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 선수들은 링 위에 오르면 눈빛이 변한다. 심판이 규정을 설명하는 동안 치열하게 눈싸움도 펼친다. 이유는? 기싸움에서 지고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다.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내면서 자신에게 말을 건다. '저 선수는 나보다 약하다', '분위기를 선점했으니 고로 나는 이긴다'라는 식이다.
9일 하이트 엔투스 신동원과의 경기에서 고석현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빌드 오더에서 뒤졌지만 저글링으로 맹공을 퍼부으면서 신동원을 코너로 밀어 넣었다. 일단 기선 제압에 성공한 뒤에는 돌아볼 것 없이 또 공격을 퍼부었다.
"저글링이 두서 없이 마구 덤벼드니까 신동원 선수가 겁 먹으신 것 같아요. 요즘 추구하고 있는 컨셉트와 정확하게 부합한 경기여서 정말 마음에 듭니다."
아직 고석현의 성적은 5할에 미치지 못한다. 2승4패다. 매 시즌마다 목표를 높이 잡는 고석현이지만 시작부터 꺾인 것 같아 최근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있다. 좋지 않은 습관부터 하나씩 고쳐 가고 있고 마인드 컨트롤에 주력하고 있다. 상대를 기세로, 분위기로, 포스로 제압할 수 있는 선수가 되기 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내일 열리는 스타리그에서 하이트 엔투스 이경민 선수와의 경기가 있습니다. 오늘처럼 당당하게, 자신감 있게 밀어붙인다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아요. 프로토스전에 대해 자신감이 있고 맵도 제게 좋은 것 같습니다."
신동원을 꺾은 뒤 입을 쩍 벌리면서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던 고석현이 내일 경기에서도 또 한 번 포효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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