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1 ]]모든 프로게임단이라면 부산 광안리에서 펼쳐지는 프로리그의 우승을 꿈꾼다.
개인리그 우승도 중요하고 해외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도 값지지만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e스포츠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에서 우승한 기억은 e스포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사람은 숨을 쉬며 생활한다. 운동이나 긴장을 하게되면 숨이 가빠지고, 심박수도 올라간다. 뜬금 없이 숨에 대한 이야기를 해 놀라는 독자도 계실 것이다.
광안리 무대는 선수들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온다.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의 입장도 선수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무국 직원이나 회사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팀을 응원하는 팬들도, 현장에서 지켜보든, TV로 보든 심박수가 올라가는 일은 매한가지.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하고 이기고 싶은 열망으로 인해 신체가 그러한 반응을 보이고 변화한다.
평소의 생활하던 곳과는 전혀 다른 무대. 용산이나 문래동 경기장이라는 익숙한 무대가 아닌 결승전 특설무대가 가져다 주는 부담은 지금 설명한 내용 이상이다.
결승전에 올라가는 팀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내외적으로 대비할 변수가 정말 많기 때문에 이를 하나씩 없애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부산 지역 일대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일부터 시도해야 한다. 결승전 당일 광안리에 도착하는 팀과 이전부터 광안리 부근에서 결승전을 준비해온 팀은 심리적 자세부터 차이가 난다.
당일 도착하는 팀은 약 5시간 가량 소요되는 이동 시간의 피로감으로 인해 평소의 리듬유지하기 어렵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결승전이라는 중압감으로 인해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 일반 스포츠에서 비행 거리나 이동 거리가 멀면 여독이라는 요인이 발생하는데 e스포츠도 마찬가지다.
결승전 장소에 도착하게 되면 주변환경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들뜬다. 처음 와 본 낯선 무대에 대한 설렘과 동경, 그리고 팬들의 환호성은 차분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맞물려 압박감을 준다.
자연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진다. 연습에 최적화된 연습실에서 집중해서 연습하고 온다는 생각으로 늦게 도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그렇게 성공한 팀은 거의 없다.
먼저 부산에 도착해서 연습실을 차리고 해당 지역의 음식을 먹으며 준비했던 게임단은 부산의 기후에 조금이라도 더 익숙해진다. 현지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시절 세 번 연속 광안리 결승전을 치르면서 항상 했던 일이 있다. 대회 1~2일 전 경기가 열리는 광안리 해수욕장에 선수들과 방문하는 일이다. 설치되고 있는 무대를 바라보며 결전의 마음 가짐을 갖는 일은 백 번의 말로도 할 수 없는 마인드 컨트롤 기제다.
세워지고 있는 무대를 바라보며 심리적 부담을 덜어내는 것은 물론 임전무태의 정신무장을 할 수 있어 최선의 트레이닝 방법이다.
결승전에서 안정을 추구하는 팀은 오히려 안정이 깨진다.
약 1년여의 장기 레이스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결승전이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왔던 맵의 데이터나 선수간의 상성 관계 등의 자료가 수북히 쌓이기 마련이다.
상대 팀과 우리 팀에 대한 데이터를 무시하면 안되지만 안정적인 승리를 위해서 뻔한 선수가 뻔한 맵에서 나온다면 그것은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한다.
7전4선승제의 운영 방식은 단순하다. 우리 팀 에이스는 지면 안된다. 만약 에이스가 무너지면 1패가 아니라 2패, 3패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스가 출전하는 맵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안정감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데이터를 넘어서는 선수 기용을 통해 상대방을 흔들어야 한다.
안정적인 승리란 없다. 1승을 빼앗기 위해서는 무모하다 싶은 모험도 필요하다. 무모하다 싶은 모험수가 통한다면 상대팀은 더욱 동요된다. 이번 대회부터 7전4선승제를 두 번 치르는 다전제로 방식이 변화되면서 이러한 선수 기용 방법이 첫 날 통한다면 상대 팀은 이틀에 걸쳐 심각한 혼란에 빠진다.
사소한 사항 하나도 신경써서, 주의깊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결승전을 준비하는 팀들은 모든 시선이 우승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전날 무리해서 연습하고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오버 페이스는 신체의 리듬을 해치는 요인이다.
약 1주일 전부터 생활 리듬을 맞춘다면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다. 사람은 3일 정도면 그 리듬에 적응한다. 장기간 적응하게되면 오히려 익숙해져서 하향 곡선을 그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방식을 고수해서 가장 좋은 효과를 내는 기간은 1주일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1주일 전부터 연습을 끝내는 시간과 시작하는 시간 등을 결승전의 스케줄과 비교해서 새로 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포스트 시즌에서 정규 시즌 1위에 오른 팀이 많이 우승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작업을 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를 다지는 일은 가장 중요하다.
지기 위해 결승 무대에 오르는 팀은 없다. 그러나 임하는 마음가짐은 개개인이 다르고 팀들도 다르다. 그러면 어떠한 팀들이 이길까? 기선제압에 성공하는 팀이 승리한다고 생각한다.
격투기에서 링에 오른 선수들은 심판을 사이에 두고 눈싸움을 한다. 기선제압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e스포츠에도 기선제압이 존재한다. 선수들의 입장 과정이나 결승전에 들어가기 전 인터뷰부터 기선제압을 위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나도 2005년과 2006년 정수영, 하태기 감독과 설전에서 지지 않기 위해 원고를 준비하며 기선제압을 위해 힘썼다. 선수들의 인터뷰에도 신경썼음은 물론이다.
기선제압에 성공했다면 벤치의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먼저 출전한 선수가 지더라도 기죽은 표정을 짓기 보다는 동료들이 위로해주면서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평소 다져 놓은 팀워크가 발현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계속 끌어 올려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선수가 마음 편히 경기할 수 있다.
또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코칭 스태프가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2006년 MBC게임 히어로와의 결승전을 치르는 동안 폭우가 쏟아졌다. 경기는 계속 진행됐지만 비가 많이 내려 비옷을 입어야 할 상황이었다. 우리는 출전 선수에게만 비옷을 입힌 채 파이팅으로 악천후와 싸워 나갔다. 이런 모습이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는지 단결력을 끌어 올렸고 우승할 수 있었다.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는 결승전에서 몇 가지만 추려서 이야기하기란 무리수가 따른다. 하지만 3년 연속 광안리 결승을 치르면서 필지가 몸소 체험한 내용이기 때문에 SK텔레콤이나 화승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가 지적한 부분을 간과했을 때와 또 지켰을 때의 차이는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였음을 분명히 해둔다.
막바지 준비를 위해 여념이 없을 두 팀과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이러한 점을 감안하고 지켜 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주훈 전 SK텔레콤 T1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