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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지훈 감독이 말하는 우승 비결과 차기 시즌 전망

KT 롤스터 이지훈 감독은 프로리그가 1년 단위로 진행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09-10 시즌 위너스리그 우승, 정규 시즌 1위를 통한 광안리 결승전 직행, 그리고 광안리 결승전에서 SK텔레콤 T1을 손쉽게 잡아내고 우승했을 때만 하더라도 KT에서는 이영호만 보였다. 이영호 원맨팀, 청년 가장 등 우승했음에도 듣기 거북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1년 뒤인 10-11 시즌 KT 롤스터의 행보는 크게 변했다. 시즌 초반부터 삐걱대기 시작했고 팀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이슈들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 주전들이 전력에서 빠져나갔고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했다. 에이스 이영호까지도 오른쪽 팔 부상으로 인해 정규 시즌 막판 공백이 생겨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롤스터는 포스트 시즌을 통해 STX, 웅진, CJ, SK텔레콤까지 연거푸 잡아내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10-11 시즌 KT의 우승을 고난 극복의 역사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KT 이지훈 감독은 이 과정을 어떻게 회상하고 있을까. 괌에서 포상 휴가 겸 전지 훈련을 갖고 있는 이 감독을 만났다.

◆시작부터 어려웠다
KT는 09-10 시즌을 마친 뒤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김재춘, 배병우 등 저그 라인을 받치고 있던 선수들이 군에 가겠다며 팀에서 빠져 나갔다. 신예 저그를 키우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고참들의 이탈로 인해 주전으로 뛸 선수라곤 고강민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때 마침-좋은 의미는 아니지만-이스트로의 해체 소식이 들려 왔어요. 당시 김성대가 성장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었고 KT 사무국과 코칭 스태프는 얼마를 주더라도 데려와야 한다고 결정했죠."

이스트로 선수들의 드래프트가 열리던 날 KT 사무국은 김성대만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팀들이 테란 선수들에게 시선이 가 있을 때 KT는 큰 돈을 걸고 김성대를 영입했다. 저그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김성대를 통해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KT의 성적은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이영호가 1, 2라운드 모두 90%대의 성적을 냈지만 팀 성적은 바닥으로 향했고 2라운드를 10위로 마무리했다. 이 감독의 마음은 어땠을까.

"솔직히 7전4선승제에 대응할 만한 상황이 마련되지 않았어요. 불과 두 세트가 늘어났다고 쉽게 보는 분들이 많지만 게임단 차원에서는 운영에 있어 전면 재수정이 필요했거든요. 그렇지만 우승 이후 여러 행사 일정이 잡히고 분주하게 다니다보니 바뀌는 제도에 대한 적응을 하지 못했어요."

◆전환의 계기가 된 위너스리그
KT는 09-10 시즌 위너스리그에서 이영호를 앞세워 쏠쏠한 재미를 봤다. 정규 시즌에서도 10승1패로 많은 승수를 쌓았고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만 위너스리그 결승을 통해 단체전 첫 우승을 하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정규 시즌 1위와 광안리 우승까지, 위너스리그는 KT에게 가능성을 보여준 대회였다.

10-11 시즌에도 KT는 위너스리그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2라운드까지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지만 승자연전방식의 리그에 돌입하자 물 만난 고기처럼 확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줬다. 10-11 시즌 들어 위너스리그가 3, 4라운드에 배치되면서 이전 시즌보다 경기수가 늘어난 것이 KT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위너스리그 개막 이후 13연승을 달린 KT는 어느새 선두 SK텔레콤과 1위 경쟁을 펼칠 정도로 치고 올라왔다.

위너스리그를 통해 KT는 김대엽을 재발견했다. 09-10 시즌 위너스리그에서 가능성을 엿보인 김대엽은 10-11 시즌에서는 세 번의 올킬을 성공하면서 SK텔레콤 김택용급의 활약을 펼쳤다. 위너스리그에서만 20승 이상을 거둔 김대엽은 이영호의 뒤를 받치는 3~4명 중의 한 명에서 어깨를 나란히하는 투톱으로 격상됐다.

또 한 가지 위너스리그를 통해 KT가 얻은 점은 저그 라인의 가능성이다. 4라운드에서 김성대가 두 경기 연속 3킬을 해내며 저조했던 페이스를 끌어 올렸고 최용주도 STX 소울과의 경기에서 이영호가 무너진 이후에 깜짝 3킬을 달성하며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위너스리그가 우리 팀의 시스템에 가장 잘 맞는 방식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선수들의 집중력이 크게 살아났어요. 이영호가 뒷문을 걸어 잠글 수 있다는 사실이 다른 팀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왔기에 조급증을 유발한다는 장점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위너스리그에서 다른 팀들과의 성적 격차를 모두 줄인 KT는 SK텔레콤과 결승전에서 대결을 펼쳤다. 이영호가 버티고 있었기에 KT의 우세를 점친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승석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1대4로 패하고 말았다.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자만하면 안된다는 단순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선수들의 객관적인 실력 뿐만 아니라 맵 순서나 현장 분위기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요."

◆시즌 중에 일어난 전력 변화
10-11 시즌 KT는 다사다난했다고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인적 구성에 있어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로 구성원의 변화가 컸다.

우선 이영호와 함께 테란의 한 축을 맡았던 박지수가 돌연 은퇴를 선언하면서 균열이 일어났다. 지난 시즌 화승에서 KT로 이적하면서 이영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줄 것으로 보였던 박지수는 개인적인 사유로 급작스럽게 2라운드 막판 팀을 떠났다.

