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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혁명가의 탄생 Part.1

[게이머그라피] 혁명가의 탄생 Part.1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죠. e스포츠라는 분야도 아직 생소한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경쟁력있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게이머그라피'라는 코너는 e스포츠 분야에서 프로게이머 직업을 갖고 있는 선수들의 히스토리를 기사로 정리하는 컨셉트를 갖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이 걸어온 길과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리는 코너인데요. 단순히 PC방에서 게임을 잘한다는 이유로 프로 자격을 딴 선수들이 아니라 스포츠 선수들만큼이나 많은 노력을 경주했고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만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게이머그라피'의 첫 번째 인물은 SK텔레콤 T1의 '혁명가' 김택용입니다. 2007년 3월3일 당대 최강으로 꼽혔던 마재윤을 3대0으로 완파하며 e스포츠계 최대의 혁명을 일으켰고 이후에도 최고의 프로토스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김택용은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과 함께 '택뱅리쌍'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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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로 어필했던 소년
김택용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POS(Pirates Of Starcraft)라는 팀의 남다른 정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e스포츠의 대표적인 리그인 프로리그와 스타리그, MSL이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면서 각 팀들은 선수 선발과 육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야구로 치자면 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POS는 스타크래프트에 재능이 있는 어린 선수들을 선발해서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유소년 육성책이라고 볼 수 있겠죠. 2005년 POS는 염보성, 김택용 등 중학생 신분으로 재능을 보였던 선수들을 영입합니다.

김택용은 당시 꽃미남 외모로만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 때 유행하던 드라마가 '신돈'이었는데요. 주인공인 손창민을 연상하게 하는 외모로 '신돈 토스'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POS라는 프로게임단은 기업의 후원을 받지 못해 선수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습니다. 김택용과 염보성 모두 연습실에 합류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만 연습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내부 평가에서 실력상으로는 염보성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죠.

POS 프로게임단의 코치직을 맡고 있던 박용운 감독은 "염보성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외모로 따지면 당대 최강이었고 연습량과 기본기에서도 최고인 선수"라고 기억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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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용은 왜 팀플레이를 맡았나
지금이야 김택용이 개인전에서 최고의 선수로 입지를 굳혔지만 데뷔 초기에는 팀플레이 전담 선수였습니다. 팀플레이는 각 팀별로 2명씩 패를 묶어서 대결을 펼치는 경기입니다. 지금은 프로리그에서 채택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2005년 당시에는 팀플레이가 5전3선승제에 두 차례나 배치되면서 배중이 꽤나 컸습니다. 특히 신인 선수들에게는 방송 경기의 감각을 키운다는 이유로 전담을 시키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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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용은 개인전을 통해 데뷔했지만 팀플레이를 더 많이 맡았습니다. 팀 동료인 박성준, 김동현과 호흡을 맞추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2005 시즌 후기리그에서 3전 전승, 2006 시즌 전기리그 5승1패를 달성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왜 김택용을 팀플레이에 배치했을까요. 그 때까지만 해도 김택용은 안정감이 떨어지는 선수였습니다. 개인전 트렌드가 전략에서 운영으로 전환되던 시기였고 컨트롤보다는 생산력에서 앞서야 승산이 높아지던 과정이었죠. 팀플레이를 통해 김택용은 생산력의 안정화를 도모했고 개인전 능력이 업그레이드되는 발판이 됐습니다.

2006년 초 MBC게임 히어로가 창단하면서 성적을 내기 위해 김택용을 팀플레이에 주력시켰던 것도 전담 선수가 됐던 이유가 됐습니다. POS 시절부터 에이스로 군림했던 저그 박성준과 프로토스 박지호를 보유하고 있던 MBC게임은 김택용이 팀플레이에 재능을 보이고 있었기에 고정적으로 배치를 했습니다. 박성준과 박지호가 개인전에 주력하고 김택용이 팀플레이를 받쳐주면서 창단하자마자 전기리그 광안리 결승전에 진출했고 후기리그에서는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김택용이 큰 공을 세운 것이죠.

