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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열전] 하이트 원종서 "창라인? '원라인' 부분일 뿐"

STX 박종수를 시작으로 MBC게임 서경종, 삼성전자 주영달, 이스트로 서기수 등 4명의 주장을 만나본 주장열전. 지금까지 약간은 딱딱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주로 나누며 주장의 역할, 주장의 고민에 대한 심도 깊은 인터뷰가 진행됐었다.

그리고 다음 주장열전의 주인공을 하이트 원종서로 잡은 이유는 두가지. 그동안 딱딱하게 진행된 주장열전에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다. 또한 주장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어떤 문제를 너무나 가볍게 해결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원종서는 선수들과 너무 친해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결코 선수들이 무시하지 못하는 주장이다. 또한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데 일등 공신의 역할도 하고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완벽한 주장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아쉽게 원종서의 이런 모습은 많이 알려지지도 조명 받지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기자 또한 잘 알지 못했지만 얼마 전 하이트 전지훈련을 따라가 전혀 다른 원종서의 모습에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카리스마와 유머감각, 타고난 사교성, 어른스러움 그리고 삶의 아픔과 고민까지 모두 겪었기 때문에 더욱 완벽한 주장 원종서. 지금까지 주장열전과는 조금 다른 하이트 원종서의 주장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자.

◆’창라인’보다 ‘원라인’
얼마 전 이경민의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창라인. 하이트 김창희를 필두로 이경민, 조재걸 등 김창희를 따르는 신예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창라인이 ‘차가운 도시 남자’ 컨셉트로 세상에 알려졌다.

남들에게는 차갑지만 자기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하다는 창라인. 하지만 ‘창라인’을 보고 뿌듯한 웃음을 짓는 사람은 김창희가 아닌 원종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 ‘창라인’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보고 정말 뿌듯했어요. 왜냐하면 ‘창라인’ 어쩌고 해도 김창희는 원종서에게 충성을 바치는 사람이거든요(웃음). 결국 ‘창라인’은 ‘원라인’의 지부일 뿐이죠(웃음). 제가 회장이라면 (김)창희는 상무라고 보면 될까요? 결국 ‘창라인’도 원라인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결국 김창희가 애를 써 ‘창라인’을 부흥시킨다 해도 결국 맨 위에서 군림하는 사람은 원종서라는 것. 김창희가 원종서에게 충성을 바치는 이상 ‘창라인’은 언제나 ‘원라인’에 소속돼 원종서의 컨트롤을 받아야 한단다.

“(김)창희는 누구보다 강자를 알아보는 눈이 뛰어납니다. 아마 제가 주장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저에게 충성할 거에요. 즉 창희가 주장이 되지 않는 이상 ‘창라인’은 ‘원라인’의 간섭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창희가 주장이 되는 날은 아주 먼 훗날일 겁니다. 창희가 얼마 전 FA로 팀을 한번 배신(?)했기 때문에 주장이 되긴 하늘의 별 따기가 될 테니까요(웃음).”



벌써부터 라인이 있고 지부가 있는 하이트 선수들. 말만 들으면 무척 파벌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실 라인이 생기는 것은 다름이 아닌 ‘편의점’ 때문이라고. 무슨 소리인지 물어보니 원종서는 “너무 유치해 말하기도 민망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왜 ‘창라인’과 ‘원라인’은 있는데 하이트에 있는지 오래된 박명수의 ‘명라인’은 없는 줄 아세요? 바로 편의점 때문이에요(웃음). ‘창라인’이 생긴 결정적인 이유는 (김)창희가 후배 선수들에게 편의점에서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기 때문입니다(웃음). 즉 간식거리로 인해 생긴 ‘라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유치할 지 모르지만 사실 프로게이머들에게 이 부분은 무척 중요해요(웃음).”