두 번째 균열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터져나왔다. 지난 시즌 주장으로 우승의 주역이 된 우정호가 3라운드 막판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시즌 중에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3라운드에서 두 경기 연속 3킬을 달성하며 KT의 상승세를 주도하던 우정호였기에 청천벽력이나 다름 없었다.


"박지수와 우정호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주전 두 명이 사라졌어요. 눈 앞이 캄캄했죠. 그나마 네 명만 기용해도 되는 위너스리그 기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죠."

박지수, 우정호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고민하던 이 감독은 4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웅진으로부터 저그 임정현과 김상훈 코치를 받아들였다. 임정현의 영입은 전력 부족을 저그로 메워보겠다는 계산이 읽히는 부분이었지만 김상훈 코치까지 받아들인 것은 다소 의외였다.

"미래를 위한 포석이었어요. 임재덕이 팀을 나간 이후 강도경, 김윤환 코치 두 명이 선수들을 관리했는데 너무나 힘들어하더라고요. 저그 전담 코치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고 장기적으로도 종족별 전담 코치제를 통해 신인을 키워야 했으니까요."

박지수, 우정호 등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우는 데에는 KT의 지원 덕도 컸다. 코칭 스태프가 필요한 부분을 요청했을 때 KT 사무국은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다른 팀들과의 협상을 통해 인원 보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만약 영입 시점이 늦어졌다면 KT 선수들은 지쳤을 것이고 영입된 인원들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될 팀은 된다
KT는 정규 시즌 1위를 노렸다. 위너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순위 경쟁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은 만큼 09-10 시즌과 마찬가지로 1위로 결승전에 직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SK텔레콤과 CJ가 탄탄한 인적 구성을 발판으로 연승을 이어갔고 KT는 이영호의 오른팔 부상으로 인해 순위 싸움을 포기해야 했다.

"이영호가 우리 팀의 전력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런 이영호가 경기를 하다 보면 오른팔에 쥐가 나기도 하고 바늘로 찌르는 듯 아프다고 하니까 걱정이 앞섰지요. 사무국에 곧바로 통보했고 곧바로 포스트 시즌 모드로 전환하자고 결정이 났어요."

이영호가 오른팔 부상을 안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뒤 KT는 이영호를 공식전에 내보내지 않았다. 상대팀에게는 에이스 결정전에라도 나설 수 있다는 공포심을 전달하기 위해 벤치에 앉혀 놓았지만 코칭 스태프는 출전시킬 의사가 없었다. 게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부상 치료에 전념하기 위한 조치였다.

"일부 팬들은 시즌 막판에 신인들만 계속 나오니까 화를 내시더라고요. 순위 경쟁을 한 번 해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었는데 솔직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1위를 하지 못할 거라면 정규 시즌을 포기하고 신예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차원으로 활용하면서 포스트 시즌에서 역전을 노리를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KT 코칭 스태프의 계산은 딱 맞아 떨어졌다. 6라운드 막판 승수 쌓기보다는 신인들의 경험 쌓기를 통해 적응력을 끌어 올린 KT는 포스트 시즌에 대한 구상까지도 완료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6개 팀 가운데 KT는 가장 전력이 약한 팀으로 꼽혔고 결승전에 올라가 있는 SK텔레콤의 상대로는 CJ가 될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저희한테는 호재였어요. 누구도 우리를 견제하지 않을테니까요.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포스트 시즌에 임했죠. 우리는 승승장구했고 우승까지 했습니다. 이 정도면 작전 성공 아닌가요?"

포스트 시즌을 치르면서 이 감독은 "될 팀은 된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규 시즌 1개월을 남겨 놓고 포스트 시즌 준비에 돌입했고 선수들에게도 역할을 분담시키면서 몰래 칼을 갈아온 덕분에 KT는 모자란 부분을 유기적으로 메워갈 수 있었다.

STX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3패를 당한 김대엽이 웅진, CJ, SK텔레콤 전에서 기대 이상을 해줬고 CJ전에서 이영호가 신상문에게 일격을 당한 뒤 손을 덜덜 떨면서 내려오며 에이스 결정전을 치를 수 없음을 확인했고 '여기까지가 끝인가보다'라며 자포자기하고 있을 때에는 최용주가 승리하면서 경기를 마무리짓는 등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기록 했던 결승전이 무산되면서 선수단이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할 여유가 생긴 것도 결국 KT에게는 좋게 작용했습니다. 될 팀은 됩니다."

◆차기 시즌은 슬로우 스타트할 듯
10-11 시즌을 통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사례를 만들어낸 KT는 11-12 시즌 프로리그에서도 쉽지 않은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에이스 이영호가 오는 9월 중순 오른팔 부상 부위를 수술해야 하고 재활까지 포함하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2개월 가량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호가 없는 기간 동안 팀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KT로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해체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팀들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좋은 자원이 있으면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할 생각도 있고요. 게임단이 유지, 존속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 팀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요."

이지훈 감독에게 올해의 목표를 물었더니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며 반문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마당에 세 번 연속 우승까지 이뤄내면서 KT를 최고의 명문 게임단으로 올려 놓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눈빛에서 읽을 수 있는 목표였다.

10-11 시즌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을 창대하게 마친 KT가 11-12 시즌에도 고난과 역경을 떨쳐내고 또 다시 최고의 자리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새 역사를 써내려갈 지 지켜보자.

[괌=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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