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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스토리] '이영호의 그림자' KT 김윤환

[코치 스토리] '이영호의 그림자' KT 김윤환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대리만족 아니라 함께 만족하는 코치되고파

프로 스포츠를 보면 선수 시절에는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하다가 코칭 스태프가 되고 나서 명감독, 명코치로 평가받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NBA 우승 반지를 열 손가락에 모두 차도 될 만큼 보유한 LA 레이커스의 필 잭슨이 좋은 예다. 뉴욕 닉스라는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벤치 워머였다. 그렇지만 시카고 불스의 감독으로 임명된 뒤 마이클 조던을 중심으로 한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만들어냈고 LA 레이커스로 자리를 옮겨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등과 우승을 일궈내고 있다.
KT 롤스터 김윤환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선수 시절 정수영 감독으로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였던 그는 두세 차례의 감독 교체를 경험하고 나서 선수로서는 부활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그렇지만 코치직을 맡은 이후 이영호의 그림자가 되어 최고의 선수로 키워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레이스로 커맨드 센터를 깨던 유망주
KTF 매직엔스(현 KT 롤스터) 정수영 감독을 만나면 언제나 김윤환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라 불리는 스타 플레이어를 잔뜩 보유하고 있던 KTF였지만 강민, 박정석, 홍진호, 조용호 등에 대한 이야기보다 김윤환에 대한 말이 더 많았다. KTF가 영입에 돈을 들이지 않고 육성에 노력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에 정 감독은 기자들만 만나면 김윤환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 팀에 레이스로 상대방의 커맨드 센터를 깨는 선수가 있어. 나중에 대박이 터질 거야. 남 기자 기대해"라는 식이었다.

실제로 김윤환은 KTF의 기대주였다. 2004년 입단한 뒤 내로라하는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있었지만 정수영 감독의 비밀 병기로 쑥쑥 성장했다. 그렇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김윤환이 성장한 시점에 또 다시 선수를 영입하면서 출전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 결과 김윤환이 선수 생활을 그만 둘 때 공식 성적은 34승50패였고 개인리그 본선에 나간 것은 2007년 곰TV MSL 32강이 전부였다. 레이스로 커맨드 센터를 깨던 유망주는 그렇게 선수 생활을 마쳤다.

[코치 스토리] '이영호의 그림자' KT 김윤환


◆아르바이트하며 '체험 삶의 현장'
김윤환은 KTF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소속 팀은 STX 소울이었다. 2009년 3월25일 김윤환은 STX 소울로 이적을 선언했다. 김윤환의 가능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김은동 감독이 KTF로 부터 영입했다. 김은동 감독은 "제2의 박성준처럼 성공 가도에 올려 놓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김윤환은 1주일만에 STX를 나왔다. 팀의 대우가 좋았고 연습 환경도 마음에 들었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KTF에서 '왕고' 생활을 하던 가닥이 남아 있었다.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STX로 이적해서 달라지려고 했지만 제 몸과 마음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게으름과 나태함이 그대로 발현되더라고요. 이렇게 살다간 STX에서도 실패할 것 같아 먼저 나왔어요.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김윤환은 남부럽지 않은 집에서 부족함을 모르고 자라났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막내 생활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좋은 선배들 아래서 인정받았기 때문에 어려웠던 시기는 길지 않았다. 온실 속의 화초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부러 몸을 험하게 굴렸다. 당구장, PC방,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5개월간이나 동시에 진행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받은 돈과 땀 흘리면서 일한 돈의 차이를 깨달았다.

"한 푼 벌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았죠. 그러면서 마음 속에 e스포츠계로 복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이지훈 감독님을 찾아가 무릎 꿇고 빌었습니다. 일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습니다."



◆이영호의 그림자
이지훈 감독은 김윤환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STX 소울로 보낼 때에도 이 감독은 김윤환을 코치로 쓰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시 김윤환의 생활 태도나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많았기에 함께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코치를 하겠다고 돌아온 김윤환에게 이영호를 맡겼다. 선수 때와는 다른 눈빛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영호가 08-09 시즌을 치르면서 진이 모두 빠진 선수가 되어버렸어요. 09-10 시즌에는 제가 그 짐을 덜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영호의 일정은 제가 거의 다 커버했어요."