하이트 선수들이 항상 밝고 즐거운 팀 분위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원종서의 이런 면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원라인’, ‘창라인’등을 만들어 팀에 소속감을 부여하고 서로 장난치고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 주기 때문. 또한 웃음 속에서 은근한 서열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사회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항상 카리스마만 유지할 순 없어요. 선수들과 생활 깊은 곳에서 함께 어울려야만 제 말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웬만하면 팀에 웃음꽃이 피는 게 낫잖아요. 좋은 분위기에서 연습하고 생활하면 성적은 물론이고 생활 면에서도 좋은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픔이 좋은 주장을 만든다
원종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좋은 주장’이다. 원종서에게 비결을 물으니 “아직은 좋은 주장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고 겸손해했다. 겸손함을 잠시 뒤로 하고 꼭 대답해 달라고 하니 한참을 생각한 원종서는 그제서야 “아픔이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아픔이 없는 사람은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부족할 수 밖에 없어요. 항상 완벽한 삶을 살았고 항상 좋은 성적만 유지하는 선수들에게는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거든요. 스스로도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없는데 다른 사람의 문제를 가슴으로 느끼고 이야기해 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원종서에게는 어떤 아픔이 있었을까? 사실 원종서는 예전에는 ‘가장 기대하는 테란 선수 1순위’로 꼽힐 만큼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또한 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연습을 하지 않고 나가도 많은 선수들을 이기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팀 내에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원종서는 갑자기 성적이 추락했고 팀에 거의 없는 선수가 됐다. 누구도 원종서를 기억하지 않았고 누구도 원종서를 찾지 않았던 적도 있다. 아직 은퇴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었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원종서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며 누구보다 성숙해졌다.



“(차)재욱이형, (전)태규형이 저에게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해요. 제가 잘나갈 때 ‘지금에서 만족하면 넌 아무것도 안 된다’며 더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을 해줬어요. 하지만 그때 저는 너무 자만했고 형들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려 들었죠. 만약 제가 그때 형들의 말을 제대로 들었다면 지금도 맹활약하는 선수로 남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도 찾지 않던 아픈 시절의 원종서는 지금의 강한 원종서를 만들어 줬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난 원종서는 한층 성숙해졌고 이명근 감독 역시 시련을 딛고 일어난 원종서에게 주장의 역할을 맡겼다.

“프로게이머를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을 하던 그때의 제 모습을 생각해요. 그리고 그 모든 아픔과 걱정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도 항상 생각하고요. 누군가가 자신의 고민을 안고 저를 찾았을 때 저는 그때의 제 모습을 그리고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말해줘요. 그때의 경험과 고민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저에게 고민을 말하는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되죠.”

만약 원종서가 그런 힘든 시절을 겪지 않았다면 선수들의 고민을 가슴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원종서는 선수들에게 가장 친한 형이자 가장 무서운 선배로, 또 카리스마 넘치는 주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동시에 갖기 어려운 두가지 역할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완벽한’ 주장인 셈이다.

◆원종서의 꿈을 말하다
원종서는 크게 성공한 프로게이머도 아니고 그렇다고 실패한 프로게이머도 아니다. 자신의 위치 때문에 힘들었지만 또한 지금의 원종서가 있게 만들어 준 것도 지금 자신의 위치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가 주변 사람들이 봤을 때 완벽한 주장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제 위치 때문이에요. 아주 성공한 프로게이머들은 2군들의 아픔이나 비주전 선수들의 고민을 알지 못해요. 그렇다고 이름도 모르는 실패한 프로게이머들은 더더욱 주장을 할 수가 없어요.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없기 때문이죠. 가끔 제 어중간한 위치가 힘들었지만 지금 제게 주어진 주장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제 위치 때문인 것 같아 가끔은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요.”

원종서가 지금 꾸고 있는 꿈은 개인리그 우승도 프로리그 다승왕도 아니다. 이제 그런 타이틀은 후배들이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원종서의 꿈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원종서의 꿈이다.

“꿈은 높게 가질수록 좋지만 때로는 현실적인 꿈을 꿀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 제가 꾸는 꿈은 프로리그에 출전할 때마다 승리하는 것입니다. 이번 시즌이 끝났을 때 적어도 두 자리 승수는 쌓고 싶어요. 또한 팀원들과 광안리에 가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시원한 샴페인 목욕 좀 해봤으면 좋겠네요(웃음).”



원종서는 결코 성적에 소홀히 하지 않을 생각이다. 열심히 하는 모습 그리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주장의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성적을 올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것이 원종서의 두번째 꿈이다.

그렇다면 원종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10년 후까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원종서는 코치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이 1년 후가 될지, 2년 후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선수들을 키워내고 팀을 꾸리는 코칭 스태프가 되는 것이 원종서가 생각하고 있는 마지막 꿈이다.

“10년 후 꿈이 또 달라질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당장의 10년 동안 제가 꿀 꿈은 프로리그 두자리수 승수, 광안리 우승 그리고 코치가 되는 것입니다. 더 큰 꿈은 제 그릇이 커졌을 때 그때 꿀게요. 그때 다시 인터뷰해 주세요.”

지금도 충분히 큰 그릇을 가진 원종서이기에 더 큰 그릇이 어느 정도일지 기대감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원종서가 더 큰 그릇을 들고 우리에게 얼마나 큰 꿈을 이야기해 줄지 벌써부터 그날이 기다려 진다.

글,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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