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라이너를 맡고 있는 락스 타이거즈 '쿠로' 이서행과 SK텔레콤 T1 '페이커' 이상혁의 공통점은 다룰 줄 아는 챔피언이 무궁무진하다는 데 있다. 이번 스프링 정규 시즌에 가장 많은 챔피언을 사용한 스베누 소닉붐의 '사신' 오승주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서행은 14개, 이상혁은 13개(포스트 시즌에서 쓴 질리언, 카시오페아, 에코까지 포함하면 16개)의 챔피언을 사용하면서 넓은 챔피언 폭을 과시했다.

성적이 좋은 쪽은 물론 정규 시즌에서 팀이 16승2패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쿠로' 이서행이다. 르블랑으로 8승1패, 빅토르, 트위스티드 페이트, 리산드라로 각각 5승을 기록한 이서행은 뜬금 없이 사용한 퀸, 카르마, 카사딘, 자르반 4세 등으로도 승리를 기록하면서 변수 만들기의 달인으로 인정 받았다.

이상혁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워낙 잘 다룬다고 소문난 룰루로 7승3패, 코르키로 5승1패, 아지르로 4승1패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챔피언들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퀸, 이즈리얼, 제이스, 제드로는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새롭게 기용한 질리언으로 2전 전승, 카시오페아와 에코로 각각 1승을 따내면서 후반부, 큰 경기로 갈수록 집중력이 올라가고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이서행과 이상혁을 밴이라는 카드로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드 라이너용 챔피언 가운데 가장 많이 금지되고 있는 라이즈, 아지르 정도만 포함시키면서 조합에서 우위를 점하는 패턴을 가져가는 것이 승산이 높아 보인다.

이서행과 이상혁은 2015 시즌 스프링 결승에서는 만나볼 기회가 없었다. 당시 SK텔레콤이 미드 라이너로 이지훈을 기용했고 이지훈이 이서행을 상대로 솔로킬을 여러 번 가져가면서 완승을 거둔 바 있다. 2015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만났을 때에도 이상혁은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여주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2016년에는 달랐다. 1, 2라운드 맞대결에서 이서행은 이상혁과 다섯 세트를 치렀고 1라운드 1세트에서 패한 것을 제외하면 네 세트를 따내며 우위를 점했다. 특히 2라운드에서 대결할 때 르블랑을 두 번 연속 가져가면서 이상혁을 압박했던 플레이는 단연 돋보였다.

챔피언 활용 폭이 넓은 두 선수이지만 우승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인 능력도 돋보여야 하지만 팀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챔피언으로 무엇을 구상하고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쿠로' 이서행 스프링 시즌 챔피언별 성적
르블랑 8승1패 88.9%
빅토르 5승 100% 트위스티드 페이트 5승 100%
리산드라 5승 100%
룰루 3승2패 60%
바루스 2승 100%
코르키 1승1패 50%
라이즈 1승1패 50%
퀸 1승 100%
카르마 1승 100%
카사딘 1승 100%
자르반 4세 1승 100%
아지르 1패 0%
갱플랭크 1패 0% 계 34승7패 82.9%

◆'페이커' 이상혁 스프링 시즌 챔피언별 성적
룰루 7승3패 70%
코르키 5승1패 83.3%
아지르 4승1패 80%
리산드라 3승2패 60%
빅토르 2승1패 66.7%
트위스티드 페이트 2승 100%
카르마 1승1패 50%
갱플랭크 1승1패 50%
피즈 1승 100%
퀸 1패 0%
이즈리얼 1패 0%
제이스 1패 0%
제드 1패 0%
계 26승14패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