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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休)] '美 유학' 창석준 심판 "e스포츠 행정가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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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판정하겠습니다.”

그가 마이크를 잡으면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떨린다. 과연 어떤 판정이 나올까. 그의 말 한 마디에 승패가 결정된다. 뒷감당은 그의 몫이다. 감독, 코치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선수들과의 사이가 좋을 리 없다. 누리꾼들로부터 댓글이 빗발치는 일은 다반사다. 세상에 존재하는 욕은 한 번씩 다 받아봤을 자리다. 마음이 아프다. 선수로서 경기석에 앉아보기도 했던 그는 욕을 먹으려고 이 직업을 택했다. 굴하지 않으려고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 한국e스포츠협회 로고가 달려 있고 아래에는 'referee'라고 적혀 있는 검은 양복을 매일 입고 넥타이를 묶으면서 속으로 외친다. 공정, 공정, 또 공정. '어떤 사고가 터지더라도 규정에 입각해 심판을 보자'는 각오를 다진다. 한국e스포츠협회 창석준 심판의 일과였다.

한국e스포츠협회 공인 심판 중 팬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심판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석준 심판을 꼽을 것이다. 굵직한 사건 현장에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 창석준 심판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다른 심판들에 비해 유독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심판복을 벗었다. 잠시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 입는다.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나는 창 심판은 언젠가 다시 돌아올 e스포츠계를 위해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떠난다. 안녕을 고하고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맡긴 그를 데일리e스포츠가 만났다.

◆공부에 배고팠다
갑자기 창석준 심판이 심판복을 벗는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의아했다. 협회 안에서 몇 안되는 프로게이머 출신 심판으로서 전문성을 갖췄고 팬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지면서 대중성까지 두루 갖춘 그였다. 심판들을 이끄는 최고봉에 있던 창석준 심판의 빈 자리는 협회로서도 큰 타격이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에요. 작년부터 고민했죠. 예전부터 학업에 대한 욕심이 많았고 외국 생활을 해보도 싶었어요. 원래는 어학연수를 갈 생각이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욕심을 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하더라고요.”

창석준 심판은 나이가 들기 전에 과감한 선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을 겸업해야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일이라고 판단한 그는 혈혈단신 뉴욕행을 결정했다. 5년 동안 정 들었던 e스포츠 심판직과 잠시 이별을 택했다.

“제 꿈은 e스포츠 행정가가 되는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뻗어나가는 한국 e스포츠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국제e스포츠 연맹 회장도 욕심 나는 자리네요(웃음). e스포츠와 잠시만 안녕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결국 지금의 유학도 e스포츠에 다시 돌아와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결정했기 때문이에요. 언젠가는 심판이 아닌 행정가로 다시 돌아올 테니 기대해 주세요.”

◆신상문과 'PP' 사건
그의 별명은 '임이최마창'이다.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의 다음에 창석준이라는 이름이 자리했다. 팬들은 그를 '5대 본좌'라고 부른다. 얼핏 듣기에는 엄청나게 좋은 성적을 내거나 e스포츠의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업적을 세웠나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지워지지 않을 대형 사고가 열리는 자리에 항상 그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심판 복을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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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그를 비난하기 시작한 건 프로리그에서 신상문의 ‘pp’사건 때문이다. 채팅 규정이 강화된 지난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 하이트 신상문이 모니터 오작동으로 경기 중단 요청을 위해 ‘pp’를 입력했고 창석준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선수와 팬들은 창석준 심판의 한 마디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창석준 심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몰수패”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 사건은 규정을 제대로 숙지시키지 못한 하이트 사무국과 코칭 스태프의 잘못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비난은 판정을 내린 창석준 심판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그 사건을 떠올리며 창석준 심판은 “심판 배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포즈를 누르면서 한숨이 나왔어요. ‘p’하나를 덜 친 것을 발견했고 그 때문에 선수에게 몰수패를 줘야 한다는 사실이 저를 혼란스럽게 했죠. 누가 봐도 몰수패를 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은 상황이었잖아요. 하지만 그 당시 규정으로는 심판의 재량권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심판 배지를 던지고 ‘경기속개’로 판정하고 싶었습니다. 차라리 내가 상벌위원회로 간 뒤 규정을 뒤집어 엎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창석준 심판이 판정을 내리기 전 이렇게 고민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창석준 심판은 규정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12개 게임단이 모여 정한 규정을 심판이 어기기 시작하면 더 이상 규정은 힘을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몰수패라는 판정을 하면서 제 눈 앞으로는 수많은 악성 댓글들이 지나갔죠. 각오는 했어요. 내가 팬이라도 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그 사건 때문에 심판에 대한 권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규정을 만드는 것은 12개 게임단 사무국이다. 심판은 규정을 만드는 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기형적인 협회 의사 결정 구조가 만들어낸 폐해다. 창석준 심판은 이번 사건을 통해 모든 판정의 책임을 심판이 져야 하기 때문에 규정에 대한 심판들의 의견 개진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이영호와 정전 사태
네이트 MSL 결승전 우세승 판정은 그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일화다. MBC게임이 운영한 결승전에서 전열기구로 인해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제동과 이영호의 결승전 3세트에서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던 상황이었고 두 쪽의 PC가 모두 멈춰섰다. 재경기를 하기에는 애매했고, 우세승을 판단하기에는 엄청난 뒷일이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닥쳤지만 창 심판을 비롯한 한국e스포츠협회 심판진은 이제동의 우세승을 판정했다.

