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계에서는 해설자로 전향한 선수 가운데 김정민 해설 위원이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날카로운 분석과 정확한 상황판단 그리고 안정된 전달력을 통해 사랑을 받는 해설자가 됐다.
◆최고의 선수에서 최고의 해설자로
정준은 던파리그가 시작한 1차 대회부터 지난 6차 대회까지 계속 시드를 획득했다. 6연속 시드를 따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선수만으로 활동하기 벅찬 상황에서 정준은 해설자 역할까지 병행하면서 던파계의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설렘만으로 해설자를 시작했어요. 선수가 주업이고 해설자는 부업이었죠. 선수가 경기로 보여주지 못한 것을 해설자를 하면서 말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쉽게 다가왔다가 지금은 생각을 고쳐 먹었어요.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고 욕심도 많아지더라고요.”
정준은 ‘던파계의 임요환’이라 불리는 장웅과 같은 팀에서 활약하며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선수와 해설을 병행하다 해설에 뜻을 두게 된 이유는 경기를 펼치다가 자기도 모르게 ‘지금 스튜디오에서는 중계진이 이렇게 말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 경기를 치르면서 몇 번이나 웃음을 찹아야 했다는 정준은 해설자의 매력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 마우스 대신 마이크를 잡은 그는 7차 리그부터 해설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최고의 순간 5차리그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했던 정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정준은 “나도 모르게 눈물 흘렸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그날을 회상했다.
“5차 리그였어요. 이번 대회에서 떨어지면 우리 팀 선수들 모두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비장한 각오로 임한 대회인 만큼 꼭 이기고 싶다었어요. ‘듣보잡’이라는 이름을 가진 팀과 경기를 할 때 장웅의 체력이 1/10밖에 없었고 상대는 반 이상이 남아 있었어요. 여기서 끝이구나 생각했고 장웅이 갑자기 “형, 미안”이라고 하더라고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지만 웅이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니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거짓말 같은 기적이 일어났어요.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장웅이 환상적인 스킬로 역전승을 거뒀어요. 그때 동료들끼리 모두 얼싸안고 우승했을 때보다 더욱 기뻐했던 기억이 나네요.”
우승의 순간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승리가 절실했기 때문인지 정준은 아직도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해설을 하면서도 어떤 선수가 말도 안 되는 역전승을 거둘 때면 그날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성승헌은 나의 멘토
정준의 인생에서 성승헌 캐스터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방송에 대해 무지하던 시절 성승헌 캐스터에게 A부터 Z까지 모두 배웠다. 누구도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주지 않을 때 성 캐스터는 요점을 짚어주며 정준에게 갈 방향을 제시해 줬다.
“(성)승헌이형이 실제로는 무척 카리스마가 넘쳐요. 그래서 처음에는 무서워했죠. 막상 방송에 들어가면 제가 편하게 해설을 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세요. 경기가 끝나고는 따끔하게 충고도 해주시고요. 정말 감사하죠.”
지금도 성 캐스터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정준은 얼마 전 ‘싸우자, 던파’라는 프로그램에서 MC를 맡아 완벽하게 소화해낸 일을 곱씹으며 "성승헌 캐스터를 따라하다 보니 성과를 냈다"라며 공을 돌렸다.
“앞으로도 아직 배울 점이 많습니다. 승헌이형과 의논해서 이번 리그부터는 선수들의 경기를 데이터로 집계해 좀더 체계적인 해설을 해볼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만능 해설자 꿈꾼다
정준은 얼마 전 WCG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붉은보석', '버추어파이터' 등 다양한 게임을 해설했다. 또 '테트리스',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 게임에 대한 탁월한 지식을 갖고 있기에 어지간한 게임도 해설이 가능한 인재다.
“던전앤파이터말고도 캐주얼 게임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다양한 게임에 해설자로 나서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만능 해설자가 되고 싶습니다(웃음).”
정준은 스타리그 ‘엄전김’처럼 성승헌 캐스터와 이번에 새로 해설에 합류한 이준행 해설까지 ‘성준행’라인이 하나의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우선 던전앤파이터 리그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 놓은 뒤에 다른 게임의 리그화에 앞장서겠습니다. 앞에 놓인 일들을 하나씩 해결한다면 제 꿈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을까요?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리그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글,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