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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rGraphy] 괴물의 진화…SKT 최연성②

*1편에서 계속

최연성의 등장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로열로더라는 개념이 존재했지만 별다른 시련 없이, 이미 최고의 자리를 장악한 뒤에 나타난 첫 대형 신인이었다. 프로리그라는 무대를 통해 신인왕와 다승왕을 손에 넣으며 기량을 검증 받은 뒤 이어진 개인리그에서 곧바로 상승세를 이어갔기에 최연성의 파괴력은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달기에 손색이 없었다.

◆평생의 라이벌 이윤열
괴력을 발휘하며 e스포츠계에 등장한 최연성의 라이벌은 누구였을까. 최연성은 데뷔 직후부터 줄곧 한 사람을 경쟁자로 삼아 왔다. 바로 이윤열이었다. 이윤열은 최연성이 등장하기 2~3년 전부터 강력한 '포스'를 발휘했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방학 기간 동안 서울에 올라와 숙소 생활을 하며 각종 방송 경기에 출전한 이윤열은 모든 대회를 휩쓸었다. 태풍을 연상시킨다며 '토네이도 테란'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방학 테란'이라는 별명이 더욱 친숙했다.

이윤열은 최연성이 등장하기 전 MBC게임에서 개최한 KPGA 투어 2, 3, 4회를 내리 우승했고 2003년 파나소닉 스타리그 트로피까지 거머쥐면서 최고의 자리에 군림하던 강호였다.
최연성은 이윤열이 가지고 있던 패권을 빼앗으려 했다기 보다는 "한 번 붙어 보고 싶은 상대"라고 말하며 도전자의 자세를 견지했다. 최연성을 지도하던 주훈 전 감독은 "이윤열이 모든 것을 쟁취하던 시절이었기에 최연성의 도전이 가능했고 오히려 성공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잃을 것이 없고 막무가내로 덤비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처럼 최연성의 도전은 '무대뽀'였다.

프로리그에서 이윤열을 상대로 첫 승리를 따낸 최연성은 두 달 뒤에 펼쳐진 TG 삼보 MSL 16강전에서 이윤열에게 일격을 당하며 패자전으로 내려왔다. 권토중래한 최연성은 모든 상대를 제치고 패자조 결승전에서 이윤열을 다시 만나 3대1로 승리하며 복수에 성공한다. 바로 다음 대회에서 승승장구하며 결승전에서 이윤열을 상대한 최연성은 첫 세트를 승리한 뒤 내리 두 세트를 잃었다가 재차 역전에 성공하며 MSL 2연패를 달성한다.

스타리그로 무대를 옮긴 최연성은 첫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이윤열을 만나 또 다시 격파한다. 2004년 EVER 스타리그 8강전에서 2대1로 승리하며 이윤열과의 격차를 벌렸다.

이후 최연성은 국내 대회보다는 국제대회에서 이윤열을 더 자주 만난다. SK텔레콤과 팬택앤큐리텔의 주력 선수들이 참가했던 CKCG 2005나 국가 대표로 차출된 IEF 2006 등에서 이윤열을 상대해 대등한 성적을 내며 경쟁 관계를 유지했다.

2006년 이후 국내 대회인 스타리그와 MSL에서도 8강이나 4강, 결승 등에서 최연성과 이윤열의 대결을 보기는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함께 대회에 출전했을 때, 특히 조지명식에서 두 선수가 만나 화기애애한 관계를 앞세워며 몇 차례나 같은 조에 편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팬들은 "머슴(최연성의 애칭)과 머신(이윤열의 애칭)은 항상 같이 다닌다"며 "보기 좋은 라이벌 관계로 성장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이윤열을 향한 최연성의 '애증 어린 지목'은 2007년 프로리그 후기리그에서의 맞대결을 끝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어졌다. 최연성이 은퇴를 결심하고 코치로 전향했기 때문이다.


◆저그 킬러
최연성이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종족전을 꼽으라고 하면 저그전이다. 데뷔 후 공식전에서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면서 승수를 무려 20까지 쌓는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홍진호와의 TG 삼보 MSL 결승전에서 3대0으로 완승하며 첫 우승한 것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시 최연성은 저그 종족에게 공포의 대상 그 자체였다.

임요환으로부터 전수받은 바이오닉 타이밍에다 '최연성표'라는 트레이드 마크가 붙은 1배럭 더블 커맨드 전략은 저그가 해법을 찾는데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린 최고의 전략이었다. 앞마당을 가져간 이후 쉼 없이 돌아가는 배럭과 절묘한 타이밍에 완성되는 팩토리와 스타포트, 거기에서 생산된 탱크와 사이언스 베슬은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테란들이 기본으로 삼고 있는 전략이다.

