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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KT 김대엽 "이영호 빈 자리 내가 메운다"

10-11 시즌 위너스리그서 3회 올킬 '이슈'
포스트시즌서도 6연승 달리며 KT 우승 기여
이영호 재활 기간 중 에이스 도약 꿈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막는다고 하는데 저는 잇몸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이빨이에요."

KT 롤스터는 09-10 시즌 과 10-11 시즌 프로리그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08-09 시즌부터 1년 단위 리그로 확대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KT가 좋은 성적을 낸 이유는 8할이 이영호 덕분이다. 1년 단위 리그에서 매년 50승 이상 달성하면서 KT의 중심을 확고하게 잡고 있는 이영호가 없었다면 KT는 우승은 커녕 포스트 시즌에도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영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10-11 시즌 KT는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영호의 승수에 절반이라도 해낸 선수가 거의 없었지만 10-11 시즌 KT는 김대엽이 42승이나 올리면서 확고한 투톱 체제를 갖췄다. 우정호가 시즌 도중 백혈병 판정을 받으며 전력에서 이탈했고 박지수가 선수 생활을 그만 두면서 하위권이 예상됐던 KT가 포스트 시즌을 거쳐 우승까지 차지한 데에는 김대엽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여기에 이영호가 시즌 막판 오른쪽 팔 부분에 통증이 일어났고 수술까지 받는 우여곡절을 감안하면 김대엽이 KT를 2회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T 프로토스의 적자(嫡子)
KT 롤스터는 프로토스의 발원지라 불린다. 박정석, 강민이 투톱 체제를 형성하면서 최고의 라인업이라 평가됐다. 물론 5~6년 전 이야기다. 강민과 박정석이 군에 간 이후 KT는 제대로 된 프로토스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오랫동안 고민했다. KT가 프로토스의 발원지이긴 하지만 자기 힘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박정석이나 강민 모두 다른 팀에서 영입된 선수들이었고 이미 기량이 만개한 상황이었기에 KT의 자체 육성 능력에는 언제나 의문 부호가 붙었다.

김대엽은 KT가 발굴해서 최고의 자리까지 끌어 올린 선수다. 2008년 2월초 KT의 연습생으로 선발된 김대엽은 강민, 박정석이 팀에 있을 때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강민의 전략성, 박정석의 생산력을 모두 물려 받은 적자인 셈이다. 그러나 김대엽은 강민과 박정석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정호나 박재영 등을 통해 게임에 눈을 떴다고 했다.

"강민, 박정석 선배는 하늘과 같아서 막내인 제가 뭔가를 가르쳐달라고 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던 분이에요. 오히려 우정호, 박재영 선배가 저를 키웠죠. 강민, 박정석 선배로부터 받은 자양분을 제게 전달해준 선배가 우정호와 박재영이에요."

[피플] KT 김대엽 "이영호 빈 자리 내가 메운다"


◆위너스리그는 나의 힘
김대엽이 두각을 나타낸 시점은 09-10 시즌 위너스리그다. 이영호를 중심으로 엔트리를 운영하던 KT는 공군 에이스와의 경기에 김대엽을 내보내면서 새로운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테스트 무대로 삼았다. 이 경기에서 김대엽은 민찬기, 박정석, 김성기를 연파하며 3킬을 달성했다. 이어진 CJ 엔투스전에서도 김대엽은 조병세와 김정우를 격파했고 여세를 몰아 위메이드 폭스전에서도 이윤열, 이영한을 잡아냈다. 위너스리그에서만 7연승을 달린 김대엽은 안정적으로 출전 기회를 얻기 시작했고 09-10 시즌 결승전에서도 김택용을 꺾으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10-11 시즌 김대엽은 위너스리그 기간이 늘어난다고 했을 때 쾌재를 불렀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실제 성적도 좋았다. 특히 KT 프로토스 라인이 무너진 상황에서 뒤를 받쳐주던 우정호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판정을 받아 전력에서 빠진 뒤부터 김대엽은 힘을 냈다.

1월10일 공군 에이스전에서 올킬을 달성한 김대엽은 2월15일과 3월13일 삼성전자전에서 각각 3킬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최고의 활약은 3월16일 SK텔레콤 T1과의 맞대결이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김대엽은 정명훈, 김택용, 정윤종, 도재욱을 연파하며 이슈를 만들어냈다.

