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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모범생과 날라리의 '복수 여정'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온게임넷 '복수용달' 이강섭-박용진 PD "장마철에 시즌2로 만나요"

[피플] 모범생과 날라리의 '복수 여정'

◇끝까지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거부한 이강섭 피디와 다양한 포즈를 취한 박용진 피디. 이강섭 피디의 컨셉트는 '신비주의'다.

학교에서 모범생과 날라리가 ‘절친’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마 1%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그 1%의 확률을 뚫고 모범생과 날라리가 만나 '웰메이드'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온게임넷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복수용달'을 연출한 이강섭-박용진 피디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이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했을 때 온게임넷 내부에서도 걱정과 우려의 의견이 많았다. 힘이 느껴지는 정통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았던 이강섭 피디와 톡톡 튀는 예능감을 발산했던 박용진 피디의 만남은 누가 봐도 모범생과 날라리의 어색한 만남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모범생과 날라리는 잘 어울렸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최고의 프로그램을 완성시켰다. '복수용달' 시즌1이 끝났지만 벌써부터 시즌2를 기다리는 팬들이 “빨리 만들어 달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 둘의 만남은 무척 성공적이었다.

이제는 다른 살림(?)을 차린 이 피디와 박 피디를 찬 바람이 불던 3월의 막바지에 만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됐던 두 피디의 이야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자.

◆모범생과 날라리 어떻게 어울렸을까?
두 피디를 한 자리에 모아 인터뷰를 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었다. 모범생답게(?) 이강섭 피디가 사진 촬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날라리 박용진 피디는 “반드시 사진이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포즈를 연구하는 등 너무나도 적극적이었다. 완벽하게 다를 성정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계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DES=물과 기름처럼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프로그램을 같이 하게 됐을까요?

박 피디=이강섭 피디는 'ESC(e스포츠 센터)'를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저는 ‘7224’를 제작했다가 다음 프로그램을 고민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회사에서 호출을 해 들어가보니 이 피디와 프로그램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한 거죠(웃음).

이 피디=전작을 보면 아시겠지만 둘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스타일이 워낙 다르거든요. 자발적으로 하라고 하면 아마 서로 같이할 생각 못했을 거에요.

박 피디=둘이 프로그램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걱정하더라고요. 우리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더 걱정이 컸던 것 같아요.

이 피디=사실 누구보다도 걱정 됐던 것은 우리 둘이 아니었을까요(웃음)?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집에 가서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웃음).

DES=복수용달 촬영 현장에 가보면 두 피디의 손발이 척척 맞던데 어떻게 친해지게 됐나요?

이 피디=박 피디보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선배라고 맞춰주더라고요. 그런데 어느새 보면 제가 박 피디 의견에 동조하고 있었어요. 맞춰 주는 척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다하는 스타일이 박 피디 스타일이에요.

박 피디=그래서 제 별명이 ‘스팀팩’입니다(웃음). 서로 스타일이 다른 것이 오히려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큰 도움이 됐어요. 제가 ‘재미’를 추구하는 반면 이 피디는 ‘의미’와 ‘진지함’을 추구하잖아요.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잘 컨트롤 해줬죠.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났다고 할까요.

이 피디=농담처럼 선배 피디들이 “너는 경직돼 있어”라는 말을 자주 하세요(웃음). 처음에 박 피디를 봤을 때는 ‘저 날라리는 뭐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같이 일을 해보니 정말 환상의 콤비였어요. 서로 존중할 부분은 존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며 일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박 피디=하지만 이제는 그만 헤어져야 할 것 같아요(웃음). 너무 오래 하면 정 들잖아요(웃음).

