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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만사] 카트리그 박용규 팀장 "변화로 시청자 사로잡는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어떤 일이든 변화하지 않는다면 금방 도태되고 어느새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잊혀지게 된다. 그것이 만약 문화 콘텐츠라면 변화해야 하는 주기는 더 짧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변화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시행 착오를 거치며 콘텐츠 수명을 늘려간다.

올해로 7년 째 접어는 카트라이더(이하 카트) 리그 담당자 박용규 팀장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줬던 리그에 대한 평가와 보완할 점을 확인한 뒤 다음 리그에 줄 변화에 대해 고민한다. 리그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밤샘 회의도 불사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이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카트리그가 시도한 '팀스피릿'은 성공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선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했고 리그의 몰입도를 키웠기 때문이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고 재미있는 경기가 많이 나왔다. 물론 조금씩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모험과도 같았던 '팀스피릿'의 성공에 박 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변화는 양날의 검
카트리그는 말 그대로 '기본'은 하는 리그였다. 팬 층이 확보됐고 시청률도 꾸준히 나왔다. 특별히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아도 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도 많았다. 지금처럼만 해도 크게 욕먹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러나 박용규 팀장은 이대로 흘러가면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 박 팀장은 새롭게 팀전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벤트처럼 했던 팀전을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모험을 해보자고 설득했다. '기본'은 하는 리그에 모험을 하자는 이야기였다.

찬반이 엇갈렸다. 변화는 양날의 검이다. 변화를 줘 성공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되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기존의 안정적인 리그를 흔들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도 변화가 가지는 이중성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들 파격적인 변화가 두려운 눈치였어요. 사실 저도 그랬거든요(웃음). 카트리그에는 아직 팀체제가 정립돼 있지도 않았고 경기 방식이 매번 바뀌어 생방송이 돌아가게 된다면 시청자들이 직관적으로 경기 룰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잖아요. 안전하게 갔어도 되는데 그래도 새로운 것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이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카트리그 '팀스피릿'의 경우는 4명이 한 팀으로 구성돼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무조건 빨리 달린다고 이길 수 있는 방식이 아닌 전략에 따라 변수가 무궁무진한 경기 방식이었다. 지금까지 어떤 종목도 시도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변화였다.

"팀에서 지정한 선수들의 승부에 따라 팀 운명이 결정되는 타깃 체이스, 매 경기마다 최하위를 차지한 선수가 속한 팀이 패하는 데스매치, 연달아 같은 팀이 들어오게 되면 가산점을 주는 콤보매치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죠. 처음에는 경기 방식을 설명하는 데만 하루가 걸렸어요(웃음). 사실 더 많은 방식들이 있었는데 그 중 쉽다고 생각되는 방식만 정한 것이 이 정도에요(웃음)."

처음에는 선수들도 시청자들도 경기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리그가 진행될수록 선수들과 시청자들 모두 리그 방식에 푹 빠졌다. 선호하는 경기 방식도 생겨나고 그것에 대한 의견 개진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선수들은 경기 중반부터 독특한 전략으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면서 점점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저는 타깃체이스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사실 이 방식은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에이스 결정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거든요. 앞에서 누가 졌건 이겼건 팀의 운명은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한 선수들의 어깨에 달려있잖아요. 에이스 결정전은 누가 나오는지도 팬들이 궁금해 하고 이긴 선수는 몇 배로 관심을 받기 마련이고요. 이번 리그에서 제가 상상도 못한 전략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하지만 변화에는 항상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선수들이 경기 방식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고 시청자들이 결과를 직관적으로 보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한 경기 방식에 따라 경기 시간이 정규방송을 채우지도 못하고 일찍 끝나 당황한 적도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당황도 했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다음 리그에 보완해야 할 점들을 찾아냈다는 거죠. 만약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 다음 리그에 실수가 나왔다면 더 문제잖아요. 원래 첫 번째 시행착오는 팬들이나 사람들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는 경향이 있죠(웃음). 하지만 두 번째 실수는 가차없기 때문에 보완할 점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다행인 것 같아요."

박용규 팀장은 '팀스피릿' 리그를 진행하며 얻은 교훈을 발판 삼아 다음 팀 리그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물론 아주 당장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리그의 영속성 확보가 우선
박용규 팀장은 이번 시즌만큼 리그를 기획하면서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스폰서가 붙어 리그가 진행될 때는 정말 많은 부분들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모험을 할 수도 없었고 설사 변화를 주려고 해도 복잡하게 얽힌 이해 관계 때문에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리그는 넥슨이 일년간 후원을 맡았기 때문에 박 팀장 입장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큰 부담이 없었다. 회사에서도 박 팀장을 믿었기 때문에 리그를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변화에 대해 크게 제지하지 않았다.

"마음이 편하다 보니 오히려 과감한 시도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확실히 안정적으로 1년 리그가 진행되다 보니 영속성이 확보 되고 출전하는 선수들도 마음 놓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어요. e스포츠 리그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리그의 영속성이라는 것이 여기서 증명된 거죠."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박 팀장은 어떤 형태가 됐건 변화는 계속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팀스피릿'을 통해 얻은 교훈을 토대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보는 재미와 하는 재미 동시에 잡겠다
박용규 팀장은 그동안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하면서 보는 재미만 추구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e스포츠가 보는 스포츠라고 해도 직접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줄어 든다면 리그 자체를 진행하는데 타격이 온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보여 줄지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정작 하는 유저들이 없다면 리그를 만들 수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여하는 유저가 없는데 리그를 해야 무슨 소용이겠어요.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하려면 보는 재미와 보고 난 뒤 하는 재미를 같이 줘야 성공하는 것 같아요. 지금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위기인 이유도 보는 재미는 성공했지만 하는 재미를 주지 못해 선수 유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잖아요. e스포츠가 보는 스포츠라 해도 그 부분을 간과하면 안될 것 같아요."

박 팀장이 지금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도 보는 재미와 하는 재미를 동시에 줄 수 있는 리그를 만드는 일이다.

"유저풀을 넓혀 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늘리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리그가 커지고 그 리그를 보면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또 늘어나게 되는 거죠. 이게 바로 선순환의 논리가 아닐까요(웃음)?"

박 팀장의 고민은 지금의 e스포츠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해야 할 고민이 아닌가 싶다. 박 팀장의 바람대로 카트리그가 보는 재미와 하는 재미를 모두 줄 수 있는 국민 e스포츠 종목으로 커나가게 되길 바라본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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