김윤환이 코치로서 처음 맡은 임무는 '이영호의 성적을 올려라'였다. 프로리그 2년 연속 다승왕을 차지한 선수에게 무엇이 더 필요하겠으며 더 좋은 성적을 내라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이영호를 도울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아침 기상 시간을 조절하는 것부터 연습 상대를 찾아주고 건물 배치 위치를 통한 입구막기나 다음에 경기할 상대의 VOD와 최근 페이스 체크까지 완벽히 이영호의 손과 발이 됐다.

"이영호가 좋은 성적을 내려면 잠을 푹자야 해요. 경기 전날 새벽 4~5시까지 연습한 뒤에는 12시 이후에 깨우죠. 동료들과 주로 연습하지만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는 다른 팀 선수들과도 연습을 해요. 새로운 맵이 나오면 건물 배치 정도는 제가 만들어주고 입구 막는 법도 알려줍니다. VOD 체크와 특징을 찾는 일은 당연히 해야죠."

김윤환 코치가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해주다 보니 이영호는 자신의 경기력과 컨디션 관리만 하면 됐다. 김 코치가 합류한 뒤 이영호는 프로리그와 두 개의 개인리그에서 승승장구했고 2회 연속 개인리그 결승전 동반 진출, 프로리그 세 시즌 연속 다승왕, 프로리그 광안리 결승전 우승 등의 주역이 됐다.

◆박지수-황병영에 미안
이영호를 전담하다시피하면서 김 코치의 마음 한 켠에는 박지수와 황병영 등 다른 테란 선수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다. 김윤환이 팀을 떠난 기간에 박지수가 이적해서 KT 식구가 됐기에 코치가 되고 나서야 박지수에 대해 알게 됐다. 기량이 하향세였기에 일단 이영호를 챙기면서 끌어 올릴 방법을 추진하기로 했고 그 결과 박지수의 부활 속도가 더뎌진 것에 대해 마음 아파했다.

"박지수를 09-10 시즌 초반부터 보기 시작했어요. 이영호를 따라하다 보니까 박지수가 갖고 있던 타이밍과 스피드에 대한 감각이 없더라고요. 장기를 살리라고 했죠. 그리고 나서 3라운드부터 살아났어요. 너무 늦은 것 같아 미안했죠."

김윤환은 이영호에게 7을, 박지수와 황병영에게 3을 투자하고 있다. 이영호의 일정이 워낙 빠듯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을 챙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10-11 시즌을 맞아 휴식기에 박지수와 황병영에 대한 관심을 쏟겠다는 것이 김윤환 코치의 생각이다.



◆이영호 덕에 빛봤다는 말 사절
김윤환 코치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이영호는 내버려둬도 50승은 하는 선수"라는 주위의 시선이다. 워낙 출중한 선수이기 때문에 굳이 김윤환이 전담하지 않아도 자기 할 몫은 해낸다는 평가는 듣기 싫다고.

"100점 만점인 선수를 120점으로 만드는 일이 코치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08-09 시즌 이영호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개인리그 성적을 보면 알죠. 4강 한 번 가지 못했습니다. 프로리그 일정을 소화하면서 병행하기가 어려웠던 거죠. 제가 합류한 뒤에는 개인리그 결승을 모두 진출했어요. 영호가 물이 오른 것도 있지만 주위에서 짐을 하나씩 덜어주고 경기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김윤환은 팀에 기여하는 선수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선수의 특성과 능력치를 코치가 정확하게 파악하고 80점 이상의 선수로 만드는 것이 그의 역할이자 꿈이다. 이영호가 90점을 훌쩍 넘긴 선수이고 박지수와 황병영은 그에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B학점 이상 받는 선수로 키워내겠다는 각오다.

"선수 시절 유망주 소리만 5년을 듣다가 은퇴했습니다. 이영호를 통해 대리 만족하고 있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함께 우승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코치 김윤환도 지켜봐주세요."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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