◆시작도, 끝도 라이벌
'복수용달'이라는 최고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이유는 ‘라이벌의 부재’였다. 임요환이 지금과 같은 스타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유명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라이벌 홍진호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e스포츠계에 라이벌이 점점 사라지면서 e스포츠에 스토리를 가진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복수용달'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DES=복수용달을 제작하면서 생각보다 라이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이 피디=라이벌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복수용달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e스포츠에 더 많은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주고 싶었어요. 라이벌을 찾는 과정에서 도드라지는 라이벌 관계가 없더라고요. 생각보다 섭외도 쉽지 않았고 라이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더 아쉬운 부분은 팬들이 라이벌이라고 지칭하는 선수들 개개인의 마음이었죠.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더라고요. 당장 팬들에게 욕을 먹을 일만 생각하고 몸을 사리는 선수들도 많았죠.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죠.

[피플] 모범생과 날라리의 '복수 여정'


박 피디=선수들이 우리를 믿어줬으면 좋겠고 선수들도 프로의식을 가지길 바랍니다. 선수들도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을 분명 계산하겠죠. 그러나 대부분 1차원적인 계산에 머물러요. 내가 왜 더 많이 미디어에 노출돼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요. 기존 스포츠와 다르게 연령대가 낮다 보니 프로의식이 부족한 점은 이해를 하지만 팀들도 너무 선수들을 보호하려는 느낌인 것 같아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이 피디=도재욱의 경우 처음에는 김창희와의 대결을 꺼려했지만 “나를 믿어달라”고 말했고 도재욱이 믿음을 발판으로 흔쾌히 출연을 결심했던 기억이 있어요. 피디들은 선수들 사이에 이야기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지, 가십 거리로 만들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쉽게 포기하는 것이 많이 아쉽더라고요.

SK와이번스 이만수 코치가 “문학 구장이 꽉 차는 날 속옷만 입고 뛰겠다”는 발언을 한 뒤 문학 구장이 만석이 된 날 정말로 팬티만 입고 야구장을 달렸던 것을 보면서 정말 프로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코치가 선수들만 잘 챙기면 됐지 팬들에게 그런 약속까지 하면서 문학 구장에 팬들을 끌어 모을 생각을 왜 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주변에서 말린다고 안 하면 계속 못하지 않을까요? 열린 마음을 가져야죠. 게임만 잘하면 된다는 1차원적인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DES=올드 선수들에 비해 요즘 선수들은 자신을 알리는 일에 너무 소극적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피디=라이벌 이야기를 하려고 했더니 대부분이 공군에 가 있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올드 플레이어들은 이야기 거리도 많고 스스로 라이벌을 만들려는 의지도 강했어요. 내 이야기가 팬들 귀에 한번이라도 더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은 친구들이죠. 요즘 선수들은 틀이 갖춰진 프로게임단에 들어와 시키는 것만 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자신을 드러내고 대중에게 보여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박 피디=예전 게이머들은 신인 배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요즘 선수들은 그저 직장인을 대하는 느낌이랄까요. 이대로 가다가 정말 경기 방송만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이 피디='복수용달'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선수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끌어내고 싶었고 어느 정도 성과는 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좀더 넓은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복수용달' 뒷이야기
'복수용달' 현장에는 방송에 다 담아내지 못하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두 피디들이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DES='복수용달'을 하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다.

박 피디=원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복수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복수용달의 컨셉트였죠. 그 부분을 가장 잘 그려낸 편이 도재욱-김창희 편이었어요. 실제로도 두 선수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말은커녕 인사도 하지 않는 사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처음 만났을 때의 긴장감을 방송에 그대로 담아내고 싶어서 녹화 전에는 서로 마주치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죠. 그래서 복수의 방에 들어가는 상황을 녹화하는 시간도 둘 다 달랐어요. 화장실에 갈 때도 마주치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죠. 그래서인지 처음으로 둘이 만났을 때는 저까지 긴장될 정도로 서로에 대한 감정이 제대로 잡혀있었죠. 그래서인지 그 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피플] 모범생과 날라리의 '복수 여정'


이 피디=방송은 박지호-임요환 편이 처음 나갔지만 사실 처음으로 녹화한 편은 도재욱-김창희 편이었어요. 아마 1회와 8회를 비교해 보시면 '복수용달' 컨셉트가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에요. 김동건과 이성은 카드를 꺼내 들면서 처절한 복수가 아닌 재미 위주의 방송이 되기 시작했죠. 어쩔 수 없이 포맷이 점점 바뀌어 가면서 박 피디의 색깔이 프로그램에 많이 녹아나기 시작했어요.

