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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삼성전자 김기현 "이영호 넘어서야죠"

분명 숙소에서 연습만 하고 있었을 텐데 머리 스타일이 단정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헤어 스타일을 곱게 단장하고 연습하는지 물어보니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첫 인터뷰잖아요(웃음). 그동안 경기를 마친 뒤 짧은 인터뷰를 해보긴 했지만 정식으로 팬들과 만나는 것이 처음인데 부스스한 머리로 사진 촬영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잠시 미용실에 다녀왔어요."

첫 만남부터 신선했다. 지금까지 신예 선수를 인터뷰 하면서 김기현처럼 완벽한 준비를 마치고 기자를 기다린 선수는 없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을 텐데 벌써부터 팬들과 소통하는 법, 선수가 갖춰야 할 예의와 태도, 프로로서의 자긍심을 갖춘 김기현을 만나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 막판 SK텔레콤 정윤종과 치열한 신인왕 대결을 펼치며 e스포츠 관련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주인공 김기현. 더욱 놀라운 사실은 김기현은 아직까지 게임에 올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고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에 계속 다니고 있으며 학교에서 학업을 마친 뒤 연습에 임하고 있다. 다른 프로게이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기현의 단정한 매력을 느껴 보시라.

◆e스포츠 신인상을 노린다
기자가 물어보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 그만큼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리라. 김기현은 "프로리그 신인왕을 놓쳐 정말 아쉽다"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내심 기대했던 모양이다.

"솔직히 승수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았잖아요. 저를 지지하는 팬들도 상당했고요. 내심 기대는 했죠. 솔직히 말하자면 한 40%(웃음)? 그런데 한 기사에 프로리그 신인왕은 팀 순위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수상하지 못하더라고 아쉬워하지 않을 마음의 준비를 하긴 했어요."

6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뒤 신인왕 수상마저도 좌절됐다는 소식에 김기현은 좌절감이 두 배가 됐다. 김기현이 신인왕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생애 단 한번 밖에 받지 못하는 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정규시즌 MVP나 다승왕의 경우에는 다음 시즌 내가 열심히 하면 충분히 거머쥘 수 있는 상이잖아요. 그런데 신인왕은 지금이 아니면 탈 수 없기 때문에 더 욕심이 났어요. 솔직히 시즌 초반에는 신인왕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5라운드 끝날 무렵부터 신인왕에 대한 존재를 깨닫기 시작했거든요. 조금만 더 잘할걸 얼마나 후회가 되는 지 몰라요."

하지만 김기현은 또 하나의 신인상을 노리며 자신을 달래고 있다. e스포츠 대상 신인상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리그 성적만으로 평가하는 프로리그 신인왕에 비해 e스포츠 대상의 신인상은 개인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김기현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대하지 않고 있다 하면 거짓말이죠(웃음). 하지만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러다 갑자기 정윤종 선수가 개인리그에서 잘하면 도루묵이잖아요(웃음). 게다가 같은 팀 (유)병준이의 경우에도 개인리그에서 워낙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 전혀 예측이 안 되요. 그만큼 경쟁자도 많을 것 같고요. 지금부터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가 하나라도 있으면 무조건 이겨야 할 것 같아요."

◆얼떨결에 뚫은 스타리그 예선
김기현이 처음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엉뚱하게도 스타리그 예선이었다. 당시 김기현은 공식전은커녕 팀 숙소에 합류하지도 못해 프로리그 경기장에 와보지도 못했던 그야 말로 ‘듣보잡’이었다. 게다가 예선 결승전에서 상대한 선수는 웅진 윤용태였다. 팬들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저도 어안이 벙벙했어요(웃음). 처음에 인터뷰를 해야 하는지 모르고 화장실을 다녀왔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기자실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걸어가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매번 인터넷으로만 보던 인터뷰를 드디어 하는구나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김기현은 처음 하는 일 중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도대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게다가 스타리그 VCR 녹화 때는 하도 많이 틀려 남들이 5분이면 끝내는 것을 10분이 넘게 녹화했다.

