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단일 스포츠 행사가 무얼까. 가장 많은 나라와 인구가 참가하는 올림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지만 시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월드컵으로 답이 바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에는 야구가 득세하고 있지만 불과 8년전만 해도 축구는 대한민국 전역을 붉은 물결로 이끌었다. 한국이 일본과 함께 공동 주최로 월드컵을 유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4강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열기는 대단했다. 축구는 단어를 남자 친구 또는 애인, 남편의 군생활을 통해 들었던 여성들까지도 '대한민국'을 외칠 정도였다. 해외 언론들은 한국의 응원 장면을 특집 방송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e스포츠계도 월드컵의 덕을 많이 봤다. 이윤열과 홍진호의 KPGA 투어 결승전이 열린 2002년 6월22일은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이 열렸다. 당시 이윤열과 홍진호는 태극마크를 페이스페인팅하고 경기했고 현장을 찾은 팬들 또한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경기가 끝난 뒤 열린 8강전을 함께 지켜봤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기간 중에는 뜻깊은 행사가 펼쳐졌다. 6월1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프랑스와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이날 경기는 한국시각으로 19일 새벽 4시에 열렸다- 사전 행사로 프로리그 경기가 열렸다. SK텔레콤 T1과 화승 오즈(당시 르까프 오즈)의 경기가 낮에 치러진 것. 이날 경기에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화승 오즈가 승리했고 이 경기를 광장에 모인 8000여 명이 관전하면서 e스포츠를 널리 알렸다.
2010년에는? 아직 월드컵과 관련된 e스포츠 행사가 열린다고 알려진 바 없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시즌과 생각대로T 스페셜포스 프로리그가 한창 진행되고 있고 스타리그와 MSL 등 개인리그도 진행되겠지만 관련 행사로 확정된 대회는 없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일정을 보면 12일 그리스, 17일 아르헨티나, 23일 나이지리아와 경기를 치른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는 12일에 SK텔레콤 T1과 공군 에이스, 위메이드 폭스와 KT 롤스터, 23일 KT 롤스터와 이스트로, CJ 엔투스와 화승 오즈가 경기를 갖는다.
12일과 23일 경기는 한국 시각으로 오후 8시부터 중계될 예정이어서 연계 행사로 진행할 여지가 많다. 낮에는 프로리그 경기를 시청이나 상암동에서 치르고 저녁에는 축구 중계를 함께 응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한국e스포츠협회는 월드컵과 관련한 이벤트가 열린다는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추진하고 있지만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협회측의 답신이다. SK텔레콤이 회장사를 맡고 있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후원사를 맡고 있는 KT가 이사사로 들어와 있지만 연계해서 행사를 개최하라는 허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계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늦게 보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협회는 아직 시한이 남았으니 지켜봐 달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는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엠부시 마케팅에 대한 엄중 대처를 예고한 바 있다. FIFA의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 월드컵이라는 단어나 엠블렘을 사용하지 못하던 수준을 넘어 관련 행사나 홍보까지 막겠다는 뜻이다. e스포츠 행사도 월드컵과 연계하려면 FIFA의 허락을 받아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엠부시 마케팅을 해서라도 e스포츠를 더욱 알려야 할 시점이고 최근의 불상사를 타개할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다. 11개 이사사 가운데 FIFA와 직접 연관된 회원사가 없다는 점을 한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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