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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고양이에게 맡겨야만 했나

오버워치 리그 워치 포인트에서 진행되는 영웅 풀 추첨(사진=공식 방송 캡처).
오버워치 리그 워치 포인트에서 진행되는 영웅 풀 추첨(사진=공식 방송 캡처).
재미의 일환이었을까, 존중 결여였을까.

2020 시즌부터 영웅 로테이션 제도를 도입한 오버워치 리그는 30일 9주차 영웅 풀을 추첨했다. 이번 영웅 풀 추첨 역시 공식 프로그램인 '워치 포인트' 영어 방송을 진행하는 중계진들이 진행했다. 달라진 점은 사람이 아닌 고양이가 추첨을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계진들이 모이지 못하는 만큼 소이 그슈빈드와 'Custa' 스콧 케네디, 'Reinforce' 조나단 라르손은 각자 개인화면으로 추첨에 등장했고 중계진 대신 중계진의 고양이가 추첨을 진행했다.

추첨 결과 돌격 영웅에서는 레킹볼, 지원 영웅에서는 브리기테, 공격 영웅에서는 맥크리와 메이가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고양이는 귀여웠고 글을 읽을 가능성도, 오버워치를 플레이할 가능성도 낮았기에 무작위성과 공정성을 모두 갖췄다. 메이가 금지 목록에 오르면서 청두 헌터즈를 빼고는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사실 고양이가 등장하기 전에도 '워치 포인트'의 추첨 방식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1주일 동안 팀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영웅 풀 결정이 너무나 가볍다는 내용이었다. 오버워치 리그 측에서도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영웅 풀 추첨은 무엇보다 공정해야 했기에 일말의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됐고 그렇기에 시청자들의 눈앞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공식 프로그램인 '워치 포인트'에서 진행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이번 방식이 프로 대회에 걸맞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나뉘었다. 재미있다, 귀엽다, 잘 뽑았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리그가 장난인가'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고 이에 대해 "너무나 진지하게 군다", "즐길 줄 모른다"라고 비판하는 반응도 있었다.

무작위성이 보장된다면 정말로 추첨 방식은 어떻든 상관이 없는 것일까? 한 주의 승패가 걸린 요소를 추첨하는 데 일말의 진지함도 필요하지 않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로테이션은 이번 시즌 팀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이다. 주마다 달라지는 메타에서 해답을 찾고 또 그 해답을 완성시키기 위한 강도 높은 연습을 매주 반복해야한다. 5주차의 휴스턴 아웃로즈, 8주차의 샌프란시스코는 로테이션이 리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원래 유머러스하게 진행되는 영웅 풀 추첨이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공식 프로그램에서 공식 중계진이 뽑는다는 명분은 확실했다. '워치 포인트'는 진행자들의 농담이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해도 리그 안에서 치러지는 매 경기들은 유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팀들이 진지하게 우승만을 위해 달리고 있는 승부의 세계이다.

혹자는 이것이 e스포츠의 재미가 아니냐고 말한다. 전통 스포츠와는 다르게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e스포츠라서 할 수 있는 농담이라고 말이다.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와 비교해 전혀 뒤쳐지지 않는 치열함과 프로 의식을 가지고 진행되는 대회이다. 한 주의 승패가 걸린 요소를 결정할 때 이들의 프로 의식을 존중하기 위한 일말의 진지함은 필요하다. 어느 프로 스포츠에서도 승부를 농담거리로 삼지는 않는다.

고양이에게 추첨을 맡긴 이번 처사는 로테이션 때문에 머리를 싸맬, 1승에 울고 웃을 선수와 코치들의 노력을 너무나 가볍게 생각한 처사라 본다. 아마추어 대회도 아닌 프로, 그것도 최고의 대회를 자부하는 오버워치 리그에서 공식 종목사가 참가 팀과 선수들의 운명을 고양이의 손에 맡긴 셈이다. 이번 영웅 풀 추첨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라고 해고 오버워치 리그에서는 이 점을 다시금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김현유 기자 hyou0611@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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