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온게임넷 스페셜포스팀 "기적을 꿈꾼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3181508190008507dgame_1.jpg&nmt=27)
◆연습실 생긴 뒤 창단 실감
리더 김나연은 프로팀으로 창단되기 전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하며 울먹였다. 고생스럽던 당시 생각에 하늘을 자주 쳐다봤다. 지금같이 좋은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1대1 싸움이 기본인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스페셜포스는 5명이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펼쳐야 하고 끊임없어 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 장소를 구하기가 참 어려웠어요. PC방에서 연습을 많이 했는데 자주 쫓겨 났어요. 시끄럽다고요(웃음). PC방이 아무리 시끄러운 장소라고 해도 5명의 여자들이 연습하며 질러대는 소리는 견디디 힘든 소음이었나 봐요.”
연습 장소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5명이 5시간만 연습해도 2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PC방비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단다. 식대까지 합치면 한 대회에서 우승한 상금으로는 도저히 팀을 꾸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기업팀으로 창단하기 전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의 경험담과 다를 것이 없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기가 스타크래프트에도 있었고 스페셜포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온게임넷 선수들은 계약 이후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처럼 기업의 후원을 받고 체계적인 연습과 안정적인 연습 환경을 제공받으면서 “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절감했다고 한다.
“가장 기뻤던 일은 눈칫밥 먹지 않고 소리 지르며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었어요.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만의 연습 공간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 가장 좋았어요."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스페셜포스 선수들 역시 초반에 갑자기 바뀐 풍족한 생활 때문에 잠시 해이해진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예전보다 연습을 덜 한 것도 아니었고 주머니가 갑자기 두둑해 졌던 것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성적이 떨어졌어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마음이 해이해졌다고 동감했어요. 등이 따뜻하고 배가 부르니까 승부욕이 줄어 들었죠. 하지만 대회에서 쉽게 이겼던 상대에게 무참하게 지고 나니 정신이 바짝 들었어요.”
생각보다 슬럼프를 길게 겪지 않은 이유는 여성팀이기 때문이었다. 친자매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숙소생활을 하다 보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생각을 가장 잘 알고 있다. 눈빛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단합이 잘 되다 보니 서로 보듬어주며 슬럼프를 이겨냈다.
◆자부심과 명예 그리고 책임감
아마추어 팀일 때와 마인드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온게임넷 스페셜포스 선수들은 이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조심하는 버릇이 생겼단다.
“게임이 좋아 몇몇 친구들이 모여 대회에 출전하던 우리에게 처음 숙소 생활은 무척 힘들었어요. 취미가 아니라 직업이 된 것이잖아요. 처음에는 그것의 차이를 몰라 실수도 많이 했죠. 감독님께 정말 감사해요.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인드나 생각들을 많이 지적해 주셨거든요.”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에게도 ‘호랑이 감독’으로 소문난 이명근 감독 밑에서 혹독하게 훈련을 받은 온게임넷 스페셜포스 선수들은 이제 어디를 가도 프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직업 의식이 생겼죠. 이제 우리는 게임을 하며 노는 사람이 아니라 게임을 직업으로 삼고 성적으로 말하는 프로페셔널이잖아요. 아무것도 아닌 차이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소한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몇 번 느꼈어요."
프로게이머로 거듭난 뒤 전에는 없었던 자부심과 명예라는 단어가 온게임넷 스페셜포스 선수들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매김 했다. 최초의 여성 팀이라는 자부심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게임 연습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노력하고 있다고.
“프로는 게임 결과만 좋다고 모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어요. 성적과 더불어 한 분야의 선구자가 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언제나 행동을 바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또한 다른 선수들의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어야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그저 게임만 잘한다고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온게임넷 스파키즈 여전사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던 온게임넷 스페셜포스 선수들은 이명근 감독 지휘하에 차근차근 프로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고 그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여성팀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
온게임넷 스페셜포스 선수들은 얼마 전까지 남자 선수 한 명과 같이 팀을 꾸렸다. 그러나 이번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에서는 다시 여성으로만 구성된 팀을 만들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여러 장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선수들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싸웠던 적이 한번도 없어요.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깊은데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기 때문인지 서로 격려하는 것이 습관이 됐어요. 또한 자주 목욕탕을 함께 가기 때문에 서먹한 것 없이 더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왜 여자들은 목욕탕을 한번 같이 가면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하잖아요(웃음).”
