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화승 이제동 "이제는 말을 아낄 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9290251070032888dgame_1.jpg&nmt=27)
비시즌은 선수들에게는 꿀맛 같은 휴가지만 어떤 선수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는 시기기도 하다. 2년 연속 비시즌 동안 많은 일을 겪고 주변의 변화를 감수해야 했던 선수가 있다. 2009년에는 FA 파동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2010년에는 4년 넘게 함께 해온 감독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코칭 스태프를 받아 들여야 했던 이제동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비시즌 불운의 사나이?
작년 이맘때쯤 이제동은 e스포츠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e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시행되는 FA. 이제동은 FA를 선언했었다. 그 사이에 박카스 스타리그 결승전을 치렀던 이제동. 연습할 상황이 아니었던 이제동은 정신력 하나로 우승을 차지하며 골든 마우스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를 사겠다는 팀은 아무데도 없었다. 이제동의 연봉이 높았기 때문에 2배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화승의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은 이제동을 데려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이제동은 힘든 시기를 겪었다. 다행이 화승과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이제동이 겪은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동은 그 힘든 비시즌을 견디고 또다시 날아 오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2009년 이제동을 힘들게 했던 비시즌. 하지만 2010년 비시즌도 이제동은 편안하지만은 않은 때였다. 4년을 넘게 함께 한 조정웅 감독이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 결승전을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새로운 코칭 스태프가 꾸려졌고 이제동은 또 한번의 변화를 겪었다. 2년 연속 이보다 더 스펙타클한 비시즌을 보낸 선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쳤음에도 이제동의 표정은 예전과 같았다. 팬들의 우려는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아무런 동요 없이 차기시즌을 준비하는 이제동의 표정은 침착했다.
“다들 걱정하셨던 것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감독님의 사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아쉽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제가 흔들린다면 그것이야 말로 그동안 저를 믿고 응원해준 감독님이나 팬들을 실망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당황하지도 심리적으로 흔들리지도 않았어요. 제가 할 일만 묵묵하게 열심히 하면 되는 일이잖아요.”
큰 변화를 겪고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이제동의 목소리에는 예전과는 다른 노련함이 묻어 있었다. 어느새 이제동도 세상의 세파를 이겨 나갈 만큼 강인해진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었어요(웃음). 이 정도의 일에 마음이 흔들리고 힘들었다면 아마 프로게이머를 계속 하기 힘들지 않았을까요? 저 의외로 강하답니다(웃음).”
![[피플] 화승 이제동 "이제는 말을 아낄 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9290251070032888dgame_2.jpg&nmt=27)
◆WCG 결승전마저 리쌍록 나면 신기할 것 같아
WCG 이야기를 물어보니 이제동은 “놀러 가는 마음 반, 경기를 하러 가는 마음 반”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예전의 이제동이라면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겠지만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게 된 것이다.
“차기 시즌에 들어가기 전 제 기량을 점검도 해볼 겸 편한 마음을 가지고 갈 생각입니다. 미국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할 예정이에요. 저에게는 WCG 보다 프로리그가 더 중요해요. 지난 시즌 팀이 결승전에 오르지 못해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릅니다. WCG에 전력을 쏟기 보다는 프로리그 전 심신을 다지는 계기로 삼을 생각입니다.”
이제동은 WCG 결승전에서도 이영호를 만나게 된다면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서로에 대해 더 이상 공식적으로 할 말마저 없어져 버릴 정도로 자주 붙었던 두 선수. 라이벌을 떠나 이정도 되면 신기할 것 같다는 이제동의 이야기에는 장난끼가 가득 섞여 있었다.
“만약 한국에서 WCG가 펼쳐졌다면 결승전 전날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을 것이고 아마 (이)영호나 나나 힘들었을 거에요. 그것에 대한 답변을 찾기가 이제는 어렵거든요(웃음). 더 이상 할말이 없어요(웃음). 만약 WCG 결승전에서 만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겁니다. 서로 부담 없이 경기를 하게 될 테니 말이죠. 서로 생각이 너무 많아 항상 아쉬운 경기를 펼쳤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것 같아요.”
이제동은 경기가 끝난 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친구를 만날 예정이다. 작년 비시즌 때 손주흥과 함께 캐나다에 여행을 떠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바로 그 친구와 미국에서도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간다고.
“심신을 충전하고 올게요.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우선 성적에 연연하지 않으려고요. 프로리그에 모든 것을 집중하기 위해 제 기력을 아껴둘 생각입니다. 물론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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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가 없어졌다? 말을 아낄 때라 생각한 것일 뿐!
최근 이제동을 두고 몇몇 팬들은 “독기가 없어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영호에게 지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동이 포기한 것 같다는 악플을 다는 팬들도 있다. 이제동 역시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변명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제는 말을 아낄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기가 줄어들었죠. 단 겉으로 보이기에만. 예전에는 제가 가진 독기가 그대로 드러났고 말로도 많이 표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부분을 표현하기 싫어졌어요.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반드시 우승하겠다’, ‘독기가 올라있다’라는 말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모두 쓸데 없는 말이 돼버려요. 그럴 바에는 아예 이런 이야기들도 하지 않고 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오직 성적으로만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동은 확실히 2010년에는 왕좌 자리를 이영호에게 내줬다. 개인리그 결승전에서 세 번 내리 패했고 프로리그 개인 타이틀도 모두 내줬다. 무엇 하나 이영호에게 앞선 것이 없는 것.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 올해의 선수상 역시 이영호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이영호를 향한 승부욕이 없어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지 이제동에게 변화가 생겼을 뿐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이제동은 이제 변화를 시도한다.
“인터뷰를 할 때도 많은 말을 하지 않으려고요. 어느 순간 말만 많아진 제 자신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영호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주고 난 뒤 스스로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그리고 내린 결론입니다. 앞으로 결전을 앞두고도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겁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팬들에게는 더욱 값진 선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피플] 화승 이제동 "이제는 말을 아낄 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9290251070032888_4.jpg&nmt=27)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는 말은 이제는 식상하다고 말하는 이제동. WCG 2010 그랜드 파이널에 임하는 자세를 물어볼 때 “즐기다 올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며 이제동은 “차기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 대한 목표나 각오를 물어볼 때도 말을 아낄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은 팬들이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프로라면 팬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것이 맞다는게 이제동의 설명이다.
“이번 결승전에서도 ‘목숨을 걸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 말을 지키지 못했어요. 팬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선수가 되기는 싫습니다. 이제는 결과로 보여드릴게요. 차기 시즌에는 달라진 이제동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인터뷰를 너무나 많이 해 이제는 할 말이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 사람들의 짓궂은 물음에 웃음으로 화답한 이제동. 그 웃음 너머에 어느 때보다 강한 이제동의 의지를 차기 시즌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마음껏 펼치기를 바라본다.
글=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