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ad

[코치 스토리] SK텔레콤 최병훈 "비선수 출신 성공신화 쓴다"

2009년과 2010년 스타크래프트계의 새로운 트렌드는 선수 출신 코치의 영입을 통한 코칭 스태프 강화라 할 수 있다. 08-09 시즌을 마친 뒤 대부분의 팀들은 선수 영입이나 트레이드가 아닌 코칭 스태프 보충을 시도했다.

특히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선수들을 코치로 전향시켰고 선수 시절 플레이하던 종족의 전담 코치로 임명하면서 전문화, 특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SK텔레콤 저그 코치 성학승이나 프로토스 코치 권오혁, 이스트로 저그 코치 신정민, 프로토스 코치 서기수, KT 저그 코치 임재덕, 테란 코치 김윤환 등 2009년 이후 코치로 임명된 인물들은 모두 해당 팀에서 활동하던 선수 출신이다.
선수 출신 코치가 갖고 있는 장점은 매우 많다. 해당 종족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에 선수들이 갖고 있는 단점을 캐치하기 쉽다. 선수보다는 시야가 넓기 때문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기에도 용이하다. 또 같은 팀에서 선배로 활동하며 선수들과의 친밀도가 높아 설득하기도 쉽다.

스타크래프트 분야에서는 코치의 전문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스페셜포스에서는 다소 요원하다는 평가가 많다. 선수단이 꾸려진 지 얼마되지 않았고 마땅히 코치라 부를만한 역량을 갖춘 인물도 많지 않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꽃은 핀다고 했던가. 스페셜포스 프로게임단의 코치를 하겠다고 과감히 뛰어든 인물이 있으니 바로 SK텔레콤 T1 스페셜포스팀을 우승으로 이끈 최병훈 코치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PART 1
최병훈 코치를 알고 있는 e스포츠 팬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SK텔레콤 T1의 골수팬이라면 대부분 그의 존재를 알고 있다. 코치이기 때문에? 절대 아니다. 최병훈은 코치가 되기 전에 SK텔레콤의 팬이었다.

"동양 오리온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팬클럽 활동을 했어요.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이것 저것 안 해본 게임 없이 섭렵하다가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보게 됐죠. 즐겨하다가 프로게이머들의 플레이를 본 거에요. 누구나 빠져들지 않나요? 처음에는 카페에 가입해서 활동하다가 결승전 구경도 자주 가고 그러다 보니 여러 사람들과 친해졌죠."

주훈 감독과 임요환이 주축이 되어 이끌던 동양 오리온은 프로리그 원년 우승을 차지하며 SK텔레콤 T1으로 거듭난다. 2004년 창단 이후 팀리그 우승, 프로리그 오버 트리플 크라운 등을 달성했고 각종 개인리그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오프라인 행사마다 그는 SK텔레콤 응원단의 선봉에 서서 응원을 주도했다. "하나, 둘, 셋, T1 파이팅"을 외치는 마이크로폰은 그의 차지였다.

"과장된 표현이에요. 제가 응원했을 때는 준우승이 더 많았어요. 그러다가 2005년 군에 입대했는데 부대로 편지가 오더라고요. 카페 운영자분들이었는데 제가 없으니까 T1이 프로리그에서 4회 연속 우승을 하더라는 내용이 골자였어요. '인연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인생의 전환기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돌아온 그는 갈림길에 섰다. 아직 마치지 않은 학업으로 돌아가느냐, 애정을 갖고 있던 SK텔레콤 T1 프로게임단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느냐를 고민했다. 몇박 며칠 동안 주위 사람들을 만나 해결을 위한 조언을 구했으나 확답은 없었다.

그는 결정했다. SK텔레콤 T1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자고. 이전에 함께 활동하던 사람들에게 문의했고 주훈 감독, 사무국 직원 등과 의논한 끝에 주무라는 자리를 얻었다. 야구나 축구 등 프로화가 완료된 스포츠에서는 주무의 자리가 매우 중요하지만 e스포츠계에서는 잡다한 일을 도맡아하는 매우 힘든 보직이다. 게임단과 관련된 서류 업무와 선수들의 뒤치닥거리, 응원 단장이 공석일 때에는 응원까지 맡아해야 한다. 게다가 코칭스태프에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 생긴 선수들의 카운셀러 역할도 그의 몫이었다.

