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프로리그와 개인리그 스케줄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뺄 수가 없었고 점차 아이템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있던 즈음 이제동이 입학한 대학교에서 소양교육이 진행됐고 잊혀져 가던 아이템이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다행히 프로리그 4라운드가 시작하지 않아 스케줄 상으로도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인터뷰 약속을 한 뒤 시간에 맞춰 숙소에 방문했지만 인터뷰를 시작도 하기 전 난항을 겪었다. 새내기 컨셉트로 진행되는 화보 촬영과 인터뷰였기 때문에 의상이 무척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제동과 40분이 넘게 이 옷 저 옷을 입어보고 고민하다 결국 두 개의 아이템을 정해 근처 대학교 캠퍼스로 이동했다.
◆"미팅은 유아교육과 학생들과"
이제동은 어렸을 때 고려대학교 캠퍼스를 가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오래됐지만 웅장한 건물들을 보며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캠퍼스를 누비면서 대학 생활을 하는 모습을 예전부터 꿈꿨어요. 공부에 욕심도 있었고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대학 생활을 병행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이제동이 만약 대학생활을 한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이제동에게 물어보니 망설임 없이 “MT와 미팅”이라고 답변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친구들과 여행 가는 일과 대학 생활의 로망인 미팅은 꼭 해보고 싶기 때문이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만약 미팅을 한다면 유아교육과 학생들과 미팅하고 싶어요(웃음). 왠지 여성스러울 것 같고 아이들과 놀아주듯 저와 놀아주지 않을까요(웃음)? 만약 미팅을 했는데 마음에 드는 여학생과 다른 남학생이 짝이 되면 그 남학생에게 ‘나와’할 것 같아요(웃음). 농담이고. 정말 마음에 드는 여자가 아니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사랑보다 우정이거든요. 하기야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막상 겪게 되면 어떻게 변할지 저도 몰라요(웃음).”
미팅 이야기를 하면서 연신 웃는 것을 보니 이제동도 영락없는 대학교 새내기였다. 미팅 생각에 설레고 유아 교육과 여자들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는 이제동. 만약 이제동이 대학교를 간다면 반드시 유아 교육과가 있는 대학교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체육 교육과 가고 싶어요"
이제동은 만약 다시 대학교에 입학한다면 체육 교육과에 가고 싶다고 한다.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운동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이제동은 “체육 교육과에 가서 멋있는 체육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이제동이 한 여학교에 체육 선생님으로 간다면 그 학교 여학생들은 쉬는 시간 내내 체육 선생님에게 줄 학을 접고 있지 않을까?
“체육 교육과를 간 뒤 동아리는 운동과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보고 싶은 욕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여행을 꼭 하고 싶거든요. 또한 친구들과 땀 흘려가며 할 수 있는 축구나 야구 같은 운동 동아리에도 들고 싶네요.”
대학교 건물 한편에 ‘동아리 축구 대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본 이제동은 “저도 꼭 저런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며 군침을 흘렸다. 게시판에 붙어있는 “유럽 배낭 여행 특가”라고 적힌 포스터를 보면서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며 포스터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과와 동아리 모두 운동과 관련된 곳을 가고 싶어 하는 이제동. 피트니스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단체 운동이 더 좋다며 대학교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참 쳐다보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같이 운동을 즐기고 싶다는 눈빛으로 말이다.
◆"도서관에서 햇살을 받으며 책 읽는 여자 만나고 싶다"
이제동은 대학교 도서관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들이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찾으면 반대편에서 한 여학생도 책을 찾고 있죠.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치는 거에요. 생각만 해도 참 기분이 좋아지네요(웃음). 그리고 햇살이 가득 쏟아지는 도서관 한 켠에서 커튼이 휘날리는 창가 밑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여학생을 보는 거죠.”
이제동이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려고 하는 찰나 이제동은 “방금 한말은 농담”이라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할 때 이제동의 눈빛은 정말 진실됐다. 농담이라고 말하지만 아마도 진짜 대학교 도서관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 현실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재학생의 학생증이 없으면 중앙 도서관을 출입할 수가 없었다. 무척 아쉬워하던 이제동은 “나중에 대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쌓아 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책을 읽는 대학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교 도서관에는 책을 쌓아 놓고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과제, 시험과 씨름하는 대학생들이 있을 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책을 읽는 대학생은 없다는 이야기를 차마 해줄 수는 없었다. 환상을 갖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교수님들에게 신뢰받는 대학생 됐을 것"
이제동은 “학창 시절 선생님들이 이상하게 나를 좋아했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정말이다”라며 억울해 하던 이제동은 “원래 내 성격이 나서기 좋아했다”며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들 눈에 띄고 싶어서 발표도 열심히 하고 관심 받기 위해 튀는 행동을 잘 했어요. 그래서인지 학교에서도 항상 저를 주시했고 학원에서도 선생님들의 관심 대상이었죠. 지금은 성격이 변했지만 예전에는 다른 학생들보다 더 튀고 싶어 했어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웃음).”
다른 학생들에게 발표 기회를 빼앗길 까봐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는 이제동. 조용한 지금의 성격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지만 이제동도 어렸을 때는 선생님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평범하지 않은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직접 입으로 들으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조만간 이제동의 시대가 온다"
최근 테란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테란 시대’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제동의 시대는 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2010년을 ‘이제동의, 이제동에 의한, 이제동을 위한 해’로 만들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제동에게는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조만간 이제동의 시대가 다시 올 겁니다. 지금은 이영호의 시대, 테란의 시대가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영호는 제가 인정한 선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아요. 단지 자극을 받을 뿐이죠. 기다려 주세요. 이대로 있을 제가 아니잖아요.”
짧은 대학교 캠퍼스 인터뷰를 마치며 뭔가 아쉬운 생각이 들어 “프로리그가 끝난 뒤 비시즌 기간 때는 직접 강의도 들으며 일일 대학생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제안했고 이제동 역시 “정말 기대된다. 꼭 해보고 싶은 경험이다”고 화답했다. 비시즌에는 더욱 업그레이드된 ‘휴 인터뷰’를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란다.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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