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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박정석에게 돌 던지지 마라

KT 롤스터에서 은퇴식을 가진 박정석이 나진e엠파이어의 감독으로 정식 취임했다. 1일 서울 용산구 나진상가에 위치한 나진e엠파이어의 연습실에서 취임 인터뷰를 한 박정석은 나진e엠파이어 팀의 리그오브레전드와 철권팀의 감독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박정석의 나진e엠파이어 감독직 수락을 놓고 팬들 사이에서 비난과 옹호의 입장이 오갔다. 취임 기자회견을 갖기 하루 전인 31일 발표되면서 팬들은 두 쪽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비난하는 입장은 은퇴한지 얼마 됐다고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이 아닌 다른 종목으로 갔느냐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이기도 하고 다른 종목 게임단이기는 하지만 그 쪽에서 날개를 폈으면 좋겠다고 맞받아쳤다.

10년 동안 박정석을 취재해왔기에 단순한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넘어선지 몇 년이 지났다. 사적인 자리에서 게임이나 게임단 이외의 근황을 나눌 정도의 친분은 쌓았다.

2012년 들어 박정석은 은퇴 시기를 놓고 계속 저울질했다.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가 프로리그 시즌1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도입될 수도 있다는 설이 나오면서 박정석은 스타2 종목을 후배들과 함께 연구했다. 이번 시즌2에서 KT의 스타2 핵심 전력으로 떠오른 프로토스 원선재, 저그 이동원은 박정석과 동고동락한 사이다. 그러나 스타2 도입이 무산되면서 박정석은 은퇴를 결심했다.

KT도 박정석의 고민을 함께 나눴다. KT가 가장 고민한 지점은 박정석의 향후 거취였다. KTF 매직엔스 시절인 2004년 영입된 박정석은 강민, 홍진호보다 오래 팀에 남아 있으면서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따라서 KT 롤스터의 코칭 스태프로 남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선수 은퇴였다. KT가 이 조건을 제시했지만 박정석은 고사했고 KT는 CJ 서지훈의 사례처럼 KT 스포츠단의 사무국으로 영입하려 했지만 자리가 나지 않아 제안하지 못했다.

박정석의 은퇴식 시기를 놓고 KT와 박정석 모두 고민에 빠졌다. KT가 만약 정규 시즌 1위를 지켜냈다면 정규 시즌이 마무리되자마자 은퇴 발표를 하고 박정석을 놓아줄 계획이었다. 박정석이 택한 진로에 대해 인정했기 때문이다. 올 3월 박정석은 합숙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쓴 서류를 들고 e스포츠와 전혀 상관 없는 회사들에 입사 지원서를 냈고 4월1일부터 출근하라는 허가까지 받아 놓은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KT 후배들은 박정석을 놓아주지 않았다.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쳤고 CJ와의 준플레이오프, 삼성전자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친 KT는 결승전까지 올라가면서 박정석의 은퇴식 시기를 늦췄다. 4월8일 결승전 현장에도 박정석은 벤치에 앉아 후배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이미 해운회사에 취직해서 출근하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박정석은 주말이면 KT의 연습실을 찾아 트레이닝 상대가 되어 후배들의 우승을 위해 힘을 쏟았다. 아쉽게도 SK텔레콤에게 3대4로 패하면서 KT 후배들과의 마지막 공식전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박정석은 다음날 출근-프로리그 결승전이 일요일에 치러졌기에-을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새벽까지 후배들을 다독였다.

프로리그 결승전까지 끝나면서 박정석은 완벽한 사회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10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집보다 더 편한 곳인 KT 숙소를 벗어나 서울의 모처에 자취방을 구했다. 회사 업무를 익히려고 관계자들로부터 오는 전화도 근무 시간에는 받지 않았고 e스포츠 뉴스나 커뮤니티 반응 등도 일부러 체크하지 않았다. 기자가 속한 사회인 야구단에도 가입하면서 두 번이나 함께 야구를 즐겼다. 스타급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자연인 박정석, 30대 회사원 박정석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를 썼다.

5월6일 박정석의 은퇴식이 열린 자리에서 기자는 "회사는 다닐만하냐"고 물었고 박정석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 답했다. 나진e엠파이어의 감독으로 가게 됐다는 소식을 미리 알았던 5월19일 아주부 리그오브레전드 더 챔피언스 결승 현장에서도 박정석에게 전화했을 때 "아직 분명하지는 않다"는 답을 들었다.

박정석이 나진e엠파이어와의 인연을 맺게 된 데에는 나진산업 이석진 대표의 공이 컸다. 나진e엠파이어의 게임단주이기도 한 이 대표는 스카이 스타리그 2002에서 박정석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팬이된 사람이다. 박정석의 은퇴식 전후로 세 번이나 만나면서 팀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고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리그오브레전드와 철권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고사했던 박정석을 감화시켰고 결국 나진e엠파이어의 사령탑으로 모셔왔다.

구구절절 박정석의 2012년 행보에 대해 적은 이유는 박정석이 나진e엠파이어의 감독직을 맡기 위해 의도적으로 속였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10년 넘도록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모습을 기자 입장에서 지켜봤고 사회인으로 변신하고 싶다고 했을 때 옆에서 도와주던 형의 입장에서 박정석은 누구를 속일 위인이 되지 못한다. 그에게 배신자, 기회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을 여지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박정석은 공식 인터뷰에서 "10년 넘도록 자신을 사랑해준 스타1 팬들과 KT 롤스터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조금이라도 오해의 여지를 줬다면 자기가 먼저 사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름만큼이나 '정석'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박정석임을 알기에 응원의 한 표를 던진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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