박 피디=마재윤, 이성은 카드도 아쉽고 송병구, 한상봉 카드도 아쉬워요. 꼭 했어야 하는 매치업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지나 버렸죠.

이 피디=저는 박찬수-박명수편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서울 시내에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눈이 정말 많이 왔었고 선수들 모두 녹화시간에 늦었죠. 그런데 더 어이 없었던 것은 용달차가 눈 때문에 발이 묶여서 2시간이나 늦었기 때문에 예정보다 녹화 시간이 3시간이나 지연됐죠. 게다가 춥고 힘들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나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네요(웃음). 저는 절대 시즌2에 참가하지 않을 겁니다. 너무 힘들어요(웃음).

박 피디=무슨 소리에요. 꼭 같이 해야죠. 꼭 같이 한다고 써주세요.

이 피디=난 절대 싫거든? 혼자 하라고!

◆추억만큼 아쉬움도 많아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복수용달'이지만 연출자 입장에서 볼 때는 그래도 아쉬운 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프로그램이 방영 될 때마다 “이걸 더 해볼걸”이라며 아쉬움을 삼킨다는 두 피디. 아무래도 시즌2는 이강섭-박용진 콤비가 다시 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DES=복수용달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박 피디=격주 방영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사실 처음 '복수용달' 컨셉트는 복수하고 싶은 선수가 무작정 용달차를 타고 복수할 대상이 있는 숙소 앞으로 가서 그 선수를 끌고 나와 용달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환경이 여의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사전에 만나 인터뷰를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업들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그러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 도저히 매주 나갈 수가 없는 거에요. 격주 방영 공지를 쓰면서 얼마나 속상하고 서운했는지 몰라요.

이 피디='복수용달'이 끝나는 날 까지 사실 대부분 '복수용달' 스태프들이 하루도 쉬지 못했어요. 나중에는 몸이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매주 나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저도 이 부분은 정말 아쉽네요. 그래도 드림팀이 모여 케이블이지만 지상파 느낌의 고품질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고 자부합니다. 매주 만들어 내는 것은 사전 제작이 자리를 잡는 다면 가능하겠죠. 한 2030년 정도(웃음)?

◆장마철에 돌아올 복수용달 시즌2
연출자들은 힘들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복수용달' 시즌2가 언제 나오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박 피디와 이 피디의 마지막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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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슬슬 인터뷰를 마쳐야 할 시간이 됐습니다. 꼭 하고 싶었던 말들이 혹시 있나요?

이 피디=우선 '복수용달'을 같이 했던 16명의 선수들에게 너무나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리그가 중심이 되다 보니 승률이 좋고 성적이 좋은 선수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복수용달'에 나왔던 선수들은 주류가 아닌 어떻게 보면 팬들에게 욕 먹는 일이 많았던 선수들인데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준 덕분에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성적을 잘 내는 선수가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팬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줬던 선수들이 성적이 떨어졌다고 한 순간 등을 돌리고 비난을 일삼는 것은 선수들을 위축시킬 뿐이에요. 좀더 애정을 가지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것은 어떨까요? e스포츠를 일궈온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시고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진심으로 감사할 것 같습니다.

박 피디=복수는 팬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수용달'에 출전할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경직된 선수들을 독려해 주시는 것도 팬들의 몫이죠.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추운 날 스태프들과 출연진들에게 한 줄기 희망으로 자리매김한 온열기를 후원해준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온열기가 없었다면 복수용달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장마철에 복수용달 시즌2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복수용달 잊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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