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선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처음에는 약간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창선은 스페셜포스 프로리그가 시작한지 벌써 4달째가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빨리 자신의 이름을 알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나쁜 남자? 천상 남자!
천상 남자다. 김창선을 만나본 사람들이라면 ‘천상 남자’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꼭 필요한 말만 하고 감정적으로 흥분하는 법도 없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때도 신중하게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만나면 바로 ‘고향이 경상도냐’고 물어봐요. 제가 딱 봐도 경상도 남자처럼 생겼나봐요(웃음).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것은 사실인데 이렇게 경상도 남자인 것이 티가 날 줄은 몰랐어요.”
김창선에게 “B형이냐”고 물어보니 한참을 생각한 끝에 의심의 눈초리로 “어떻게 알았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경상도 남자의 포스만으로는 천상 남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에 느낌으로 물어본 것인데 김창선은 “뒷조사를 너무 잘 했다”며 느낌으로 맞췄다는 것을 믿지 않는 눈치다.
“제가 어딜 봐서 B형 남자 같나요? (팀원들이 전형적인 B형 남자라고 하니)B형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모르겠지만 방송에서 워낙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나오는데 저처럼 착한 B형 남자도 있습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웃음).”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에 B형 남자. 조건만 들으면 여자들이 싫어할 법도 하지만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며 누군가가 귀띔했다. 역시 여자들은 ‘나쁜 남자’에게 약한 모양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김창선은 뒤늦게 게임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대부분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게임을 시작하기 때문에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김창선의 경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스페셜포스를 접했다.
“처음에는 스타크래프트 이외에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꼈죠. 처음에는 저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욕 먹으면서 배웠는데 이제는 제가 그 친구들에게 뭐라고 하죠(웃음).”
그래도 천부적인 감각을 타고 난 것일까. 늦게 게임을 시작했지만 배우는 속도는 다른 친구들보다 빨랐다고. 게임 자체에 빠졌던 다른 선수들과 달리 김창선은 게임 보다는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게임 자체에 빠져있었다기 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워낙 좋아했어요. 남자들은 원래 피시방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 초반에는 서로 공부하느라 못 어울렸고 더불어 스페셜포스도 잠시 접었어요. 그러다 대학교 수시 모집에 합격했고 다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어요.”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늦게 시작한 스페셜포스가 김창선의 인생을 바꿔놓을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 본인 조차도 자신이 프로게이머가 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하잖아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장 늦게 스페셜포스에 접한 제가 이제는 전문적으로 게임을 하는 프로게이머가 됐다는 사실이 저도 마찬가지지만 친구들도 믿지 못하곤 해요.”
◆운동 보이
김창선은 운동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체격도 다부지고 덩치도 크다. 팀에서 가장 듬직한 포스를 뿜어낸다. 힘 쓰는 일은 대부분 김창선이 하는 편이라고.
인터뷰를 하러 갔을 때 MBC게임 히어로 플러스 선수들은 막 연습실을 이전하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연습실에서 가져온 테이블을 조립하는 데 여념이 없었던 선수들. 힘 쓰는 일을 잘하는 김창선이 인터뷰 중이라 작업이 더 늦어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에 잠시 인터뷰를 중단하고 테이블 조립에 합류했다.
김창선이 합류한 뒤 숨어있던 조립 부품을 찾아낸 선수들. 몸 개그를 작렬시키며 겨우 테이블 조립을 완성한 선수들은 뿌듯한 표정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임수라는 김창선에게 “오늘 같은 날 인터뷰가 잡힌 것을 다행으로 알라”며 운 좋은 김창선을 부러워하기도.
농구, 축구, 볼링, 수영 등 못하는 스포츠가 없는 김창선. 지금은 휴가를 다녀온 터라 몸이 망가졌다며 다시 몸을 만든 뒤 ‘상의탈의’ 사진을 찍기로 약속을 했다. 여성 팬들은 김창선의 상의탈의샷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너무 고마운 김윤환
김창선은 인터뷰 내내 김윤환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윤환이 없었다면 숙소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매번 수학 여행을 온 것 같은 즐거움을 주는 팀 원들 모두가 이제는 소중한 재산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김)윤환이형의 호의가 이상했어요. 어떻게 처음 본 사람에게 이렇게 잘해줄 수 있을까 의심도 됐죠. 그래서 지켜봤는데 정말 한결 같은 사람이에요. 세상에 윤환이형 같은 사람만 있다면 정말 법이 필요 없을 것 같다니까요.”
요리도 잘하고 세세한 것들을 빠짐없이 챙겨주는 김윤환 덕분에 김창선은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도 느끼지 않는다. 김창선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김윤환에게 특별히 고마워 한다고. 개인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선수들이 빠른 시간 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김윤환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나중에 여자친구를 사귄다면 윤환이형 같은 사람을 사귀고 싶어요(웃음). 동성애는 아니고요(웃음). 성격이 윤환이형 같은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잘 챙겨주고 마음이 항상 진실된 사람이거든요.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 하고 싶네요.”
◆저격수에서 돌격수로
김창선은 이번 시즌 내내 심영훈과 함께 저격수로 활동했다. 8개 팀 중 두 명의 저격수를 사용한 유일한 팀인 MBC게임. 하지만 연습의 어려움과 여러 문제로 인해 결국 심영훈만 저격수로 활동하고 김창선은 돌격수로 포지션을 전환했다.
“스타크래프트로 따지면 종족을 바꾸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결정이에요. 팀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프로게이머가 아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이에요.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에 팀이 먼저고 팀을 위해서라면 제가 돌격수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돼 고생했다는 김창선. 하지만 최근 김창선의 실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또한 돌격수의 매력에 푹 빠져 어떻게 하면 좋은 돌격수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났단다.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목표 보다는 팀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팀을 위한 선수가 된다면 프로게이머가 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팀이 최고의 자리에 서는 날, 저도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글=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