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그 조지명식이 연기됐다. 15일 SK텔레콤 T1이 조지명식 불참을 선언하면서 잡음이 일어났다. 16일에 열리는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2 조지명식에 소속 선수가 3명이나 참가하는 SK텔레콤은 17일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시즌 6강 플레이오프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온게임넷에 불참을 통보했다.
그러나 사태는 CJ와 MBC게임, 위메이드가 조지명식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해결점을 찾았다. 온게임넷이 16일 SK텔레콤 선수들만 제외하고 조지명식을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회의 끝에 21일로 조지명식을 연기했고 모든 팀이 참가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면서 일단락됐다.
그렇지만 이번 조지명식과 관련된 일련의 움직임을 통해 그동안 관계자들 사이에서만 문제로 지적되던 일정 조율과 관련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국e스포츠협회의 조정 능력 부재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고 방송사가 주최하는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의 상충 관계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SK텔레콤 T1이 보여준 행보에 대해서는 팀으로서 당연하다는 쪽과 팬을 무시한 이기적인 처사라는 의견이 대립됐다. 논란이 확대되면서 게임단과 협회, 방송사 간의 구원(舊怨)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일단 일정 조율과 관련된 책임은 공식 리그를 관장하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갖고 있다. 방송사가 주최하는 스타리그나 MSL과 같은 개인리그와 협회가 주관하는 프로리그의 일정 전반을 관장하고 조율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협회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협회 경기국의 소관이다.
협회 경기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온게임넷과 사전 조율을 통해 스타리그 조지명식 일정을 14일로 앞당기기로 하고 게임단에 수용 여부를 타진했으나 일부 게임단이 어렵다는 뜻을 밝혀 합의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21일로 연기하는 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했으나 후원사인 대한항공도 걸려 있고 일부 게임단도 어렵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게임넷도 협회와의 사전 조율 내용에 대해 동의했다. 스타리그 진행과 관련해 3월에 대강의 일정에 대해 협회에 통보했고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의 일정에 대해서는 6월에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프로리그 포스트 시즌이나 다른 종목 일정 등을 감안해 협회와 조정한 뒤 12개 프로게임단에 일정을 전달했고 합의도 받았다는 것이 온게임넷의 전언이다.
게임단은 과연 일정에 대해 몰랐을까. 포스트 시즌에 올라온 팀들의 경우 개인리그 일정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1년 농사를 마무리짓는 과정에서 다른 이유로 인해 연습이 부족하거나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저하되는 일을 바라는 팀은 없을 것이다. SK텔레콤이 조지명식 불참 선언을 한 이유나 CJ가 고민했던 이유도 수긍이 간다.
이번 스타리그 조지명식 연기 사태와 관련해 모든 주체는 제 역할을 했다. 조율하려는 노력을 했고 자기 입장에서 최선의 방식을 내놓았다.
문제는 자기 입장을 고집했다는 데 있다. 소임은 다했지만 대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문제에 봉착했다. 결국 16일 스타리그 조지명식을 열겠다는 팬과의 약속은 닷새 뒤로 미뤄졌고 각 주체별로 생채기만 입었다. 협회는 협회대로, 방송사는 방송사대로, SK텔레콤 T1은 SK텔레콤 T1은 SK텔레콤 T1대로 비난만 받았다.
최근 연 이은 악재로 인해 e스포츠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는 역지사지가 아닐까. 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다른 주체의 상황을 인지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진정한 주인 정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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