"선수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게이머들과 형, 동생으로 친해졌고 코치 역할을 맡았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됐죠."

SK텔레콤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팀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주훈 감독 휘하 모든 코치들이 경질되면서 코칭스태프 자리가 공석이 된 것. 최연성과 박용욱 코치가 선임됐고 박용운 감독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주무였던 최병훈은 수습 코치로 보직이 변경됐다.

"코치 생활의 시작이었죠.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선수 출신 코치들로 교체되는 시점이었는데 한 번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한 적이 없는 제게 코치 자리 제안이 왔어요. 제 인생의 첫 전환기였고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스페셜포스 통해 본격 코치 생활
주무직을 맡았을 때나 다름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수습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전적 데이터 베이스 업데이트나 상대 선수에 대한 분석도 맡았지만 일정 체크와 선수 상담이 대부분이었다.

"수습 코치를 마칠 때 쯤 스페셜포스 프로리그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스타크래프트 일변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협회가 국산 종목 프로리그를 열겠다고 했죠. 그러려니 했어요. 제 일은 달라질 것이 없었으니까요."

2009년 4월 스페셜포스 프로리그가 스타트를 끊은 뒤 SK텔레콤은 박용운 감독과 최병훈 코치를 중심으로 게임단을 꾸려 나갔다. 그러나 박 감독에게 일단 지워진 짐은 스타크래프트 팀의 우승이었고 최 코치가 포스트가 되어 스페셜포스 팀을 운영했다.

"기회였어요. 주도적으로 팀을 끌어가는 주체가 제가 되었죠. 감독님이 스타크래프트 팀을 끌어가기만으로도 버거웠으니까요. 오랫동안 팀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에 회사에서도 스타크래프트 팀의 우승을 원했어요. 그리고 해냈죠."

1107일만의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우승을 해낸 뒤 SK텔레콤은 스페셜포스팀 운영의 대부분을 최 코치에게 맡겼다. 독립된 숙소를 마련했고 전념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은 뒤 박 감독의 영역을 줄이면서 최 코치는 실질적인 스페셜포스팀의 운영권자가 됐다.


◆6명의 도재욱
생각대로T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에서 우승에 실패한 SK텔레콤은 선수 영입에 뛰어들었다. 5명의 선수만으로 재도전할 수 있었지만 다른 팀들이 새로운 피 수혈을 통해 전문화와 선수층 확대를 꾀했기 때문에 SK텔레콤도 즉시전력감 탐색을 위해 나섰다.

최 코치는 엔엘베스트에서 돌격수로 활동하다 가정사정으로 인해 시즌 중에 탈퇴를 선언한 이성완을 만나 삼고초려에 들었다. 눈 여겨 보고 있던 선수였지만 생계를 위해 그만둬야 했던 이성완이 아쉬웠던 터였다.

"스페셜포스도 백업 요원이 필요한 시점이 올 것 같았어요. 이성완은 이미 프로리그를 통해 검증된 선수였고 우리 팀 선수들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아 섭외했죠."

이성완을 받아들이고 나니 더욱 난감한 상황이 다가왔다. 가뜩이나 개성이 뚜렷한 5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한 명이 추가된 것이다. 최 코치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타크래프트 팀에 있을 때 유난히 장난을 걸던 선수가 도재욱이었어요. 고참들과 나이 차가 나다 보니 친하게 지내고 싶은 타깃을 저로 잡았던 거죠. 밤낮으로 추근덕대는데 그런 선수가 6명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끔찍하지 않나요."

최 코치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고비를 넘겼다. 개성이 강하고 관심 받고 싶어하는 6명의 선수들의 형을 자처하고 나섰다. 코치와 선수로서 경계를 확실하게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갖출 때까지 선수들의 노하우와 고민거리를 섭렵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고 실천으로 옮겼다. 스타크래프트 팀에서 주무로 활동하던 시절 카운셀링하던 실력을 발휘했고 선수들이 자는 시간에는 스페셜포스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해 공부를 시작했다

코치의 능력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선수들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생활의 고민들을 털어놓던 선수들이 게임 내적인 고민을 최 코치와 상의하기 시작했고 함께 연구하면서 하나씩 보완해갔다. 선수들이 자는 시간에도 몰래 공부하던 최 코치의 노력이 선수들에게 감동을 실어준 것이다.