예상대로였다. 각종 e스포츠 관련 커뮤니티와 사이트는 폭발했다. MBC게임이 일으킨 정전 사태는 심판의 우세승 판정에 의해 가려졌다. 이영호를 응원하던 팬들은 경기가 계속됐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계속 내놓았고 협회 심판의 무능함을 욕했다. 그를 비롯한 경기장에 나와 있던 심판들의 미니홈피에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계속 올라왔고 결국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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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저는 이영호 선수의 개인 화면만 보고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오형진 심판은 이제동 선수 화면을 보고 있었고 강미선 심판은 옵저버 화면을 보고 있었어요. 모든 화면을 아우르고 있었죠. 모여서 이야기를 해본 결과 우세승 판정이 합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요.”

팬들이 비난을 해도 큰 감정적 영향을 받지 않는 그였지만 우세승 판정 사건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사실이 아닌 것이 마치 사실처럼 보도된 이후 자신이 하지도 않은 행동이나 말로 비난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심판이 모든 책임을 지고 비난 받는 것은 심판이 가진 또 하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하지도 않은 일로 인해 욕을 먹는 것은 억울하더라고요. 심판이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다고 해서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한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참 힘든 일 같아요.”

그는 말을 이었다.

"어느 선수가 예쁘고 미워서 우세승 판정을 한다면 제 가슴에 단 레프리라는 글자를 지워야겠지요. 과거에는 PC 문제로 인해 다운되면 무조건 재경기를 치렀어요. 그러다가 팀들의 요청으로 인해 우세승이라는 제도가 생겼죠. 상황 판단에 있어서도 심판이 가져야 할 공정성을 기준으로, 규정집에 따라 판정을 내렸어요. 그렇지만 누구도 심판의 공정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미워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 상황이 똑같이 연출된다면 저는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니까요. 그래야만 하고요."

◆이영호, 신상문과 복수용달 찍고 싶다
힘든 일을 많이 겪었던 창석준 심판은 e스포츠를 잠시 떠나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단다. 이영호, 신상문과 온게임넷에서 복수를 주제로 했던 프로그램인 ‘복수용달’을 찍고 싶었다고. 실제로 온게임넷 복수용달 제작진과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눈 적이 있는 창석준 심판은 이영호나 신상문과의 경기가 성사되면 각 맵에 따라 사용할 필살기까지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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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되지 않아 정말 아쉬워요. 이길 자신 있었거든요(웃음). 제가 아픔을 주기도 했지만 저에게 아픔을 줬던 신상문 선수와 이영호 선수를 꺾는다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웃음). 시간이 지났기 때문인지 지금은 이렇게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잊을 수 없는, 그리고 다시 만날 그들
창석준 심판은 뉴욕으로 떠나기 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프로게이머로 처음 e스포츠에 발을 디딘 후 10년 동안 꾸준히 e스포츠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했던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인이 된 유두현 전 심판장 생각이 가장 많이 나네요. 저를 심판원의 길로 인도해줬고 판정을 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던 분입니다.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정말 많이 힘들었고 지금도 많이 그리워요. 뉴욕으로 가기 전에 장지에 들를 생각입니다.”

또한 오랜 기간 함께 했던 동료 심판들과 헤어지는 것도 창석준 심판에게는 힘든 일이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힘들어하던 동료들이 있었기에 창석준 심판은 숱한 비난에서도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었다고.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은 바로 감독들. 특히 선수 시절부터 각별한 인연을 쌓아가고 있었던 삼성전자 칸 김가을 감독은 창석준 심판에게 고마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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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을 감독님이 선수였던 시절 잠시 한 연습실에 있었어요. 김가을 감독님이 자주 밥을 많이 해주셨어요. 솔직히 말하면 밥은 제가 더 많이 해줬던 것 같고요(웃음). 그만큼 김 감독님과는 인연이 깊어요. 오늘 삼성전자 경기가 있던데 꼭 이긴 뒤 사진 찍으려고요.”

창석준 심판은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e스포츠에 더 많은 보탬이 되기 위해 떠나는 유학인만큼 창석준 심판은 남다른 각오로 학업에 열중할 예정이다.

“제가 없는 동안 협회 심판 가운데 본좌가 또 나올 수도 있겠죠(웃음). 지금 생각해 보면 항상 관심을 가져 주셨던 팬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없더라도 창석준을 잊지 말아 주세요(웃음).”

머나먼 이국 땅에서 심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경기를 즐겨 보는 팬으로 돌아가는 그가 다시 돌아올 왔을 때 한국 e스포츠가 더 많은 발전을 거듭하며 성숙된 모습으로, 안정된 기반 위에 서있기를 기대해 본다.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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