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엔투스는 스토브리그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원년 멤버 '앰비션' 강찬용과 2012년부터 함께한 '스페이스' 선호산을 떠나 보내고 팀의 주요 전력이었던 미드 라이너 '코코' 신진영과도 결별했다. 변화는 코칭스태프에도 일어났다. CJ는 강현종 감독과 손대영, 정제승 코치와 다른 길을 선택했다.

CJ는 지난 12월 1일, 3년 간 나진 e엠파이어를 지휘했던 박정석 감독을 선임하며 대대적인 리빌딩을 시작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2016을 대비한 선수 모집도 급박했다. '비디디' 곽보성과 '고스트' 장용준이 나이 제한으로 서머부터 출전할 수 있기 때문. 새 코칭스태프와 선수 모집에 나선 CJ는 28일이 돼서야 로스터를 확정지었다.

로스터가 공개된 후 관계자와 팬들은 꽤나 성공적이란 반응을 보였다. 국내외 경험이 있는 '운타라' 박의진과 '버블링' 박준형, '크레이머' 하종훈이 선발되었고, 신인 '스카이' 김하늘은 패기롭게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4명 모두 솔로 랭크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열정을 뿜는 아마추어와 적절한 경험이 녹아든 선수들을 고루 선발했다는 평가다.
◆한 그루의 나무처럼
2016년 CJ의 라인업은 나무와 같다. 가지들이 쭉쭉 성장할 수 있도록 '샤이' 박상면과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줄기와 뿌리가 되어 버텨줘야 한다. 박상면과 홍민기는 버팀목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 MiG 프로스트 때부터 이어져 온 둘의 경험과 경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또한 박상면과 홍민기는 롤챔스 2015 스프링과 서머에서의 부진으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을 때도 제 역할을 해냈으며 2015 KeSPA컵에선 준우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가지 역할을 할 리빌딩의 주역들 또한 출중한 개인 기량을 뽐낸다. 새로 합류한 톱 라이너 '운타라' 박의진의 경험치도 무시할 수 없다. 박의진은 아프리카 프릭스의 전신인 아나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2015 시즌 중국에 진출함으로써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아마추어 시절에도 뛰어난 실력으로 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정글러 '버블링' 박준형은 국내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다. 박의진과 함께 아나키에서 활동했으며 이후 위너스로 이적해 입지를 넓혀갔다. '크레이머' 하종훈의 전력은 특이하다. 대만 플래시 울브즈 소속으로 세계 최고 대회인 롤드컵에 1경기 출전한 데 이어 KeSPA컵에선 아마추어팀인 영보스의 일원으로 깜짝 등장했다. 비록 3경기에서 다 패배하긴 했으나 존재만큼은 제대로 알렸다.

3명의 선수와 달리 '스카이' 김하늘은 대회 경력이 전무한 아마추어다. 곽보성과 장용준 또한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실력은 입소문으로 타고 돌았을 뿐 검증될 기회가 없었다. CJ는 베테랑부터 출전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까지 다양한 선수층을 보유하면서 조화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다시 강조되는 건 박상면과 홍민기의 역할이다. 후배들을 포용하고 화합시키는 일은 베테랑이 할 몫이다. 더욱이 롤챔스 출전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스스로 귀감이 돼야 한다. 출범식에서 밝힌 "최선을 다 하겠다"는 박상면의 출사표처럼 CJ가 최선의 노력으로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면 미뤄둔 롤드컵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미드 라이너의 경험 차이 극복해야
CJ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미드 라이너의 경험 부족이다. 스프링부터 출전하게 될 '스카이' 김하늘은 대회 경력이 전무하다. 서머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경쟁에 나서는 곽보성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가 솔로 랭크에서 좋은 기량을 보였다해도 실전은 다르다. 많은 관중과 방송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하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다른 팀들의 미드 라이너들은 대부분 무대 경험이 많다. 특히 13일 CJ의 첫 상대로 예정된 SK텔레콤 T1은 '페이커' 이상혁이라는 세계 최고의 미드 라이너를 보유한 팀이다. 김하늘이 두 번의 롤드컵 우승이라는 진기한 기록까지 달성한 이상혁과의 경험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시간에 해답을 맡길 수는 없다. 중단이 흔들리면 게임 전체가 흔들리기 마련이다. CJ는 개막까지 김하늘의 경험 공백을 메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대로 부족한 경험을 역이용할 필요도 있다. 김하늘이 대회에 출전한 적 없다는 건 상대방 또한 김하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역으로 파고들어 신인만의 특색있는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다. 어떤 방식이 됐든 미드 라이너의 안정화가 시즌을 풀어가는 CJ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CJ 엔투스 로스터
박의진 톱 CJ Untara
박상면 톱 CJ Shy 박준형 정글 CJ Bubbling
김하늘 미드 CJ Sky
곽보성 미드 CJ Bdd
하종훈 원딜 CJ Kramer
장용준 원딜 CJ Ghost
홍민기 서폿 CJ Mad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