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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rGraphy] 삼성전자 송병구 '2인자에서 1인자로' (1)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그는 삼성전자의 비밀 병기였다

e스포츠계서 유행하는 단어가 있다. '콩라인'.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듣고 싶지 않아 하는 별명이다. 4대천왕 가운데 한 명이었던 홍진호가 우승 한 번 하지 못한 가운데 최고 선수들의 모임인 '4대천왕'에 들었기에 비하하기 위한 용어로 '콩'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이후 준우승만 계속하는 선수들이 생기면서 홍진호의 라인이라는 말의 준말로 '콩라인'이라 불렸다.
홍진호의 후예로 꼽히는 선수 가운데 1순위가 삼성전자 송병구였다. 국내에서 열린 수 차례의 개인리그에서 결승전까지 올랐지만 송병구는 이제동, 이영호, 김택용 등에 밀려 준우승만 계속했다. 2008년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우승하기까지 송병구는 홍진호의 직속 후배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콩라인의 적자'라 불렸다.



◆김가을 감독의 비밀 병기
송병구는 삼성전자가 발굴한 첫 프로토스였다. 이전에 이현승이 프로토스와 테란을 오가는 선택적 랜덤 플레이를 지향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고 딱히 프로토스 가운데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2004년 팀을 처음 맡은 김가을 감독은 프로토스를 키우기 위해 신인을 선발했고 그 가운데 한 명이 송병구였다.

송병구는 학교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송병구는 프로게이머를 꿈꾸고 있었던 덕에 마재윤을 알게 됐다. 당시 GO 소속으로 활동하던 마재윤은 학교의 허가를 받아 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고 송병구의 우상이었다.

"학교에서 제가 프로게이머를 한다니까 이해하지 못했어요. 마재윤 선배가 아직 유명세를 떨치기 전이어서 그런지 제게는 특혜를 안 주더라고요. 결국 마재윤 선배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제가 전학을 갔어요."

송병구가 택한 곳은 미용 고등학교였다. 헤어 스타일와 관련해서 전혀 정보가 없었지만 프로게이머 생활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에 무작정 학교를 옮겼다. 서울에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면서 쭉쭉 실력이 늘기 시작했다.

김가을 감독도 송병구에게 은근히 기대를 표했다.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선수가 있음을 연습실을 찾는 기자들에게 슬쩍 귀띔했다. 비밀병기였던 셈이다.

◆조용하지 않은 등장
송병구는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2004년 삼성전자에 입단한 송병구는 외모가 특출나게 잘 생기지도 않았고 나서는 성격도 아니었다. 삼성전자의 1군을 형성하고 있던 이창훈이나 박성훈, 변은종 등이 입담으로 팬들에게 인기를 얻었지만 송병구는 그들의 그늘에 가려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 넣어 놓은 송곳은 시간이 지나면 주머니를 뚫고 나오기 마련. 본격적으로 숙소 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2005년 송병구는 챌린지리그 1위 결정전에서 프로토스 강자로 인정받고 있던 이재훈을 3대1로 꺾고 스타리그 본선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16강 체제로 진행되던 스타리그였기에 신예가 뚫고 올라오면 주목을 받기 마련이었고 송병구는 김태형 해설 위원의 눈에 들었다. '김캐리'와의 공조가 시작된 시기다.

송병구는 '레전드'라 불리는 선수들과 한 조를 이뤘다. 스타리그 준우승만 2번을 했던 홍진호, 올림푸스 스타리그 우승자 서지훈, 차세대 테란 주자로 꼽히던 이병민이 그의 상대였다. 송병구는 16강에서 1승2패를 거둔 뒤 재경기에서 홍진호와 서지훈에게 패하면서 탈락했다. 그렇지만 그가 남긴 인상은 강렬했고 김태형 해설 위원은 '아들'로 삼았다.



◆프로리그의 사나이
스타리그를 통해 유망주 대열에 낀 송병구는 스카이 프로리그 2005 전기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데뷔하자 마자 2연승을 기록한 송병구는 김가을 감독의 지시로 에이스 결정전에 자주 등장했다. 프로토스가 할 만한 맵이 대부분이었기에 송병구는 '애니콜'이었고 항상 대기 상태였다. 팀이 에이스 결정전에 가기만 하면 김 감독은 송병구를 찾았고 송병구는 5할의 성적을 내면서 팀에 기여했다.

전기리그를 통해 감을 잡은 송병구는 후기리그에서 맹활약한다. 7승5패로 변은종과 함께 개인전을 담당한 송병구는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데 큰 공을 세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GO(현 CJ) 서지훈에게 패했지만 최종전에서 마재윤을 꺾으면서 플레이오프에 팀을 올려 놓았고 KT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박정석을 제압하면서 결승전까지 진출시키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대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송병구는 SK텔레콤의 박태민과 1경기를 치렀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경기를 펼친 송병구는 저그전에서 캐리어와 커세어, 리버를 활용하면서 1시간 가까이 난전을 펼친 끝에 승리했다. 비록 삼성전자가 최종세트에서 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송병구의 활약은 향후 삼성전자의 행보가 가벼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뒤에도 송병구는 삼성전자의 주력으로 성장했고 2007년 전기리그와 2008년 단일 리그에서 광안리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공을 세우며 '프로리그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잊고 싶은 이름 '콩라인'
프로리그에서 삼성전자의 에이스로 우뚝 선 송병구에게 주어진 임무가 따로 있었다. 삼성전자 최초의 개인리그 우승을 달성하라는 지상 과제였다. 2006년까지 삼성전자는 남성부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진 선수가 없었다. 사령탑인 김가을 감독이 여성부 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한 것이 전부였다.

2007년 삼성전자는 송병구를 앞세워 개인리그에 대거 등장한다. 테란 이성은이나 프로토스 박성훈, 저그 박성준, 변은종 등이 개인리그에 도전장을 내걸었다. 가장 높은 단계에 올라간 선수는 물론 송병구였다. 다음 스타리그 2007에서 3위에 랭크된 송병구는 2007년 곰TV MSL 시즌2 결승까지 올랐지만 MBC게임 김택용(현 SK텔레콤)에게 무너졌다. EVER 스타리그 결승전에서는 화승 이제동에게 우승컵을 내줬고 박카스 스타리그 2008에서는 KT 이영호에게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2등의 아픔을 잔뜩 안은 송병구에게는 홍진호의 후예에게 수여되는 '콩라인'이라는 악명이 따라 붙었다.

송병구는 해외 대회에서 한을 풀었다. 2007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WCG 2007 그랜드 파이널에서 송병구는 진영수, 마재윤이 이루지 못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부문 연속 금메달 획득에 일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누리꾼들은 송병구의 금메달을 인정하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를 열심히 하는 나라가 우리밖에 없는데 한국 안에서 2등만 했던 송병구가 밖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나아질 것이 없다는 논리였다. 송병구는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thenam@dailyesports.com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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