◆0.0384%의 혁명
프로리그 대회에서는 김택용이 팀플레이를 주로 맡았지만 올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잠재력이 개인전에도 어울렸기 때문이죠. 유소년 시스템에서 살아 남은 염보성과 함께 김택용은 차기 MBC게임 히어로의 에이스로 꼽혔습니다. 특히 저그전에 대해서는 특장점을 갖고 있었기에 비밀 병기로 육성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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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용이 유명세를 얻은 대회는 2006년 겨울부터 2007년 봄까지 진행된 곰TV MSL 시즌1이었습니다. 김택용이 개인리그에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는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6 시즌2였습니다. 이 때 16강에 올랐지만 이병민에게 1대2로 패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죠.

심기일전한 김택용은 곰TV MSL 시즌1에서 승승장구하며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16강에서 살아남은 김택용은 8강에서 팀 동료 이재호를 2대1로 꺾었고 4강에 당대 최강의 프로토스로 인정받은 강민을 3대0으로 완파하며 결승까지 진출했습니다. 데뷔한 지 1년6개월만에 개인리그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이슈를 모으기에 충분했죠.

흥미로운 점은 김택용의 상대가 CJ 엔투스 마재윤이었다는 점입니다. 마재윤은 2006년 프로토스를 만나 21승2패를 기록하며 승률 91%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마재윤은 MSL 3회 이미 우승을 달성했고 2004년 우주 MSL부터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 결승전에 오르는 등 시대를 주름 잡는 '본좌'라고 불렸기 때문에 김택용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MSL을 주최한 MBC게임은 김택용이 5전3선승제에서 마재윤을 꺾을 확률을 계산했는데요. 모든 경우를 다 합쳐도 2.69%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 가운데 3대0으로 김택용이 3대0으로 완승을 거둘 확률은 1/260, 0.0384%였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김택용이 마재윤을 꺾고 우승할 확률은 하늘의 별따기,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가기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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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혁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택용의 소속팀인 MBC게임 히어로의 코칭 스태프는 "김택용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인터뷰했고 "3대0 승부도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하늘의 별도 딸 수 있고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는데요. 팬들이나 관계자, 전문가들 모두 그들의 생각일 뿐이라며 콧방귀를 뀌었죠.

김택용의 결승전을 함께 준비했던 박용운 SK텔레콤 T1 감독(당시 MBC게임 코치)는 그 때를 회상하며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기 위해 김택용과 코칭 스태프, 동료들이 기분 좋게 준비했고 혁명을 일으킬 자신이 있었던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김택용이 이미 준비된 선수였다는 것이지요. MBC게임 히어로는 프로리그에서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내는 팀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테란과 프로토스의 경기에서 아비터라는 트렌드를 만들어낸 MBC게임은 저그전을 치르는 프로토스에게 혁명적인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커세어와 다크 템플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마재윤이 프로토스와 경기를 치르면서 적은 병력과 성큰 콜로니로 프로토스의 타이밍 러시를 막아내고 잔뜩 늘어난 해처리와 무한에 가까운 자원으로 중후반에 압살하는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 예상한 MBC게임 코칭 스태프는 김택용에게 커세어와 다크 템플러로 초반부터 분위기를 휘어잡는 작전을 요구합니다. 그 때만 하더라도 급습용으로 다크 템플러만 사용하는 전략이 존재했지만 커세어와 함께 사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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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세어와 다크 템플러를 저그을 움츠러들게 한 뒤 이동 속도와 공격력이 업그레이드된 질럿으로 정면을 뚫어내는 전략을 들고 나온 김택용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마재윤을 상대로 3대0 완승을 따냅니다. '혁명가' 김택용이 탄생한 순간이었고 팬들은 이 날을 '3.3 혁명'이라 불렀지요.

김택용의 '게이머그라피'는 다음 주에 연재되는 2부에서 계속됩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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