛의 품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 이유는 무얼까.

"한빛소프트가 프로게임단을 접는다고 발표한 상황이었어요. 게임단 운영비가 가뜩이나 많지 않은 팀이었는데 제가 합류하게 되면 막내 선수들에게 돌아갈 연봉이 제게 오잖아요. 후배들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한빛에 남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후배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재균 감독과 한솥밥을 먹지 않을 필요까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팀에서 생활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감독님과 사이가 좋지 않다거나 등을 돌린 것은 아니에요. 그럴 이유가 없죠. KT에 올 때도 같이 고민했는데요. 굳이 이 감독님과 떨어져 있기로 한 이유는 같은 색깔이 되기 싫어서에요. 이 감독님만의 색이 있고 지도자로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저도 색을 내보고 싶었거든요. 비유하자면 비가 박진영을 떠나 자기 색을 내고 싶어 한 것과 같아요. 이 감독님과의 인연은 평생 이어갈 거에요. "

◆두 번째 고향 KT
강도경이 KT(당시 KTF)에 코치로 합류했을 때 여러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 선수 생활을 하지 않은 신임 이지훈 감독과 불화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고 강도경 체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그렇지만 강도경의 생각은 달랐다. 이지훈 감독은 감독으로서 충분히 보고 배울만한 지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지훈 감독과 저는 비슷한 시기에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면식이 있었어요. 비록 종목은 달랐지만 초창기 e스포츠계에 몸 담은 사람으로서 서로 존중하던 사이였죠. 이 감독님과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KTF와 매직엔스라는 조직에 대한 이해도 측면에서는 천양지차가 났죠. 시야 자체가 다르다고 할까요. 이지훈 감독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에요. 또 공군에서 위계 질서에 대한 것도 체득했기 때문에 잘 따르고 있습니다."

KT에 오자마자 강도경은 팀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공군에서 플레잉 코치를 했다고는 하지만 KT 선수들에 대한 기본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지켜봤다. 박정석, 홍진호, 강민 등 올드 플레이어와 친분을 갖고 있었지만 이미 공군과 해설자 등 갈 길이 정해져 있었고 이영호와 박찬수 등이 주력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조병호 코치에게 많이 배웠죠. 선수들의 성격과 특성을 파악했고 쭉 지켜봤습니다. 경기 내적인 사항보다 사람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렇게 익숙해지고 있는데 대형 사고가 터졌죠. 팬 사이에서 회자되던 'KT 프로토스'가 탄생한 거죠."

KT는 08-09 시즌 프로리그에서 프로토스 라인이 극도로 부진에 빠지면서 팀 성적도 동반 하락했다. 박정석과 강민이 팀을 떠났고 우정호, 김대엽, 박재영 등에게 맡겼지만 패가 승보다 세 배 가량 많았다.

"이지훈 감독 이하 코칭 스태프가 프로토스 라인 보강을 위한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어요. 그 결과 박재영을 조병호 코치가, 제가 우정호를 맡아 집중 관리하기로 했죠. 3라운드 내내 우정호를 잡고 씨름한 끝에 서서히 변화가 생겼어요."

◆우정호와의 스타브레인
강도경 코치는 우정호의 트레이닝 과정을 '스타브레인'이라 불렀다. 과거 온게임넷에서 코치가 지시하고 선수가 플레이하는 프로그램의 이름이 바로 '스타브레인'이었다. 선수의 판단에 따른 움직임은 최대한 자제하고 코치의 명령에 따라 손을 움직이는 과정이다.



"하루 종일 우정호 뒤에 있었어요. 일일이 지시했죠. '프로브는 몇 번째 미네랄에 붙여라', '테크 트리는 이렇게 타라', '어떤 경로로 견제해라', '공격해라', '퇴각해라' 등 모든 움직임을 일일히 뒤에서 알려줬죠. 생산 능력은 탁월한 선수여서 금세 받아들이더라고요."

3개월 동안 강 코치와 스타브레인을 시도한 우정호는 4라운드부터 괄목상대한 실력을 뽐냈다. 4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9연승을 달리면서 KT 내부는 물론, 언론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었다.

강 코치가 KT에서 만들어낸 작품은 우정호에 그치지 않는다. 저그 플레이어 고강민이 '데스티네이션'에서 프로토스를 만나면 자주 사용하던 미네랄을 통과하는 저글링 러시도 그의 것이다.

"원래 정명호가 구현하려고 준비하던 전략이에요. 두 번 정도 쓸 기회가 있었는데 명호가 한 고비를 못 넘더라고요. 그래서 고강민이 쓰는 걸로 노선을 바꿨어요. 그 결과 공군 오영종과 SK텔레콤 김택용을 잡아냈죠. 특히 위너스리그 포스트 시즌에서 김택용과의 경기는 짜릿함의 극치였어요."

그는 우정호와 고강민의 성공 사례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이지훈 감독이 기회를 줬고 조병호 코치가 다른 선수들을 관리, 감독하지 않았다면 집중 트레이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도경은 두 번의 성공 사례를 통해 코치가 왜 필요한지 선수들이 절실히 느꼈다고 평가했다.



"코치들이 밀착 마크를 하면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자 여러 선수들이 집중 관리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선수들 마음 속에는 '코치가 무슨 필요야, 나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한 켠에 자리잡고 있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선수들의 코치에 대한 닫힌 마음을 여는 사례가 되어 뿌듯해요. 요즘에는 비단 저 뿐만 아니라 각 종족 코치들의 말을 선수들이 받아들이고 있어요. 코치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죠."

◆e스포츠 개척자로서의 자부심
강도경은 e스포츠계 초창기 멤버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있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함께하면서 e스포츠의 성장기를 함께 했기에 가질 수 있는 마음이다.

"제가 잘했다기 보다는 함께했다는 사실에 힘을 주고 싶어요. 공군의 예를 들자면 저로 인해 공군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공군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데 저도 힘을 합쳤어요. 원년, 창단 멤버로서 e스포츠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선수, 방송인, 코치로 일하면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코치로서 더 많이 적용하고 싶어요. 평생 e스포츠인으로서 맥을 같이하는 것이 꿈입니다."

글=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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