분위기가 살아난 김대엽은 3월19일 웅진 스타즈를 상대로 선봉으로 출전했고 이재호, 김민철, 김명운, 윤용태를 꺾으면서 두 경기 연속 올킬 기록을 만들어냈다. 위너스리그가 3년 동안 진행되는 동안 두 경기 연속 올킬 기록을 세운 선수는 김택용, 이재호, 김대엽 밖에 없다는 점에서 김대엽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점은 분명하다.

"우정호 선배가 빠지면서 이영호를 받쳐줄 선수가 필요했어요. 제가 앞장 서서 '해보겠다'라고 하진 않았지만 이영호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절실하긴 했죠. 한 세트, 한 세트 치를 때마다 우정호, 이영호라는 두 사람을 생각했고 팀을 생각하다 보니 잘 풀린 것 같아요. 되돌아보면 로또 맞은 셈이죠."

겸손하게 답했지만 김대엽은 이번 시즌에도 위너스리그가 존재하길 은근히 바랐다. 40승 이상 올릴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승자연전방식의 리그였기 때문이다.

◆포스트 시즌의 황제
위너스리그에서 3회 올킬을 달성하면서 팀 성적이 오르는 데 기여했지만 김대엽의 진가는 포스트 시즌에서 발휘됐다. KT가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치면서 6강 플레오프부터 치러야 했을 때 팀 자체적으로는 고민이 많았다.

일단 이영호가 오른쪽 팔 부상을 호소하면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상대적으로 선수들의 성적이나 기량이 저평가되어 있기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KT는 승승장구했고 결승전에서 SK텔레콤까지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에는 김대엽이 있었다. STX 소울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김대엽은 이신형과 신대근을 만나 모두 패했다. 팀이 간신히 승리했기에 망정이지 탈락했다면 모든 것이 김대엽의 탓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4강 플레이오프부터 김대엽이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웅진전에서 노준규를 두 번 만나 모두 승리하며 감각을 찾은 김대엽은 김명운까지 제압하면서 KT에게 큰 도움이 됐다. CJ전에서도 신동원과 정우용을 꺾은 김대엽은 KT가 2대0으로 완승을 거두는 데 공을 세웠다.

결승전에서 김대엽의 활약은 더욱 컸다. 2대3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6세트에 출전한 김대엽은 어윤수를 상대했다. 김대엽이 패한다면 SK텔레콤에게 우승컵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고 김대엽 개인적으로는 어윤수에게 2연패를 당했기에 대부분 어윤수의 손을 들었다. 그렇지만 김대엽은 시종일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앞서 나갔고 어윤수를 제압하고 이영호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포스트 시즌에서 김대엽은 09-10 시즌 김택용을 꺾었고 10-11 시즌에는 6연승을 이어가면서 차세대 포스트 시즌의 황제로 떠올랐다.



◆이영호의 공백은 내가 메운다
11-12 시즌을 준비하는 KT 롤스터는 고민에 빠져 있다. 포스트 시즌을 모두 소화한 뒤 수술대에 오른 이영호의 재활 훈련 결과가 좋아야만 차기 시즌에도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가 이영호의 빠른 회복을 위해 휘닉스 파크에서 집중 치료를 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다급한 지 알 수 있다.

이영호가 복귀하기 전까지 김대엽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에 42승을 기록하며 KT의 투톱으로 떠올랐던 김대엽은 연봉에 있어서도 팀내 2인자다. 포스트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저그 라인업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강력한 테란을 만났을 경우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김대엽은 자신만만했다. 이영호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뜻이다. 김대엽은 10-11 시즌 우정호가 빠져나갔을 때를 떠올렸다. 한창 기량을 회복하던 우정호가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김대엽은 즐기기로 했다.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회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좋았고 김대엽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이영호가 최고의 선수임은 틀림 없습니다. 이영호와 김대엽의 이름값만 놓고 보면 제가 한참 떨어지죠. 그렇지만 저도 성장하고 있고 이영호의 공백이 또 한 번 김대엽이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KT가 날카롭게 갈아 놓은 송곳니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차기 시즌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수줍음이 뭍어나는 목소리이지만 힘이 서려 있었다. 말로만 할 수 있다고 외치는 허풍선이가 아님을 보여주겠다는 김대엽의 목표는 50승이다.

"프로리그 방식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는 크게 잡고, 노력은 최고로 하다 보면 저 또한 성장할 수 있을테니까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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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 수정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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