여자끼리 함께 살다 보면 분명 싸움이 있게 마련인데 온게임넷 선수들은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단다. 믿기지가 않다 다시 물어봤더니 “싸움이 일어날 수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가 없어요.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생각이 같아요. 어떤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다들 생각이 같아서 소름이 돋곤 해요. 아마도 이것이 여자팀이기 때문에 가능한 단합의 효과라고 생각해요. 가끔 경기장에서 보면 남성팀들은 한번 의견이 갈리면 서로 조율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결국 경기를 그르치는 것을 자주 봤어요. 원래 한번 이어지면 여자들의 결속력이 더 무섭거든요.”
여자라서 더 좋은 이유는 바로 ‘악바리 근성’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자의 결심은 오히려 남자보다 무서울 때가 있다. 온게임넷 스페셜포스 팀도 ‘악바리 근성’ 하나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뮤즈가 온게임넷으로 창단하기 전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사실 여성부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해체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리더 역할을 했던 혜원 언니가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우승 후 뒷풀이 때 ‘그동안 고생한 혜원언니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자’라고 의견을 모았고 온게임넷 창단이 걸려있는 대회 예선에 참가하기로 마음 먹었죠.”
처음에는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참가했던 대회였지만 예선을 뚫고 6강에 오르고 나니 갑자기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당시 최강으로 불리던 팀이 참가해 이미 우승을 기정사실화 한 상황에서 온게임넷 선수들은 기적같이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을 뚫고 나니 그만 두기로 결정을 내렸던 혜원 언니가 ‘해체하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 같다’고 의견을 모았어요. 나머지 4명 모두 ‘고생한 언니에게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경기에 임했어요. 그리고 그 의지 하나로 기적처럼 우승을 차지했죠. 그때 모두 얼싸안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악바리 근성’ 하나로 우승을 차지한 온게임넷 선수들은 당당히 자신들의 손으로 프로팀 창단을 이뤄냈다. 여자였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었던 기적 같은 결과였다. 그래서 다시 여성팀으로 회귀한 온게임넷 선수들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한번의 기적을 꿈꾼다
남성팀들과 겨뤄야 하는 온게임넷 스페셜포스 팀. 사실 ‘우리가 남성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은 어쩔 수 없단다. 피지컬적인 능력에서 아무래도 남성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어렵단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질 온게임넷 선수들이 아니었다. 원래 창단도 ‘기적과 같은 우승’을 거쳐 해냈던 것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또 한번의 기적을 일궈 내고 싶은 욕심이 매우 컸다.
“국산 게임으로 열리는 첫 프로리그잖아요. 출전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죠. 하지만 우리는 '미라클 게임단' 온게임넷에 소속된 선수들이잖아요.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프로리그 최초의 여성팀 우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온게임넷 스페셜포스 선수들의 이번 프로리그 목표는 단연 결승 진출이다. 광안리 무대를 항상 지켜만 보던 선수들은 이제 크고 멋진 무대에 설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하다. 그동안은 노력해도 절대 설 수 없었던 무대이지만 이제는 노력여하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광안리 무대에서 결승을 치를 수 있다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게 되는 거겠죠. 물론 여자로만 구성된 우리 팀이 결승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는 온게임넷 스파키즈잖아요. 기적을 만들어 내는 팀, 온게임넷 스파키즈가 이제는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에서 기적을 보여드릴 차례입니다.”
앞으로 5개의 게임단이 연달아 스페셜포스 프로팀을 창단한다. 온게임넷 스페셜포스 선수들 역시 이점에 대해 ‘라이벌이 생긴다’며 매우 흡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로게이머에게 라이벌이 있다는 사실은 참 행복한 것 같아요. 앞으로 창단하게 될 5개 팀 모두 우리에게는 라이벌이죠. 같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프로팀을 경험한 선배로서 앞으로 프로팀에 입단하게 될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온게임넷 선수들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예전의 모습을 모두 지우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마추어 때 가졌던 생각, 습관, 행동, 마음 등 모든 것들을 없애야 좋은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어요.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온다면 절대 적응할 수 없을 겁니다. 프로의 세계는 정말 냉혹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쉽게 생각한다면 아마 큰 코 다칠 겁니다. 진정한 프로가 되고 싶다면 죽을 힘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프로가 되기 전 뮤즈 시절의 모습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온게임넷 스파키즈에 소속된 프로의 면모를 갖춘 선수들을 보며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스페셜포스 프로팀이 창단되고 그들이 프로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이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온게임넷 스파키즈가 만들어내는 기적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당장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차근차근 조그마한 것들부터 바꿔가고 노력한다면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FPS를 즐기는 많은 팬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온게임넷 스파키즈도 많이 응원해 주시고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