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인터뷰] 호랑이띠 오영종-한동욱 "호랑이 기운 받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2141733280022528dgame_1.jpg&nmt=27)
호랑이띠 선수들을 인터뷰 하기 위해 1986년생을 찾던 와중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공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서로 전혀 연관이 없었지만 동기로 입대를 한 뒤 많이 가까워진 오영종과 한동욱.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한 점이 정말 많은 오영종과 한동욱을 만나 경인년 각오에 대해 들어봤다.
두 선수에게 “올해는 호랑이 해이니 감회가 새롭겠다”고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 올해가 호랑이 해에요?”라는 다소 의외의 반응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띠 해가 되면 다른 해와는 남다른 각오를 가지게 된다지만 오영종과 한동욱은 도통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호랑이해인 것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두 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인 것이다. 오영종은 “올해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며 감격에 찬 목소리였다.
“올해는 우리가 태어난 호랑이해가 아니라 전역하는 해 입니다(웃음). 군인에게 다른 어떤 의미를 갖다 붙인다 해도 ‘전역의 해’라는 의미를 뛰어넘을 수는 없어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펼쳐지는 올해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웃음).”
워낙 넉살이 좋은 오영종이기 때문에 이런 말이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얌전한 한동욱에게도 물어보니 군인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오영종과 똑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호랑이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단지 올해 10월에 제대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죠(웃음). 성격이 어떻건 군인에게 제대하는 날보다 중요한 날은 없습니다(웃음).”
두 선수가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소리를 들으니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 군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프로게이머지만 그들의 또 다른 직업인 군인이라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래도 호랑이해기 때문에 더 깊게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은 없었는지 물어보니 한참을 생각한 오영종이 “제 나이가 벌써 25살이네요”라고 한숨을 쉬었다. 희망찬 대답을 기대했던 기자는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상황. 한동욱 역시 “언제까지 20대 초반일 것 같았는데 벌써 20대 중반이 됐다는 사실에 우울하다”며 한술 더 떴다.
“사실 민간인이었다면 호랑이해라는 사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군인이고 프로게이머라면 더 중요한 일들이 먼저 들어오게 돼요. 1승을 해야겠다는 목표, 전역을 하기 전에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계획 등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가더라고요. 작년이나 올해나 목표는 변함이 없습니다. 경인년이라고 좀더 강해지는 것은 없어요. 전 해에도 항상 목표는 확실했고 강한 의지가 있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군인정신이라고 했다. 호랑이 기운 따위도 필요 없을 듯 했다. 그저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그것이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반대 성격의 두 선수
오영종과 한동욱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활발하고 말하기 좋아하고 직설적이며 외향적인 오영종에 반해 한동욱은 조용하고 말이 없고 소심한 면이 있는 성격이다. 이렇듯 완전히 다른 두 선수가 같은 내무반에서 동기로 생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군대에 오기 전에도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저는 워낙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인데 동욱이 같은 경우 그 말에 상처를 받은 적이 많았더라고요. 몇 달간 동욱이가 상처받은 것도 몰랐으니 말 다했죠. 섬세한 부분이 없어서 그런지 상대 기분을 읽어내지 못했어요.”
털털하고 남자다운 성격의 오영종과 달리 섬세하고 세심하면서 순한 성격의 한동욱은 처음에는 오영종의 이야기에 오해를 많이 했다고 한다.
“제가 싫어서 그런 말을 하는 줄 알았어요(웃음). 처음에는 오해도 많이 했고 혼자 상처 받기도 했죠. 그런데 작년에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날 모든 오해를 풀고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너무나 달랐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돈독한 동기가 된 오영종과 한동욱은 “이젠 친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가장 기뻤던 순간도 정반대인 두 선수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고 했더니 정반대의 답변이 나왔다. 오영종은 “르까프 이름으로 프로리그에서 우승했을 때”라고 했고 한동욱은 “배고팠지만 정이 있었던 KOR시절”이라고 답했다.
“요즘 팬들은 아예 모르실 테지만 사실 화승의 전신이었던 플러스 시절에는 우리 팀이 공군보다 못한 팀이었어요. 에이스를 길러내면 모두 다른 팀으로 가버렸고 다른 팀들이 우리를 만나면 ‘무조건 1승’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앞이 보이지 않았고 이대로 해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에요.
그런데 그런 팀이 우승을 했어요. 우승을 한 뒤 플러스 시절부터 있었던 김성곤, 최가람, 이유석, 김정환 등과 함께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어요. 다른 화승 선수들이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을 거에요. 사실 우리 인생에 우승이라는 두 글자는 먼 존재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뛰어요.”
가장 최고의 순간일 때가 가장 기뻤다는 오영종에 비해 한동욱은 가장 힘들고 암울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형들이 위에서 끌어주고 동생들을 끌어 올리면서 서로 토닥토닥 해주던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행복했어요. 먹을 것도 없었고 힘들었던 시기지만 게임을 가장 열심히 했었던 때기도 하죠. 지금은 표현할 수 없었던 뿌듯함이 있었어요. 생활도 나태하지 않았고요. 게임하는 것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던 시기였죠.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요.”
◆2010년, 미래의 꿈을 생각해 보다
올해 10월에 전역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생각을 더욱 절실히 할 수 밖에 없는 오영종과 한동욱은 “아직은 구체화 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계속 프로게이머를 하게 될지 아니면 다른 길을 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단다.
하지만 당장 올해가 아닌 먼 미래에 대한 꿈은 있을 것 같아 물어보니 한참을 고민했다. 오영종은 “전문직을 가져보고 싶다”고 운을 뗐다.
“요즘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의사나 변호사, 판사 등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런 직업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생각만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웃음). 게이머를 하든 코치를 하든 계속 e스포츠에 종사할 수도 있어요.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잖아요.”
한동욱의 경우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대학교 시절을 경험하지 못했던 한동욱은 “남들이 생각했을 때 평범한 것을 해보고 싶다”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우선 대학생이 돼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거에요. 강의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도 해보고요. 내가 번 돈으로 친구들과 해외 여행을 꺼나는 거죠. 그리고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해서 외국인 친구들도 사귀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네요.”
한동욱의 이야기에 오영종은 “아침마다 강의 들으러 가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지 아냐”며 “1~2학년 때는 재미있겠지만 3~4학년 되면 취업 때문에 골머리 앓는다”고 충고했다. 주변에 대학생 친구들이 많아 간접 경험을 많이 해본 오영종의 충고였다. 하지만 한동욱은 아랑곳 하지 않고 “해보고 후회하겠다”며 대학 생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간절한 1승, 2월에는?
공군 에이스가 연패에 빠져있기 때문인지 두 선수의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연습함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계속 좋지 않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상실돼 있었다. 하지만 팬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았듯 선수들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조만간 기쁜 1승 소식도 들려드릴게요. 그때는 크게 ‘공군 필승’이라고 외치겠습니다. 팬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군 에이스도 호랑이 힘 받아 열심히 뛰겠습니다."
글,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기사 수정했습니다. 날카로운 지적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