"어쩌다 보니 스타리그 예선을 통과했지만 확실히 본선은 달랐어요. 운 나쁘게도 첫 상대가 MSL에서 우승하고 난 뒤 스타리그 로열로더에 도전하는 STX 김윤환이었죠.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저 스타리그 무대를 경험하는 것에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김기현이 이 같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김윤환이 최고의 반열이 오른 선수였고 김기현이 경험이 일천한 신예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김기현은 이 때 게임에 올인한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처럼 숙소에서 연습을 하지 않았다. 학교를 계속 다니면서 수업이 끝나고 난 뒤나 주말에만 연습을 했다. 연습량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3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승자를 이기게 된다면 그 선수야 말로 신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 때 제가 김윤환 선수를 이겼다면 엄청 자만했겠죠(웃음). 저는 연습도 하지 않고 우승자를 이긴 거잖아요. 생각해보면 그때 패한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거든요."

게임에 올인하지 않고도 스타리그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 김기현은 이후 조금씩 이기는 재미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학교를 다니기로 마음을 먹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김기현은 100% 게임에 올인하고 있지 못하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교를 다녔는데 이제 와서 자퇴를 할 수는 없었어요. 그리고 남들만큼은 배우고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프로게이머들이 사회 교육이 덜 돼있다느니 무지한이라는 이야기가 정말 듣기 싫었거든요."

올해로 고3이 된 김기현은 2학기만 다니면 완전히 게임에 올인할 수 있다. 내년 김기현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외모요? 이왕이면 보기 좋은 게 좋잖아요"
처음 방송 무대에서 경기를 치른 뒤 김기현은 충격을 받았다. 김윤환에게 허무하게 패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방송에서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았다. 김기현은 여러 프로게이머들을 지켜 보면서 실력과 깔끔한 외모를 겸비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했기 때문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화면에서는 정말 얼굴이(웃음)... 크게 나오는 것도 그렇고 피부가 좋지 않은 것도 다 드러나면 보기 싫더라고요. 사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의 경우 선수들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는 경우가 많잖아요. 팬들에게 나서는 선수의 모습이 깔끔하지 못하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야식도 자제하면서 살도 빼고 피부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누가 이야기를 해준 것도 아닌데 스스로 외모까지 관리하는 김기현의 모습에서 낯설지 않은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리쌍’이었다. 2년 전 인터뷰에서 이제동과 이영호는 "화면에 나가고 팬들과 만나야 하기 때문에 피부과도 가고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이지 만약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단순히 경기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아이콘이 되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해요. 외모가 연예인처럼 잘생긴 것은 아니지만 보고 고개를 돌릴 정도는 아니잖아요(웃음). 항상 깔끔하게 하고 다니는 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이자 프로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인터뷰를 위해 아침부터 일어나 미용실에 다녀온 김기현의 부지런함에는 단순히 자신의 외모를 꾸미기 위한 것이 아닌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이영호를 넘겠다
김기현은 승부를 즐길 줄 아는 선수다. 그는 오히려 이름값이 나가는 선수들과 경기하면 더욱 설레고 흥분을 느낀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난 뒤 가장 가슴 뛰었던 일은 KT 이영호를 꺾었을 때였다.


"프로리그에서 이영호 선수에게 승리를 따낸 뒤 승부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깨달았죠. 정말 짜릿했어요. 만약 제가 이영호 선수를 넘어서게 된다면 어떨까요? 지금의 짜릿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겠죠?"

최고의 선수를 넘어서지 못하면 결국에는 그저 그런 선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 김기현은 목표를 ‘이영호 따라잡기’로 정했다. 많은 테란 선수들이 꿈 꾸고 있는 목표지만 누구 하나 따라가지 못했던 바로 그 목표를 향해 김기현은 신나게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모두들 도달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면 그 희열은 상상도 할 수 없겠죠. 많은 사람들이 도전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을 제가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언젠가는 ‘택뱅리쌍’보다 먼저 불릴 수 있는 선수가 될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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