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팀을 '4강'으로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고, 위치를 지키려는 4개 팀과 빼앗으려는 6개 팀의 경쟁 구도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리그 개막 2주 만에 견고할 것 같았던 4강의 벽이 무너져내렸다.
예상이 크게 빗나가진 않았다. 2주 차 일정이 끝난 28일 기준 순위를 보면 킹존 드래곤X가 1위, KSV가 2위, kt 롤스터가 3위로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강팀으로 꼽혔던 대다수의 팀들이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셈이다.

kt는 17일 진행된 아프리카 전에서 불안한 경기력을 보였다. 라인전이 전체적으로 흔들렸고,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까지 '스피릿' 이다윤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손해를 봤다. 2세트에서 승리한 뒤 치른 3세트에선 베인을 기용하는 강수를 뒀으나 아프리카의 집중 공격에 무너졌다.
이후 kt는 3연승을 거뒀지만 SK텔레콤 T1과 bbq 올리버스에게 한 세트 씩 패배해 세트 득실이 깎였다. kt는 블라디미르와 자르반 4세, 카밀, 갈리오 등을 활용한 돌진 조합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첫 경기의 패배를 연승으로 복구한 kt와 달리 KSV의 시작은 좋았다. 첫 경기부터 킹존을 2대0으로 완파한 KSV는 진에어 그린윙스, 아프리카 프릭스까지 연이어 꺾었다.

KSV는 준수한 라인전 능력과 유연한 운영 능력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후반 파괴력이 확실한 갱플랭크, 이즈리얼을 조합해 장기전을 유도하는 '침대 메타'도 잘 소화했는데, 25일 아프리카전 1세트에서 패배한 후 경기력이 흔들렸다.
KSV는 니달리, 조이 등 포킹 챔피언을 기용한 아프리카의 노림수에 제대로 당했다. 결국 경기에선 승리했지만 2세트도 넥서스 체력이 31까지 깎이는 등 위기 상황이 연이어 발생했다.
틈이 벌어진 경기력은 27일 콩두 전에서 패배로 이어졌다. 1세트 블라디미르, 자르반 4세, 갈리오, 이즈리얼, 알리스타를 기용한 콩두의 돌진 전략에 방패가 뚫린 것인데 KSV는 2세트에서도 조이, 이즈리얼의 파괴력에 맥없이 물러났다. 두 번의 패배를 통해 KSV는 조이, 그리고 돌진 조합에 대한 약점을 발견했다.

눈에 띄는 전력 보강 없이 시즌을 맞은 SK텔레콤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적극 활용했다. 서포터 '에포트' 이상호를 선발로 내세우고, 톱 라이너 '트할' 박권혁도 적극 기용했다. 여기에 SK텔레콤은 기존 주전을 맡았던 '울프' 이재완을 정글로 돌리는 파격을 선택했다.
하지만 내부 자원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은 위험했다. 신인 선수들과 포지션을 변경한 이재완은 대회 경기에 곧잘 녹아들지 못했다. 여기에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할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과 원거리 딜러 '뱅' 배준식까지 흔들리니 좀처럼 이기기 어려웠다.
SK텔레콤의 후반 교전력도 크게 감소했다. SK텔레콤은 40분 대 이전 경기에서 2승 3패를 기록하고, 40분 대 경기에서 2승 1패를 기록했는데, 50분이 넘어갔을 땐 3패로 승률이 급감했다. 뒷심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시즌 전만 해도 4강은 단단하고, 막강해 보였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될 수록 약점이 드러났고, 이를 파고드는 팀들이 승리를 거두었다. KSV와 kt가 중위권 팀에게 패배하고, SK텔레콤이 9위에 랭크돼 있는 시즌이니 '누가 어떤 팀을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4강은 무적이 아니었고,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된 팀들의 순위를 예견하기도 어려워졌다. 더욱 치열해진 롤챔스 2018 스프링. 30일 시작되는 1라운드 3주차에선 어떤 이변이 벌어질 지 관심이 모인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