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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김구현 입구 뚫은 손석희의 과감한 선택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최근 공군 에이스가 위너스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면서 연패에 빠져 있습니다. 박대경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인데요.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도 선수들은 1승이라도 따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공군은 STX 소울을 상대로 경기를 펼쳤습니다. 변형태가 선봉으로 나서 1승을 따냈지만 이후 김구현에게 내리 세 명이 패하면서 또 올킬을 당할 위기를 맞았지요. 그 때 공군은 손석희를 출전시키면서 반전을 꾀했습니다. 프로토스전에 자신감을 갖고 있던 손석희이기에 일단 김구현의 올킬을 저지하자는 의도였죠.

팀의 운명을 책임진 대장으로 출전한 손석희는 위치에 걸맞은 플레이를 펼치면서 김구현을 제압했습니다. 너무나도 드라마틱했고 과감한 선택이었기에 이번 '핀포인트'를 통해 집중 분석을 해보려 합니다.



◆시작은 같았다
김구현과 손석희는 테크트리를 포기하고 병력의 숫자로 승부를 내려했습니다. 초반 정찰이 시도될 때까지는 일반적인 패턴이었지요. 질럿을 두 기씩 생산한 두 선수는 프로브를 본진 밖으로 쫓아낸 뒤 병력에 힘을 쏟겠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김구현이 게이트웨이를 3개까지 늘렸고 손석희는 이를 알고나 있다는 듯 4개까지 늘렸습니다.

프로브 숫자를 줄이면서 게이트웨이를 늘린 두 선수는 5분26초만에 중앙 지역에서 첫 교전을 펼쳤습니다. 김구현이 드라군 숫자가 한 기 더 많았고 질럿까지 살렸기에 유리해 보였지만 손석희가 곧바로 드라군을 추가하면서 수적 우위를 점합니다.

그리고 치고 빠지는 교전을 통해 김구현의 드라군을 모두 잡아내고-한 기는 엉뚱한 곳으로 피신합니다-조이기에 들어갑니다.




◆두 번째 같은 선택
게이트웨이 숫자를 늘리면서 병력을 더 많이 뽑아 타이밍 러시를 시도하겠다는 첫 번째 의도가 같았던 두 선수는 테크트리도 똑같이 선택합니다. 프로토스는 사이버네틱스 코어를 올린 뒤에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시타델 오브 아둔, 로보틱스, 스타게이트로 갈라지는데요. 프로토스전이었기에 스타게이트의 활용도는 매우 떨어집니다.

둘 중에 하나를 찍은 두 선수는 똑같은 테크트리를 골랐습니다. 시타델 오브 아둔이었죠. 질럿의 스피드 업그레이드를 통해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템플러 아카이브까지 진행한 뒤 다크 템플러를 쓰겠다는 선택입니다.

먼저 다크 템플러를 뽑은 쪽은 김구현입니다. 게이트웨이 숫자도 적었고 포지까지 생략했기에 자원 측면에서 미네랄과 개스가 최적화됐겠지요. 세 기의 다크 템플러를 뽑은 김구현은 자신의 앞마당 지역에 배치된 손석희의 드라군을 밀어내는데 성공합니다.


◆김구현이 보여준 최선
다크 템플러 세 기를 한꺼번에 생산한 김구현은 드라군을 몰아낸 뒤 한 기의 다크 템플러를 입구 지역에 배치합니다. 혹시라도 모를 손석희의 다크 템플러 러시에 대비하기 위함이죠.

두 기의 다크 템플러를 손석희의 진영으로 보내 신나게 공격할 준비를 하던 김구현은 상대 앞마당 지역에 캐논이 두 개나 지어진 것으로 보고 공격을 망설입니다. 입구에 다크 템플러도 배치했겠다, 상대 진영의 좁은 입구도 다크 템플러로 막으면서 충분히 시간을 벌었다는 판단이죠.

그 결과 김구현은 앞마당 입구 지역에 파일런을 건설하며 확장을 준비하는 듯했습니다. 김구현으로서는 최선이었습니다.



◆손석희의 과감한 선택
김구현의 선택은 최선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죠. 다크 템플러도 비빌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속칭 비비기라고 불리는 컨트롤을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템플러 계열 유닛들 간-하이 템플러는 하이 템플러끼리, 다크 템플러는 다크 템플러끼리-합체할 수 있고 이를 실행하는 도중에 취소를 시키면 유닛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콘과 다크 아콘으로 변신하기 직전 ESC키를 누르면 유닛이 빙글빙글 돌고, 그러는 동안 마우스의 이동 버튼을 누르면 입구를 막고 있는 유닛이 무엇이든 상관 없이 움직이게 되는데요. 손석희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다크 템플러를 2기 생산해 김구현의 입구 지역으로 보낸 손석희는 다크 템플러 한 기가 입구를 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는 양쪽에 배치하고 합체를 시도합니다. 다크 템플러 두 기가 다크 아콘으로 합쳐지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취소시키는 명령을 입력하고 마우스의 오른쪽 버튼을 김구현의 본진 안쪽으로 눌러 이동시킨 거죠.

보이지 않는 유닛인 다크 템플러를 배치했지만 비벼서 들어가는 컨트롤을 막지는 못했고 손석희는 다크 템플러 두 기를 유유히 상대 진영으로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 프로브는 물론 넥서스까지 신나게 깨뜨렸지요.



김구현에게도 승부수는 있었습니다. 남은 병력을 이끌고 공격을 시도했고 손석희의 앞마당 방어선을 무너뜨렸습니다. 본진 넥서스를 파괴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고 캐논도 한 기 깨뜨렸습니다. 그렇지만 손석희는 본진에 계속 캐논을 늘려갔고 게이트웨이에서는 다크 템플러를 뽑으면서 옵저버가 없는 김구현의 병력을 모두 잡아내고 올킬을 저지했습니다.

◆순간적인 판단의 중요성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순발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프로게이머들은 항상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요. 전략을 구상할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특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판단력도 길러집니다.

손석희의 판단은 과감했습니다. 다크 템플러끼리 합쳐져서 아콘이 되었다면 희대의 개그 게임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판단을 금세 내렸습니다. 김구현의 입구 지역에 다크 템플러 두 기를 배치하면서 시간을 끌고 확장전으로 이어갈 수 있었지만 비비기를 통해 뚫고 들어가는 판단이 매우 좋았지요. 이 과정에서 보여진 생각의 순발력과 그에 응하는 손 빠르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손석희는 경기를 마친 뒤 데일리e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입구 지역에 다크 템플러가 배치되어 있고 나에게 두 기의 다크 템플러가 주어진다면 이 방법으로 뚫겠다라는 생각을 이미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 다크 템플러를 합체시키려다 취소하는 연습도 해왔다네요.

연습으로 인해 길러진 판단력은 과감한 선택에 대한 안정감을 주었고 손석희는 팀이 올킬을 눈 앞에 둔 위기의 상황에서 침착하게 컨트롤해내면서 공군의 올킬 패배를 막아냈습니다.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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