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습관이라고들 한다. 한 번 익히면 바꾸기 어렵다. 부지불식간에, 무의식중에 나오는 행동이 바로 습관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SK텔레콤이 '슬로우 스타터(발동이 늦게 걸린다는 뜻)'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2004년 스카이 프로리그 전기리그에서다. 10개 팀이 한 번의 풀리그를 치러 순위를 가리고 1, 2위가 광안리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던 당시 대회에서 SK텔레콤은 시즌 초반 1승3패를 당하면서 2위 안에는 들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벼랑 끝에 몰리자 저력을 발휘했다. 남은 여섯 경기를 모두 2대0(당시 프로리그는 3전2선승제였다)으로 승리해야만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모두 2대0으로 이기고 결승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비록 광안리 결승전에서 3대4로 역전패 당하기는 했지만 SK텔레콤의 뒷심은 경탄할 만했다.
2005년 후기리그에서 보여준 저력 또한 대단했다. 2005년 전기리그에서 광안리 결승전에서 KT를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한 뒤 시즌 초반 전력을 다듬지 못해 1승4패로 시작한 SK텔레콤은 7연승과 5연승을 한 번씩 달성하면서 정규 시즌 첫 1위의 영광을 누린다. 결승전에서 우승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08-09 시즌에서도 뒷심을 발휘했다. 화승이 일찌감치 30승 고지를 점령하면서 정규 시즌 우승이 당연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SK텔레콤은 포기하지 않았다. 래더 방식으로 진행되는 포스트 시즌을 치르는 것보다 정규 시즌에 집중력을 발휘함으로써 광안리 결승전에 직행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 판단한 SK텔레콤은 5라운드에 올인을 선언했고 10 경기에서 8승2패를 거두면서 화승을 제치고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다.
09-10 시즌에도 이러한 조짐이 읽히고 있어 다른 팀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4라운드 막판부터 5라운드 초반에 3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SK텔레콤은 자기보다 순위가 높은 팀들을 연파하며 중상위권 판세를 흔들고 있다.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2위 STX를 3대2로 눌렀고 5일 경기에서는 6연승의 상승세를 타던 CJ를 3대0으로 완파하며 6위로 끌어 내렸다.
SK텔레콤이 이번 5라운드에서 뒷심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저그의 분전이 자리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미운 오리 새끼'로 취급받았던 저그는 박재혁의 부활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5월 들어 박재혁, 이승석이 기량을 발휘하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박재혁이 프로리그 6승1패, 이승석이 4승을 달성하면서 10승 이상을 합작했다. 지난 시즌까지 에이스 역할을 자임했던 김택용이 부진한 사이 두 명의 저그가 공백을 느끼지 못하도록 맹활약함으로써 새로운 동력을 얻은 셈이다.
SK텔레콤 박용운 감독은 "슬로우 스타터 기질을 또 한 번 발휘해 기적을 만들어 보고 싶다. 1위 KT를 잡아내는 일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2위까지는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