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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SK텔레콤의 강점, 변화를 통한 진화

[기자석] SK텔레콤의 강점, 변화를 통한 진화
SK텔레콤 T1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은 세계 최강이다. 2013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을 접수하며 최고의 팀의 반열에 올랐던 SK텔레콤은 2014년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삼성 왕조에게 내줬지만 1년 동안 권토중래하면서 다시 롤드컵을 석권, 사상 최초로 롤드컵을 차지한 팀으로 기록됐다.

2016년 SK텔레콤이 과연 또 다시 왕좌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선수 구성에 미묘하게 변화가 생겼고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초반에 흔들리면서 짝수 해의 저주에 휘말릴 것이라는 예상이 타당성을 얻는 듯했다. 하지만 롤챔스 스프링에서 SK텔레콤은 결국 정상에 올랐다.

SK텔레콤에게는 두 번째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2015년 준우승에 그쳤던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이 그 무대였다. 2015년에 올라왔던 6개 팀 중에 2년 연속 진출한 팀은 SK텔레콤 뿐이었다. 첫 날 2전 전승을 따내면서 순항할 것 같았던 SK텔레콤은 이틀 연속 4패를 쌓으면서 4강 진출까지도 위협 받았다. 국내외에서 SK텔레콤은 MSI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4, 5일차를 모두 쓸어 담은 SK텔레콤은 포스트 시즌 준결승전에서 로열클럽 네버 기브업을 3대1로 제압했고 결승전에서는 카운터 로직 게이밍을 3대0으로 완파하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로써 SK텔레콤은 라이엇게임즈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첫 팀이 됐다.

MSI에서 우승한 SK텔레콤을 칭찬하면서도 서머 시즌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라이엇게임즈가 6.9 패치를 통해 마법사 챔피언에 대해 대규모 패치를 시도했고 다른 팀들은 서머 시즌을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은 상황이었지만 SK텔레콤은 MSI에 참가하느라 거의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 최병훈 SK텔레콤 감독도 서머 시즌을 예상하면서 "우리 팀을 약팀에 넣어 달라"고 말할 정도로 서머 시즌에 대한 기대를 최소화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SK텔레콤은 최강팀을 넘어 초(超)강팀이었다. 1주차에 경기가 없었던 SK텔레콤은 2주차에서 CJ 엔투스와 kt 롤스터를 2대0으로 완파했고 3주차에서는 스프링 정규 시즌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락스 타이거즈를 2대0으로 잡아냈다. 지난 11일에는 4전 전승으로 단독 1위를 달리던 삼성 갤럭시와 대결을 펼쳤고 2대0으로 격파하면서 단독 1위에 올라섰다.

삼성과의 11일 경기는 SK텔레콤이 왜 강팀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이전까지 SK텔레콤의 챔피언 패턴은 단조로웠다.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이 락스와의 경기에서 애니비아를 택하면서 슈퍼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큰 변화를 찾기는 어려웠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자주 등장한 것도 아니었고 정글러인 '벵기' 배성웅이 스프링 시즌보다는 자주 출전한 것이 전부였다.

삼성과의 대결에서 SK텔레콤은 완벽하게 다른 팀이 되어 돌아왔다. 이상혁은 카르마를 골랐고 원거리 딜러인 '뱅' 배준식은 이즈리얼과 시비르에서 탈피, 진과 애쉬를 선보이면서도 멋진 활약을 이어갔다. 킨드레드를 공식전에서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정글러 배성웅 또한 킨드레드를 완벽하게 이해한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삼성을 곤경에 밀어 넣었다.

SK텔레콤이 1년 반 동안 국내외에서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과정을 보면 변화와 진화의 연속이었다. 2015년 단일팀 체제가 된 이후 롤챔스 스프링 초반에는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포지션별로 분담 체제도 제대로 갖춰지도 않았다. 하지만 스프링 2라운드부터 매치 전담제를 실시하면서 이상혁과 이지훈, 배성웅과 의 포지션을 정확하게 재조정하면서 연승을 이어갔고 2015 시즌 롤드컵 제패까지 달성했다.

2016 시즌에 들어가기 전 '마린' 장경환과 '이지훈' 이지훈이 중국 팀으로 떠났고 롤챔스 스프링을 치르던 도중 '스카우트' 이예찬도 중국행을 확정하면서 흔들릴 여지가 있었지만 SK텔레콤은 정글러 '블랭크' 강선구를 IEM 월드 챔피언십 주전으로 보내면서 기량을 검증했고 경험치를 쌓았다. IEM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하면서 기세를 탄 이후 강선구는 완벽하게 팀에 동화되면서 롤챔스 스프링 우승, MSI 우승을 이끌었다. SK텔레콤은 서머 시즌 과제로 배성웅 살리기를 택했고 지난 네 경기 중에 세 경기에 기용, 전승을 이어가면서 또 다시 최강의 전력을 꾸렸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SK텔레콤은 변화의 진통을 진화의 요소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한 명의 멤버만 바뀌어도 전력 차이가 커질 수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팀에서 시즌 중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변화 기간 동안에 드러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음을 자주 보여줬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우화(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는 과정)를 거쳐야 한다. SK텔레콤은 나비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번데기 과정을 최단기로 만드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다른 지역 팀들에 비해 연봉이 적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지만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SK텔레콤의 진화 과정이야 말로 한국 e스포츠가 갖고 있는 힘 중의 힘이 아닐까.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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