최연성의 저그전 자신감에 제동을 건 선수가 바로 '투신' 박성준이다. 최연성과 박성준의 스타리그 데뷔 무대였던 질레트 스타리그-최고의 루키들로 편성된 대회로 평가된다-4강전에서 최연성은 저그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된다. 저그전 20연승을 이어가고 있던 최연성은 1세트부터 박성준의 파상 공세에 혀를 내두른다. 2세트까지 내준 뒤 정신을 가다듬고 3, 4세트를 따냈지만 마지막 세트에서 중앙 지역으로 나가보지도 못한 채 울트라리스크와 저글링에 의해 초토화된 것.

이후 최연성은 박성준과 각종 무대에서 만나면서 우승컵을 놓고 쟁패를 펼치는 등 이전에 없었던 저그와의 라이벌 관계를 만들어 냈다.

올라갈 만큼 올라갔던 것일까. 최연성은 마재윤이라는 호적수-킬러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 같다-를 만나면서 화려했던 저그 킬러의 명성을 추억으로 남긴다. 최연성은 마재윤과의 싸이언 MSL 승자 4강에서 0대2로 패한 뒤 '마재윤 트라우마'에 휩싸인다. 같은 대회에서 패자 4강에서 재격돌하지만 0대3으로 완패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저그를 상대로 5연패를 당하면서 기가 꺾인다.

당시 최연성은 "마재윤만 만나면 전략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하기 어려웠다"며 "내가 가진 패를 모두 읽고 있는 듯한 플레이가 계속 나와서 까다로운 선수"였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이후에도 최연성은 60%가 넘는 저그전 기량을 선보였지만 과거와 같은 '초, 울트라, 슈퍼, 메가톤급' 저그전 능력은 아닌 것으로 평가됐다. 정명훈을 '대리인'으로 앞세워 메카닉 전략이라는 새 병기를 장착하기 전까지는.


◆스승과의 일전
최연성의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장면은 2004년 대전에서 열린 에버 스타리그 결승전이다. 질레트 스타리그에서 박성준에게 패하며 결승에 오르지 못한 최연성은 다음 대회인 에버 스타리그 2004에서 고비에 고비를 극복하며 결승까지 올랐다. 16강전에서 재재경기까지 치렀고 8강과 4강 모두 최종전까지 이어가면서 천신만고 끝에 스타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그렇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e스포츠계에 발을 들이도록 디딤돌을 놓아준 같은 팀 선배 임요환과의 결승전이었기 때문. 프로게이머들의 '로망'이었던 스타리그 무대에서 스승을 대적하는 제자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최연성은 특유의 경기력을 앞세워 임요환의 꼼꼼한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바이오닉 병력에 본진이 뚫리면서 최종전까지 흘러갔지만 최연성은 과감한 전략과 매스 컨트롤이라 불리는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MSL 3회 우승에 이어 스타리그까지 제패하면서 모든 것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을 지었어야 했지만 최연성은 스승의 눈물에 기쁨을 표현하지도 못했다. 주훈 감독은 "임요환이 최연성의 우승을 축하해준 뒤 자괴감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터뜨렸다. 실수로 인해 우승컵을 놓쳤다고 생각한 임요환의 눈물로 인해 최연성이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갈등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이중 계약 파문
최연성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동안 끊이지 않고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다면 '이중이'라는 별명일 것이다.

최연성은 2005년초 이중계약을 통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소속 팀인 SK텔레콤 T1과 계약 당사자인 KTF(현 KT) 사이의 공방전까지 치달았던 이중계약 사건은 e스포츠계에 큰 반향을 몰고 왔다.

SK텔레콤 선수들과 사이가 멀어지고 갈등 국면으로 이어지자 최연성은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를 지켜보던 부모님이 이적을 추진했고 계약 과정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어난 것. 이동 통신사 간의 경쟁 관계에 있던 두 팀은 법정 공방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섰지만 최연성이 잔류를 확정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소식이 알려진 이후 최연성은 프로리그 반년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당했고 팬들로부터 '이중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프로리그 출전이 금지됐지만 최연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동료들을 위해 희생했다. 프로리그에 나서는 동료들의 연습 파트너가 됐고 현장이 아닌 숙소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돌아오면 누구보다 앞장 서서 기뻐했고 이러한 페이스는 광안리 결승전에서도 계속됐다.

*3편에서 계속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SK텔레콤 T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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