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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뉴스 521] 'e스포츠 성지' 광안리의 추억(5)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광안리는 T1땅'의 시작

2005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두 번째 프로리그 결승전은 e스포츠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었습니다. '이동통신사의 맞수'인 SK텔레콤과 KTF(현 KT)가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쳤고 역대 최다 인원인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e스포츠의 파괴력을 전세계에 널리 알린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일부 팬들은 '플랑크톤 숫자까지 센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경찰이 대거 동원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것은 확실합니다.
SK텔레콤과 KTF의 결승전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었습니다. KTF는 박정석과 조용호, 변길섭, 홍진호, 강민 등으로 무장했고 SK텔레콤은 임요환, 최연성, 박태민, 전상욱 등으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당시 실력이나 이름값에서는 KTF의 우세가 예상됐습니다. 박정석과 강민의 프로토스 투톱은 박용욱 홀로 버텨야 하는 SK텔레콤보다 우위에 섰고 테란 라인이 다소 불안했지만 그래도 저그전에서 불꽃 테란으로 이름을 날렸던 스타리그 우승자 출신 변길섭이 자리했기에 유리하다고 여겨졌습니다.



◇KTF 강민과 정수영 감독이 정규 시즌과 관련한 시상을 하고 있다. 아래 쪽은 광안리 결승전을 관전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KTF 간부들.
그렇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SK텔레콤이 시작부터 전략적인 승부수를 걸면서 심리적으로 앞서 갔습니다. 1세트에서 맞대결을 펼친 박정석과 전상욱의 대결에서 전상욱은 머린과 SCV를 동반한 치즈 러시를 시도했고 드라군을 모으면서 평범하게 경기하려던 박정석의 허를 찔렀습니다.

팀플레이에서는 김성제와 박태민이 김정민, 조용호의 조합을 깨뜨리면서 기세를 이어갔고 3세트에서는 박태민이 변길섭의 불꽃 체제를 간파하면서 초반을 여유롭게 풀어냈고 하이브로 전환하면서 디파일러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승리했습니다.


◇SK텔레콤 임요환이 우승을 확정한 뒤 주훈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3대0으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KTF 벤치는 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졌고 SK텔레콤은 우승을 예감한 듯 흥분하면서도 김칫국을 먼저 마시면 안된다며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4세트에서 박정석과 홍진호가 '루나 불패'의 신화를 이어갔지만 5세트에서 승부가 갈렸습니다. 프로토스 종족을 이끌어 가는 양 팀의 개인전 카드인 SK텔레콤 박용욱과 KT 강민의 경기에서 박용욱이 질럿과 드라군으로 강민의 조이기 라인을 뚫어낸 뒤 리버를 동원해 강민을 격파했습니다.


◇경기에 패한 KTF 매직엔스 선수들의 침통한 표정.

SK텔레콤의 2005년 우승에는 영입이라는 코드가 숨겨져 있습니다. 2004년 전기리그 결승전에서 준우승에 그치고 2, 3라운드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낸 SK텔레콤은 서형석 코치를 POS(현 MBC게임 히어로)에서 영입했고 GO(현 CJ 엔투스)로부터 저그 박태민과 테란 전상욱을 받아들였습니다. 박태민과 전상욱은 2005년 광안리 결승전에서 2승을 따냈고 박태민은 팀플레이에서도 김성제와 호흡을 맞추면서 승리하면서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박태민이 MVP에 오른 것은 두 말 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우승을 차지한 SK텔레콤 선수들의 모습. 임요환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요.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SK텔레콤 최연성은 전기리그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KTF와의 이중계약 사건으로 인해 6개월 동안 프로리그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최연성은 경기석이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연습을 도와주기는 했지만 경기에 뛸 수 없었던 최연성은 이후 후기리그에서 보란 듯 복귀해 연속 우승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SK텔레콤을 응원하는 관중들 사이에 최연성과 권오혁의 모습이 보인다. 최연성은 이중 계약 파문으로 인해 전기리그 광안리 결승전에 선수로 뛰지 못했다.

4대1로 승리한 SK텔레콤은 광안리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팀으로 군림했고 기세를 이어 후기리그와 통합챔피언전까지 싹쓸이하면서 2005년을 SK텔레콤의 해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프로리그 무대에서 SK텔레콤과 KTF의 운명은 심각하게 엇갈렸는데요. SK텔레콤이 광안리 결승전을 비롯해 프로리그 무대에서 오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등 승승장구한 반면 KTF는 정규 시즌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결승전에만 올라오면 준우승에 그치는 징크스를 안게 됐습니다.

2010년 광안리 결승전에서 5년만에 다시 만난 두 팀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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