"6명의 도재욱이 하나의 팀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코치의 역할에 대해서도 인정했고 똘똘 뭉쳤죠. 그 결과가 이번 시즌 우승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끝은 창대하리라
SK텔레콤은 2월6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열린 시즌2 결승전에서 MBC게임 히어로 플러스를 3대0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창단 이후 첫 우승이었고 최병훈 코치와 선수들이 하나가 됨으로써 만들어낸 우승이었다.

"결승전에서 출사표를 이야기하기 위해 무대에 섰을 때 우승에 대한 믿음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오늘 안에 다시 올라오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했죠. 그동안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모두 알기에 보상받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최 코치의 바람은 두 시간이 흐른 뒤 성사됐다. SK텔레콤은 우승했고 4개월 간의 보람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스페셜포스 게이머 출신이 아니지만 코치가 해야할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팀을 하나로 만드는 방식을 알고 있으면 전문성은 추후에 보강해도 된다는 답을 보여준 그가 처음으로 얻어낸 성과였다.

그러나 최 코치는 만족하지 못했다. "이제 갓 팀워크라는 말의 맛을 봤어요. 시즌3에서는 수성하는 입장에서 정말 완벽한 팀이 무엇인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6명의 모래알 같던 선수들을 하나로 뭉쳐 우승까지 끌고온 최병훈 코치의 힘은 친화력이다. 선수 출신 코치가 가질 수 있는 단점인 선입견과 고자세를 모두 던지고 낮은 곳으로 임한 그의 끝은 창대리라.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P.S. SK텔레콤 스포팀의 뒷 이야기
최병훈 코치는 인터뷰를 마친 뒤 형식을 떠나 편하게 SK텔레콤 스페셜포스팀을 홍보하겠다고 나섰다. 과거 주무 시절의 '버릇(e스포츠계 주무의 역할 가운데는 홍보도 있다)'이 살아난 것이다.

최 코치가 꼽은 SK텔레콤 팀 안에서 가장 특이한 선수는 돌격수 김동호다. 부리부리한 눈매에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외모를 가진 김동호는 지독한 겁쟁이란다. 귀신 이야기만 하면 곧바로 이불을 덮어쓰고 숙소에 있는 불이란 불은 다 켜야 안심이 되는 '소심남'이다.

SK텔레콤이 신도림역 근처에 숙소를 마련한 뒤 선수들의 눈이 시뻘개져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유인즉 밤새 김동호를 놀리느라 선수들과 코치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 한 번은 김동호가 연습실에 들어올 때 일부러 차단기를 내려 완전히 빛을 제거한 뒤 귀신 놀이를 하며 2~3시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고. 옷장과 침대 밑, 커튼 뒤, 책상 아래에 숨어 있다가 김동호가 움직일 때마다 놀래키며 놀았단다.

또 특이한 징크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생각대로T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시즌2가 시작할 즈음에는 '설렁탕 징크스'가 있었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한 음식점의 설렁탕을 먹어야만 이긴다는 징크스가 생겼다. 시즌 초반 SK텔레콤이 2대0으로 연승했던 이유에는 질릴 정도로 설렁탕을 먹어댔기 때문이라고.

이후에는 속옷 징크스가 생겨 선수단 전원이 비슷한 색의 팬티를 입고 경기장에 나서기도 했고 최근에는 경기 전날 같이 자야 이긴다는 징크스 때문에 좁디 좁은 침대 아래에서 코치까지 7명이 함께 자기도 했다고.

최 코치는 "이기는 징크스 덕에 계속 이긴다면 오만가지 징크스라도 환영한다"는 말로 홍보를 마쳤다.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1한화생명 15승 3패 +21(32-11)
2T1 14승 4패 +20(30-10)
3젠지 14승 4패 +19(30-11)
4KT 13승 5패 +11(26-15)
5DK 11승 7패 +6(24-18)
6한진 6승 12패 -8(16-24)
7BNK 6승 12패 -11(14-25)
8키움 5승 13패 -12(16-28)
9농심 5승 13패 -15(13-28)
10DN 1승 17패 -31(3-34)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