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환의 인기는 한 풀 꺾였다. 공군 에이스에 입대한 임요환은 하락세를 걷고 있었고 공군에서 주력 선수로 활약하긴 했지만 '오할 본능'에 머물렀다. 2008년 제대한 뒤 SK텔레콤 T1으로 복귀한 뒤 임요환은 프로리그에 한 번 출전했을 뿐이다. 그러나 임요환이 복귀한 시기와 비슷하게 SK텔레콤은 상승세를 탔고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 정규 리그 우승과 포스트 시즌 우승을 차지하면서 3년만에 광안리에서 우승 신화를 일궈냈다. 기자들의 질문이 대부분 임요환에게 몰릴 만큼 임요환은 아직도 e스포츠의 아이콘이자 황제로 인정받았다.
◆임요환은 프로토스였다?!
고등학교 시절 임요환은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스타크래프트를 접했다. 묵묵히 스타크래프트를 즐겼지만 승부욕이 강했던 임요환은 배우기 쉬운 종족인 프로토스를 선택했다. 게임을 일찍 배울 수는 있었지만 이기기는 어려웠던 프로토스를 하던 임요환이 가장 좋아했던 유닛은 셔틀과 리버. 당시 '슈팅 리버'라는 별명까지 있었던 1.03 시절 임요환은 리버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그렇지만 1.04로 패치되면서 리버의 능력치가 떨어지자 임요환은 테란으로 종족을 전환했다. 만약 리버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프로토스의 황제' 임요환을 기억 속에 넣었을 지도 모른다.
![[GamerGraphy] 'e스포츠 황제' SK텔레콤 임요환(상)](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9021743280014894_4.jpg&nmt=27)
◆임요환의 첫 감독 김양중
음지에서 '폐인'으로 취급받던 임요환을 양지로 끌어낸 인물은 현재 위메이드 폭스에서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양중이다. 1999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근처에 살던 김 감독은 PC방에서 우연히 임요환을 만난 뒤 서로에게 매력을 느꼈다. 당시 시나브로라는 기획사의 사장으로 있던 김 감독은 임요환의 눈빛에서 승부욕을 읽었고 함께하기로했다.
김 감독을 만나면서 양지로 나온 임요환은 'PC방 폐인'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부스스한 머리, 꾹 눌러쓴 모자, 창백한 피부, 슬러퍼를 벗을 채비를 갖췄다.
◆2001년 빛을 보다
프로로 나섰지만 임요환이나 e스포츠 모두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지금과 같은 연습 환경은 꿈에나 그릴 수 있었다. PC방 한 켠에서 눈이 충혈될 때까지 연습했고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던 시절이었다. 상금이라도 따면 고기를 한 번 먹을 수 있다는 희망에 온갖 대회를 찾아 다닐 때다.
임요환은 1999년 12월 공중파에서 열린 최초의 대회인 SBS 멀티게임 챔피언십 예선을 통과하며 황제의 신화를 만들어 간다. 전승으로 결승에 오른 임요환은 처음으로 큰 상금이 걸린 대회를 제패했다.
이후 임요환은 게임큐라는 인터넷 방송에서 테란의 선봉장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김정민과 최인규 등 미남 테란들과 종족 최강전에 나서 특이한 경기를 선보이면서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이 났다.
비슷한 시기 온게임넷이 스타리그를 개최했지만 임요환에게는 요원한 길이었다. 2000년 프리챌 스타리그에서 이재항에게 패하면서 스타리그 진출에 실패한 임요환은 2001년 한빛소프트 스타리그 본선에 당당히 진출했다.
각종 대회에서 테란은 소수 종족으로 비하됐다. 저그에게는 병력 수에서 달리고 프로토스에게는 질에서 밀리던 시절 임요환은 테란의 암흑기에 개벽을 일으킬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인터넷 방송으로 중계되던 리그에서 드롭십을 절묘하게 사용하던 임요환의 플레이를 본 네티즌들은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
임요환은 첫 스타리그부터 대형 사고를 쳤다. 한빛소프트 스타리그에서 8강까지 전승으로 통과한 임요환은 4강에서 박용욱을 2대1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장진남과의 결승전에서는 신들린 듯한 드롭십 활용을 통해 3대0으로 제압하고 테란 사상 처음으로 스타리그를 제패했다.
◆스포트 라이트
임요환은 이때 처음으로 언론을 비롯한 각종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스포츠 신문은 물론, 일간지, 각종 방송 등에서 '꽃미남'으로 인정받았고 카페 회원수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IT와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는 말처럼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으며 부담이 컸을 수도 있지만 임요환은 본분에 충실했다. 다음 대회인 코카콜라 스타리그 결승전에서는 불세출의 라이벌 홍진호와 결승전에서 만나 명승부를 연출하며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스타리그 2회 연속 우승 기록은 2009년 8월 화승 이제동이 깰 때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만큼 대단한 기록으로 남았다.
이 때부터 임요환은 명실상부한 '테란의 황제'라 불리기 시작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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