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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이지훈 감독의 팬 서비스

어떤 종목을 맡기든지 팬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낸다. 히스토리를 찾고 어떻게 하면 팬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지, 소소한 재미부터 '빵 터지는' 큰 웃음까지 준다. 코미디언 이야기가 아니다. KT 롤스터의 이지훈 감독에 대한 주위의 평가다.

이지훈 감독은 지금까지 맡은 종목마다 우승을 시킨 명장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 KT 롤스터가 09-10 시즌 정규 시즌 1위, 위너스리그 우승, 최종 결승전 우승을 이끌어냈고 2년 연속 우승도 차지했다. 스페셜포스 리그에서도 우승과 함께 세 시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이슈도 만들어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을 맡은 첫 시즌인 윈터 시즌에서 3위에 오르면서 선수단 육성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감독의 강점은 단순히 지도력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진가는 미디어데이와 올스타전 등 부대 행사에서 도드라진다. 미디어데이에서는 팀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고 올스타전에서는 언변보다 행동으로, 독특한 세리머니로 재미를 준다.


◇스페셜포스 올스타전에서 각종 음료를 섞고 있는 이지훈 감독(왼쪽).

2011년에 열린 프로리그 올스타전에서 이 감독은 박용운 감독과 함께 사령탑을 맡았다. 진 선수가 까나리액젖을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감독은 먼저 나서서 감독끼리 마시자고 제안해 불을 붙였고 소속 선수가 패하자 한 번에 들이키면서 화끈한 모습을 보여줬다. 스페셜포스 개막에 앞서 펼쳐진 이벤트전에서도 이 감독은 까나리 액젖, 음료 섞어 마시기 등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파워풀한 세리머니를 펼쳐 재미를 줬다.

22일 리그 오브 레전드 클럽 마스터즈 3~4위전에서도 이 감독의 센스는 빛을 발했다. 1세트에 앞서 챔피언을 금지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감독은 상대 팀의 사령탑인 CJ 강현종 감독의 사진을 꺼내 들었다. LOL 중계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인화한 이 감독은 "강 감독의 사진 아래에 밴(금지)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지 않느냐. 나는 이 사람을 밴하고 싶다"며 관객들에게 재미를 줬다. LOL 분야에서는 이 감독보다 잔뼈가 굵은 강현종 감독을 추켜 세우면서도 이기겠다는 승부욕을 밑바탕에 깐 행동이었다.

또 2대0으로 앞선 3세트에서는 과거의 추억을 연상시키는 작전 지시를 통해 경기장을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이 감독은 하단 듀오를 애니와 브랜드로 택했다. 일반적인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의 조합이 아니라 중단을 맡는 화력 전담 챔피언 2개를 배치한 것. 이 선택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함성을 터뜨리는 단초가 됐다. 이 전략은 CJ 엔투스의 전신인 아주부 프로스트가 KT 롤스터 A를 상대로 윈터 시즌 조별 풀리그에서 선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아주부 프로스트는 KT 롤스터 A와의 1세트에서 장건웅과 홍민기에게 애니와 브랜드를 각각 맡겼고 상식을 뛰어 넘는 조합을 선보였다. KT 롤스터 A가 이기긴 했지만 상대가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2세트에서는 아주부 프로스트가 평범한 조합으로 KT 롤스터 A를 제압하면서 한 수 위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했다.

이 감독은 이 경기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가 클럽 마스터즈에서 꺼냈다. 2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 애니와 브랜드를 꺼냈도 완성도 높은 전략으로 승화시키면서 압승을 거뒀다. 팬들에게는 재미를, 선수들에게는 복수를 성공시키면서 심리적인 우위를 점하게 만들었다.

이지훈 감독의 행동이 상대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관중과 시청자들에게는 재미와 웃음을 주는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지도자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지만 잠깐 내려 놓아도 되는 자리에서 위트 있는 입담과 도발적인 승부수로 재미를 주는 이 감독의 행동이야말로 e스포츠 종사자들이 마음 한 켠에 담아둬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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